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세계경제대진단] (3) 부자감세는 나라 망하는 첩경이다

세계에 최근 만연하고 있는 불평등 심화의 문제를 보자. 사실 우리 나라만 특별히 그런 게 아니다. 우리나라 이야기를 꼭 집어서 비판하고 싶지 않다. 왜냐 하면 적을 만들어 내 삶을 고단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적들은 힘과 돈과 커넥션을 몽땅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내게 생기는 것도 없이 무엇 하러 내가 내 시간 써가면서 막강한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흔한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가해자편에 서고 싶다. 나도 돈 있고 빽센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고, 그들의 일원이 되고 싶다. 그래서 가해자들이 옳다는 이론을 만들어내고, 그들에게 사랑받고 싶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찬송가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최근 수십년 동안 전 세계에서 1)회사를 산다 2)대규모 감원을 한다 3)단기적으로 주식가격이 오른다 4)경영진은 스톡옵션으로 떼돈을 번다 5)그 다음 또 회사를 산다…

이같은 FM을 사용하여, 경영 잘 하는 경영인의 반열에 늠름하게 올라선 분들이 정말 많다. 사모펀드라는 것도 사실 별 거 아니다. 그런 경영인을 거느리고 돈을 모아서 그런 일을 벌이는 거다. 웃기는 것은, 사람을 잘라서 회사실적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빠져도 사람을 자르면 그 자체로서 주식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웃기는 짜장면’이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적당한 표현이 없다.

물론 필요할 적에는 회사는 감원을 해야 된다. 그렇게 해서 기업이 튼튼해지고 또 기업을 튼튼하게 만든 공로가 있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그러나 감원되어 나간 사람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줄, 그래서 생산적인 활동에 복귀시키는 사회적 제도, 즉 재교육 등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게 정상적인 사회다.

감원된 뒤 재교육도 좋지만 사실 처음부터 감원이 되지 않도록 고도의 교육을 처음부터 시켜놓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대학 등의 고등교육 등록금은 싼 정도가 아니라 무료가 되어야한다. 아니 정부에서 월급과 용돈을 줘가면서 고등교육을 시켜야한다. 그게 정답이고 부자들이 끝도 한도 없이 엄청 벌어들이는 돈의 일부에만 상식수준의 세금만 매겨도 그런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 제도적 장치 없이 감원만 하면, 중산층은 없어지고, 빈중부에서 중이 없어져버리니, 빈과 부만 남게 된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라는 이상한 시대는 돈을 번 사람들에게 오히려 감세를 해주었다. 그리고 부자들에게 돈을 몰아주면 이 사람들이 회사를 세우고 직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거짓말을 퍼뜨렸다. 지난 수십년간 돈 번 사람들은 자기 회사나 경쟁회사의 직장을 많이 없애서 돈을 벌었지, 직장을 많이 만들어내서 벌지 않았다는 것이 그렇게도 오랫동안 분명히 밝혀졌는데도 말이다.

계속해서 돈 번 사람들에게 돈을 더 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이상한 신앙이 횡행했다. “이게 무슨 귀신이 씌지 않고서야…”라고 지적하는 이외의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을 하면, 좌파요 빨갱이로 몰아버린다. 나처럼 자본주의 최고의 학부에서 경제학박사를 하고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도 좌빨이 되면 사실 뭔가 잘 못 돼도 더럽게 잘못 된 거다.

더 슬픈 것은 약자들이 오히려 이런 신자유주의를 강력하게 지지해왔고, 약자들이 이런 것을 주장하는 정권을 극력 나서서 탄생시켜왔다는 것이다. 아이러니 치고는 너무 아이러니다.

‘약자를 혐오하는 약자’의 심층 동기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강자 선망’과 ‘피해자 되기’다. ‘강자 선망’은 강자에 대한 상상적 동일시이면서, 동시에 약자와 자신의 분리다. 과거 종부세 부과대상도 아닌 서민들이 종부세에 반대했던 해프닝의 근저에도 이런 심리가 있었을 것이다. ‘피해자 되기’는 쉽게 말해 ‘무능한 다른 약자들 때문에 내가 더 피해를 본다’는 인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버이연합 등의 괴기스런 동원령에 혹하게 마련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이야기하자. 어버이란 단어는 김일성이 어버이 수령이 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원래 좋은 단어였다. 이제는 한국에서 어버이라는 단어는 북에서나 남에서나 웃기게 쓰이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중산층이 사라지면 세수가 감소한다. 거기다 부자는 감세를 더 해주니 세수가 더욱 감소한다. 게다가 중산층의 구매력이 사라지니 경기는 후퇴하고 세수는 더더욱 감소한다. 근대국가라면 극빈자로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지원이 나가기 때문에 많은 빈곤층의 발생으로 세수는 더욱 모자라게 된다. 그러면 국가가 빚을 진다.

거기다 (신자유주의) 우파정권들은 국가적 대사업을 일으키길 좋아하고 전쟁을 좋아한다. 별 이유도 없이 아무 나라나 쳐들어가고, 별 위험도 없는데 전쟁이 난다고 겁을 주기 좋아한다. 이 무기도 사야 하고 저 무기도 사야 한다. 같은 무게의 금덩어리보다 더 비싼 무기들을 사야한다. 그런 무기는 사실 고장이 많고 잘 안 돌아간다. 그럼 수리비가 엄청나게 들어가야 하고 더 좋은 무기를 사야 한다. 안 그래도 세수가 줄어들어서 빚을 내야할 판에 말이다.

물론 국가적 대사업과 군비확장의 과실은 있는 사람들 손에만 비밀스럽게 들어간다. 거기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면 안 된다. 국가기밀이요 군사기밀이기 때문이다. 소위 ‘알면 다치는’ 영역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사라지면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거나 빚을 내서 소비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직장 수입만으로는 노후대책을 감당할 수가 없으니, 집을 사서 집을 가지고 투기게임을 해야 한다. 당연히 엄청나게 큰 빚을 낸다. 집값이 안정되게 올라주면 그나마 오케이겠지만, 꼭 내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집값은 폭락한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빚쟁이가 된다. 엄청난 빚쟁이가 된다. 빚이란 것은 사람을 더욱 보수화 우경화 시킨다. 그래서 일단 신자유주의라는 언뜻 보기에 그럴듯한 메커니즘이 시작하고 나면 우경화 극우화까지 한길로 달려나가는 것이 세계 여기 저기서 발견된다.

차분히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사회 속 일부분의 그룹의 사람들을 솎아 내어 그들을 탄압하는 일을 거의 필연적으로 한다. 이름도 묘한 정치세력이 멍청한 약자들을 동원해서 다른 약자들에게 린치를 가하도록 한다. 정치적으로 긴장이 계속된다. 사회는 분열되고 분열된 사회를 통합할 강력한 리더십이라는 구호와 함께 독재자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파시스트정권이 탄생하게 된다는 거다.

좋지 않은 불평등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 부자감세는 나라가 망하는 첩경이다. 징벌적 세금도 좋지 않지만, 있는 사람을 더 있게 하기 위해 나라 전체를 망쳐먹는 부자감세는 초창기에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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