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한국경제, ‘가계부채’ 폭탄 터지면 사회구조 무너진다
[아시아엔=김영수 국제금융학자] 한국경제 위기는 피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엔 피할 수 없다.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다. 잘 나갈 적도 있고, 고생할 적도 있다. 고생하는 순간이 와도 당황하지 않고, ‘이런 날도 있고, 그런 날도 있어’라고 질끈 힘 한번 주고 침착하게 헤쳐 나가야 한다. 그게 프로다.
프로는 잘 나가도 ‘뭐 그럴 수도 있죠’ 어려울 적에도 ‘이럴 수도 있구요’ 이러면서 묘수를 찾는다. 잘 나간다고 오도 방정 건방을 떨지도 않고, 몰린다고 패닉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상하게 그 사람이 이겨있다. 그게 프로다.
그렇다면 한국경제의 임박한 위기는 어떤 형태의 위기가 될 것인가? 그 위기를 덜 아프게 지나가는 법은 무엇일까? 그 뒤 더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이런 걸 지금 생각해야한다.
내가 보기엔 가계부채가 아주 가까운 시기에 폭발한다. 이 상황에 시한폭탄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상당히 긴 시간이 남아있다는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쉬~’ 하고 불꽃이 심으로 타들어가는 다이나마이트가 더 올바른 비유다. 디플레로 빚의 실질가치가 커지고,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로 이자율이 세계적으로 올라갈 것이기에 그렇다.
그렇다면 “은행이 부실화하고 집 소유주들은 거리에 나앉게 된다”가 큰 물결, 큰 귀결이 되겠다. 그러나 나는 그 과정에 약간의 잔 트릭을 몇개 심어 놓으면, 위기 가운데라도 고통을 훨씬 줄이고, 그 뒤 장기적이고도 안정적인 발전의 씨를 지금 뿌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 가격이 내려간다거나, 이자를 갚지 못해서 집을 은행에 넘겨야 된다. 그러나 그 넘어가는 과정을 더 부드럽고 공평하며 신속하게 하자”가 내 의견의 핵심이다.
한국의 경우 약 30% 정도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게 내가 보기엔 정상이다. 한국의 경우 30% 내려가더라도, 집에 재산이 많이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은행에서 대출해줄 적에 그 정도 여유를 두고 대출을 해준다. 그래서 은행에 소유권을 깨끗하고 신속하게 손해 안보고 넘기면 은행이 손해를 입지 않는다. 그리고 은행에 넘긴 집에 계속 세들어 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나중에 사정이 허락하면 그 집을 다시 사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런 식으로 스무스하게 넘어가면,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도 단지 장부상 문제로 만들 수 있다.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의 제도는 그렇지 않다. 경매과정 자체에서 적정가격보다 훨씬 아래로 가격이 책정되고, 경매과정의 전후에 채무자에 대한 세계에 유례없는 가혹하고 징벌적 조치가 취해진다. 이에 따라 채무자에게는 실제의 빚보다 훨씬 큰 경제적 타격을 가하고, 사회에서 실질적으론 퇴출시켜 버린다.
그렇게 해서 퇴출된 사람이 많아지면 실물경제에도 무거운 짐이 걸리게 된다. 경매로 넘어갈 때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신속하고 은행과 채무자 둘 다 그다지 손해를 보지 않는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부동산 거래를 경매시장과 통합시키는 방법을 쓰고 싶다.
은행과 채무자의 관계도 쿨하게 정리해 줘야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채무자에게만 완전 불리한 제도로 가계부채폭탄이 터지면 사회의 기본구조가 파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