[김영수의 경제토크] 복지재원, 얼마든지 있다
시장 메커니즘과 되는 집구석
성경에 보면 예루살렘에 성전을 지을 때 1) 다윗 왕이 자기 개인 재산을 내니 2) 그 밑의 꼬붕들이 내니(자발적으로 안 내면 안 되는 분위기였다라는 얘기) 3) 백성들이 기쁘게 내더라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 그렇게 해결하지 않고, 세율을 올리고, 과세대상을 어디에서 어디로 잡고, 정무감각이 모자라네, 거위털이 어쩌네… 국민연금에서 곶감 빼먹듯 빼 쓰고, 이렇게 해결하려 하니 “왜 부자는 세율을 낮게 하고 월급쟁이만 쥐어 짜냐”는 소리가 당연히 나온다. 그러면 “부자를 키워야 나라가 잘 돼, 이 빨갱이노무 쉐기들아”로 받는다. 그러면 “저 적산기업 받아서 소비자와 선량한 을을 착취하고 탈세하고 온갖 악행으로 돈 번 친일 족벌 재벌 독재 유신잔당…“이란 말이 나오고, 그러면 “김정은에게 나라를 갖다 바쳐라, 이 빨갱이들아” 소리가 나온다. 가는 말에 감정이 잔뜩 실렸으니 오는 말이 고울 리 없다. 자칫 와장창 싸움 나게 마련이다. 듣기도 아주 피곤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왜 이렇게 국민들이 피곤하게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어느 사회나 돈이나 재화나 자원이란 게 엄청나게 많다. 질서가 안 잡혀서 모자라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 몫을 남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챙기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어떤 재화든 금방 바닥난다. 멀쩡하게 안 모자라던 것도 희귀재가 돼 버린다.
돈만 해도, 어? 돈이 모자란다, 그래서 누구나 현금확보 모드로 들어가면 정말로 시장에서 돈이 말라버린다. 멀쩡한 경제에 극심한 자금경색이 일어나고. 멀쩡한 회사들이 망한다. 그걸 경제학에서는 리퀴디티 트랩(liquidity trap)이라 한다. 어느 사회가 리퀴디티 트랩에 들어가려 할 때 지도층이 아냐, 그럴 리 없어 하면서 가진 현금을 푼다. 사람들은 안심하고 챙기는 것을 중지하거나 돈을 푼다. 그러면 경제가 순조롭게 돌아간다.
그런데 지도자와 지도층이 자기들부터 현금을 챙기기 시작한다. 그러면 경제가 정말로 골로 간다. IMF 때 재벌사들이 현금확보 모드로 들어갔다. 그러니 경제가 박살이 나는 거다. 사실 한보가 망하고, 기아가 망해도 재벌들 현금확보만 없었더라면 IMF 사태가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 현재 2경원 정도 되는 자산이 있다. 그래서 복지, 이런 작은 문제 금방 해결할 능력이 사회 전체로는 분명히 있다. 지도자와 지도층, 종교단체와 부자들이 “이렇게 돈 많은 나라에서 국가의 혜택을 본 부자들이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이런 걸 국가예산으로 하면 정말 쪽팔린다. 신성한 국가예산은 국방과 길 닦기에 쓰고, 복지는 돈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내서 해결하자…”하고 나서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물론 기부한다면서 사실 돈을 내지도 않고, 묘한 재단 같을 걸 만들어서 변칙상속 같은 걸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트릭성 기부가 아니라 정말로 돈과 재산을 내서(교회 건물 짓는 그 따위 진상 짓들 좀 하지 말고) 정말로 복지에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월급쟁이들도 뭐 이런 걸 우리가 세금 조금 더 내면 되는데 부자들 개인 부담으로 해, 부자들만 폼 잡는 것도 좀 웃기잖아? 세금으로 하자.
그러면 부자들이, 야 니들이 돈이 어딨냐? 세금은 국방과 길 닦기에 쓰고 이건 우리가 개인적으로 하자, 좋은 일 하려고 벌은 거 아니냐? 어이 브라더, 우리도 있을 만큼 있어, 좋은 일이야 같이 해야 의미가 있지, 폼은 너만 잡냐? 같이 하자, 세금으로 하자구.
어휴, 그러면 정부 입장에서는 돈이 남네. 어쩌지? 세금을 좀 내리지 뭐. 그런데 돈이 더 남네, 그건 또 기부하지. 그럼 돈이 또 남네, 세금 또 내리고… 이게 되는 집구석이다. 선순환이 일어나는 거다. 그런 분위기를 지도층부터 만들어 내야 하고,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최고지도자가 자기부터 솔선수범하고, 그 다음, 그 다음 이렇게 하면 금방이다. 어려울 것 같지만 아니다. 하기만 하면 금방이다. 기부한다면서 재수없게 무슨 재단 같은 거 만들고 그러면 어렵지만, 낸 돈이 정말로 복지에 나가기만 하면 금방이다. 이게 뭐 자본주의에 반한다고? 그렇게 하면 김정은이 다 가져간다고? 그렇지 않다. 하기만 하면 쉽다.
이런 분위기와 정반대로 간 게 지난번 정권이었다. 자본주의 문명과 상식에 대한 역주행 지랄탄 정권이었다. 그렇게 짧은 기간 안에, 그것도 21세기에, 민주공화국의 실체를 사실상 왕정 공안국 상태로 퇴행시켜버릴 수도 있구나 하는 한국사의 불가사의로 기록될 것 같다. 친비즈니스? 말이 좋아 친비즈니스지, 순 반칙, 탈취, 절도, 횡령 분위기를 만든 거다. 두목부터 대마왕이었으니 밑의 넘들은 오죽했겠나.
복지공약, 그 알량한 복지공약을 실천한다고 월급쟁이들 봉급 털어서 해결하겠다는 발상. 그러면 집구석이 어려워지는 거다.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 한국의 재력, 경제력으로 지금의 복지공약 몇 배를 실천할 수 있다. 있는 사람부터 자발적으로 내놓는 분위기를 강압적으로 만들면 간단하다. 간단한 걸 일부러 복잡하게 풀려면 한도 끝도 없다. 시장 메커니즘이 어떻고… 그런 넋 빠진 소리엔 시장 메커니즘이 아니라 아구창 메커니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