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경제학자들의 틀린 예측들

“소련경제 미국 압도” “영원한 호황” 예언했다 망신…부동산거품·국제유가등 불확실 ‘가득’

[아시아엔=김영수 국제금융학자] 경제학자들이 예측을 틀리게 한다? 유명한 일화들이 있다.

경제학자중 제일 유명한 폴 사무엘슨(Paul Anthony Samuelson)은 “소련이 미국을 경제적으로 곧 압도할 것”이라고 1960년대에 예측했었다. 그 결과는? 사실과 달랐다.

1920년대 스타 경제학자인 어빙 피셔(Irving Fisher)만 하더라도, 대공황 직전 “경제가 영원한 호황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약간 빗나갔다. 부동산 경제학으로 유명한 쉴러도 조금 틀렸다. 오르는가 내리는가의 방향만 조금 틀렸다. 오른다고 했는데 내렸고, 내린다고 했는데 올랐다.

한쪽으로만 하면 언젠가 맞아
이처럼 저명 경제학자들이 크게 틀린 케이스도 아주 많고, 별로 유명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이 약간 틀리는 것은 부지기수다. 늘 부정적인 예측만 하는 경제학자도 있고, 늘 낙관적인 예측만 하는 경제학자도 있다. 늘 부정적인 예측만 하면, 언젠가는 한번 맞을 것이다. 그러면 그것만 가지고 “그것 봐라. 내가 맞추었지….”라면서 자랑한다. “김일성이 죽는다”는 예언을 수십년 해오던 점쟁이가 어느 해 맞추었다고 주간지에 나왔던 기억이 있다.
경제학자들의 예측이란 대체로 이런 식이다. “저같은 경우 다른 청중·독자들에게 반대의 예측을 동시에 합니다.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오른다고 하고,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내린다고 합니다. 그럼 적어도 반의 청중/독자들에게는 족집게로 확실히 기억되거든요. 나머지는 별로 기억을 잘 안하구요….”

그런데 유명한 경제학자들 중 케인즈 같은 사람은 외환투기(내부자 거래?)로 엄청 재산을 모았다. 그처럼 소리 소문 없이 엄청나게 돈 번 경제학자들이 무척 많다. 뉴욕이나 코네티컷에 가면 경제학자 한두 명 안 낀 헤지펀드는 거의 없다. 거기서 공로주를 받아서 수천만달러, 심지어는 수억달러를 번 경제학자들은 필자가 아는 것만도 수십명에 이른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내가 언제 뭘 맞추었어….” 이런 식으로 으스대는 사람을 좀 촌스럽게 본다. 왜냐하면 그렇게 잘 맞추는 사람이면 원래 그 의견이 돈이 되는 의견일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다른 사람이 듣도록 하지 않는다. 헤지펀드 같은 곳에서 공로주를 받고 그 의견을 현금화하여 사유재산화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자기 이름으로 베팅을 직접하든가 말이다. 그렇게 잘 맞추면 현금이 엄청나게 생기는데, 그 굴러들어오는 현금을 마다하고 ‘뜨거운 인류애’에 불타 사람들과 공짜로 나눈다? ‘글쎄올시다’이다. 그런 행위는 경제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최근 석유가격 하락과 그로 인한 디플레이션 촉발에 관해서는 할 이야기가 몇 있다. 작년 말 한 언론매체에 “이번 일이 심상치 않다. 까딱 잘못하면 전세계가 디플레 소용돌이로 들어갈 수 있다”는 취지의 특별기고를 할 때만 하더라도 소수의견이었다. 그래서 그 매체에서도 너무 소수의견일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었는지, 게재하지 않고 있다가 그런 의견이 금년 들어 다수가 되자 그제서야 게재를 했다.

유가는 갑자기 위로 튈 수도 있고, 갑자기 내려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액체와 기체의 형태여서 운반과 보관에 비용이 많이 들고, 일단 퍼올리기 시작하면 그치기도 어렵다. 또 만약 모자랐다가는 경제가 올스톱 하는 특성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수급의 불일치가 벌어져도 가격 변동이 엄청나게 생긴다.

필자는 솔직히 석유값이 급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도 급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중동에 전쟁만 한번 터지면 어떻게 변할 지 나름대로 예측할 수 있다. 그랬으면 인플레로 전 세계의 경제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었다고 본다.

디플레 심리가 일단 번지면 무서운 것처럼, 인플레 심리도 한번 번지고 한번 더 활짝 번지면 무섭다. 지금 디플레 심리, 이자율을 아무리 낮춰도 돈이 안 돌지만 일단 인플레 심리가 들어가면 돈이 너무 빨리 돌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석유가격이 갑자기 충격적으로 하락하여 디플레 심리가 급속히 들어섰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석유가격이 상승했다면, 인플레 심리가 들어서면서 지난 7~8년간 마구 찍어낸 세계 각국의 본원통화에 본격적인 유통속도가 붙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높은 수준의 인플레 단계로 옮겨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도 얼마 전까지 혹시 발생할 지 모르는 인플레를 은근히 걱정했다.

부동산 등의 버블이 형성됐다 꺼지고 하면서, 경제 시스템에 원천적인 불확실성을 가끔 제공하듯, 석유값 변동의 원천적인 불확실성과 광폭의 변동폭, 그리고 이같은 석유값이 물가전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유가는 경제 시스템에 원천적인 불확실성을 제공한다.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 거기서 불확실성이 발생하면 대책을 세워야 하는 변수인 것이다.

그것을 잘 맞췄다고 으쓱한다? 그런데 어디 특별히 헤지펀드에서 공로주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라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촌놈 취급받기 십상이다. 불이 나면 불 잘 끄는 소방수가 인정받는 것이지, “어디 아파트에 불 날 줄 알았다”고 말하는 소방수는 소방서에서 촌놈 취급 받는다.

유가 떨어져 인플레 우려 ‘뚝’
51% 정도 맞추지만 그 1%를 알아주는 헤지펀드가 있어서 그로 인해 크게 돈 버는 경제학자가 학자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을 산다. 베팅을 1만번 하면 확실하게 100번은 평균적으로 따게 돼있다. 10만번 하고, 100만번 하면, 평균적으로 확실하게 따는 그런 지식을 가진 경제학자가 왕이요 따붕이다.

조크 하나 소개한다. 어느 바에 술 취한 사람이 들어와 10m 떨어진 맥주병 속으로 오줌 줄기를 넣을 수 있다고 큰소리 치며 바텐더와 100달러 돈내기를 한다. 당연히 못 넣는다. 그런데 100달러를 주고 나선 이 술주정뱅이 희희낙락한다. 왜냐고 사람들이 묻자 이 사람 대답 왈, “저쪽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과 ‘내가 바에서 마구 오줌을 사방에 누어도 야단 안 맞고 바텐더가 오히려 좋아하면 500달러를 내게 주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들에게 주겠다’고 했다.”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은 또다른 어떤 이에게 “오늘 어떤 술취한 놈이 오줌을 마구 누고, 그걸로 베팅하고 나와는 사이드 베팅한다”며 5000달러 베팅을 했을 수도 있다. 예측, 참 어렵고 모를 일이다.
필자는 경제학자들이 뭘 맞추었다고 으쓱대는 것을 보면 ‘바에서 오줌누기 조크’가 생각나 쓴 웃음을 짓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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