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경제토크] 러시아의 허접한 ‘정석 경제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가 있었다. 석유값이 내려갔다. 러시아 경제가 어려워진 건 당연하다. 루블화가 폭락했다. 루블화를 방어하겠다고, 국내 이자를 대폭 올렸다. 보통 경제학 좀 공부하고, 은행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은 “정석이네” 하고 반응을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그렇게 권한다. 논리인 즉 이자가 높은 곳으로 돈이 모인다는 거다.
그러나, 그게 ‘망조’로 가는 지름길이다. 어떤 것보다 높은가를 비교해야 하는데, 그냥 높다는 것만 보고 있는 거다. 루블화가 폭락해서 잃는 가치가 30~40%가 되는데, 6% 이자를 올려준다고 돈이 돌아올까? 당신 같으면 그러겠냐고 물어보면 금세 답이 나온다.
루블화가 폭락했다. 그러면 그걸 그냥 놓아두어야 한다. 50% 폭락했다. 그럴 적에 오히려 정부가 루블화를 더 풀어 더 폭락시켜야 한다. 그러면 시장이 “어?” 하면서 반등한다.
그렇지 않고, “펀디멘탈은 건강하다”라는 소리나 반복하고, 루블화 방어한다고 외환보유고를 탕진하고, 돈이 해외로 나가지 못하도록 국내이자율을 올린다. 그런다고 루블화 폭락이 멈춰지는 게 아니다. 되레 이열치열로 나가야 한다. 그럼 투기세력들도 주춤한다. 그러면 어느 정도 중간지점에서 균형이 형성된다.
루블화가 99%로 폭락했다 치자. 그럴 경우 이자를 6% 갑자기 올리면 일단 국내의 모든 산업은 ‘올 스톱’ 한다. 이자 10% 올린다고 30~40%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루블화 폭락을 막을 수는 없다. 외국으로 나가려는 돈이 돌아올까? 그것보다는 루블화가 50% 떨어졌는데, 80%까지 떨어뜨리겠다고 정부가 치고 나오면 시장은 “아냐, 그렇게까지 하면 안돼” 하면서 상당히 좋은 지점에서 균형이 잡힌다.
경제는 심리게임이란 걸 알아야 한다. 필자가 정책당국자들에게 항시 하는 말이 있다. “당신이라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해보라는 거다. “미쳤습니까?” 혹은 “농담하십니까?”라는 답이 나오면, 경제 속의 다른 플레이어(player)들도 그렇게 안한다는 거다. 정부도 하나의 헤지펀드처럼 행동하면 경제가 오히려 더 안정이 된다.
루블화가 폭락한다. 그런데 러시아정부가 오히려 더 나서서 그걸 기화로 거기다(자기나라 화폐니 자기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부자 정보를 사용해서 외환시장에서 돈을 좀 챙기려 한다. 그 결과는 뻔하다. 투기세력이 오히려 달라붙지 않는다. 그런데 방어하겠다고, 자기 카드를 다 보여주면서 수천억달러 베팅을 하니, 그 돈은 전부 헤지펀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헤지펀드들만 떼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