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한국호’ 침몰인가 재건인가?

최근 한국경제에 안 좋은 얘기들이 들려온다. 몇가지 들어보자.

첫째, 한국의 저축률이 세계 최저라는 뉴스다. 기사를 보면 OECD 최저라고 한다. 저축률이 낮아진 이유는 “벌리는 돈은 모자라고 나갈 돈은 많다”는 상식적인 진단이 있겠다. 가처분소득의 감소(저성장), 고령화로 부양인구의 증가, 거기에다 내년엔 세금이 엄청 오르게 되어있다. 또 연금은 감소한다. 빚 내서 겨우 사는데 저축이 어찌 가능할까?

둘째, 가계부채와 국가부채 모두 임계치를 넘었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의 주장이다. 지극히 염려하는 것은 거기에 지방자치단체의 부채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외견상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적으로 독자 운용되고 있는 듯하지만, 미국처럼 파산을 시키지 못하고 자동적으로 중앙정부가 개입하게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국가부채로 봐야 한다. 이것이 국제이자율 상승과 함께 한국경제를 가장 빠르게 꿇어앉힐 시한폭탄이다. 뭐가 먼저 터지냐의 문제지, 터지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재정의 연쇄파탄, 국가부채의 급상승, 신인도 하락, 해외이자율 상승으로 자금의 탈출, 국내이자율의 급상승같은 고전적인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셋째, 거기다가 앞서 말했지만 미국의 이자율이 올라가면서 한국의 이자율도 미국 이자율 상승폭의 몇배가 올라가게 되어있다. 일본처럼 실질적 국제 기축통화 발권국이 아니어서 그렇다. 일본은 수출과(요사이는 그것마저도 잘 안 되지만) 막강한 저축률로 낮은 국내이자율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그렇게 못한다. 그런 막강한 일본도 지금 뒤틀거린다. 일본발 태풍도 지금 검은 구름이 자욱하다.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터져나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넷째. 국내이자가 대폭상승하면 그 엄청난 가계부채, 국가부채 등 이 가운데 몇개가 디폴트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지만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다섯째, 삼성전자와 조선 등 핵심 효자산업이 예전만 못하다. 현대자동차, 잘 해주기 바란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승계문제가 걸려있다. 불안하다. 혹 뭐라도 그 과정에 큰 게 터져나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발생한다. 중국기업들의 추격도 우려된다.

여섯째, 아베노믹스고 초이노믹스고 버블을 큼지막한 것 하나 더 형성시켜, 자산가격을 올려 거기서부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보자는 작전이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실패했다.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도 없게 되었다.

일곱째, 박근혜 정부 초기에 이명박 정부와 완전히 단절하고 아직도 높은 신인도를 배경으로 부채를 장기성부채로 전환했어야 했다. 필자는 이를 강력히 권고했고, 여기저기에 이런 의견을 개진했었다. 부정선거 시비, 윤창중사건, 인사난맥, 세월호 참사 등 돌이켜보면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었다. 단지 대통령의 외국어 실력과 패션에 감탄을 표하는 일만 할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때는 “뭔가 개인적인 축재 동기가 있나보다”라는 의심이 들 만한 역주행이 횡행했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뭣이든지 시대착오적이면 그것이 유신시절로의 복귀라는 맹목적 복고가 정치 사회 문화의 기조 인프라에서 작용했다. 누가 더 시대착오적이냐를 가지고 정권내부에서 경쟁했고, 그들 모두 경쟁적으로 성공했다.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거꾸로 시계 돌리기가 범람했다. 심지어는 ‘서북청년’ 운운하는 단체까지 등장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21세기 대명천지에 정신적인 시계는 거의 40년 전 유신시절을 훌쩍 넘어서서 70년 전 해방공간으로까지 되돌려졌다. 시계란 건 그런 거다. 거꾸로 돌리면 돌아간다. ‘존왕양이’까지 갈 수도 있다. 아니, ‘재조지은’까지도 갈 수 있다. 단지 자신의 신체내부의 시계를 주위 사람들과 같이 거꾸로 돌리지 못한 사람들은 엄청 불편해진 거다. 이럴 적에는 아무나 보고 무조건 빨갱이로 몰고, 아무나 잡아서 고문하고, 이런 사람들이 편하다. 그런 세상이 된 게 아닌가 우려된다. 야당은 공천싸움으로, 제3세력은 그런 야당만도 밑천이 오히려 없는 것으로 판명되어 가면서, “‘희망이 있을 수 있다’는 그런 편견을 버리라”는 지옥입구의 문간판을 보여줄 뿐이다.

여덟째, 위의 위기들이 생태적(Organic), 자연발생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가능성보다는 위의 위기들을 더욱 촉진시키면서 그로 인해 한몫 보겠다는 국제 투기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투기세력의 준동일 뿐이다. 동요하지 말라”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등의 틀에 박힌 창작적 상상력이 등장하면서, 장관은 경질되고 차기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훌쩍 다가올 것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