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제2금융권 장악 중국계·일본계 자본이 기다리는 것은?

[아시아엔=김영수 경제칼럼니스트] 요즘같이 자본이 국경을 거의 무한히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대에 아래 이야기는 촌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답답하고 우려가 돼 이야기를 해야겠다. 필자는 나름대로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왔다. 그 과정에 위험하고 어려운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앞으로도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혜롭게 망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비즈니스라는 것이 100이 시작하면 97이 망하는 것인데, 비즈니스 스쿨이란 것도 성공하는 것만 가르치고 망하는 것을 안 가르치니 잘못 된 거다. 유도를 배우면 낙법부터 배운다. 그런 것처럼, 잘 망하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비즈니스 어려워지면, 창피하고 스트레스가 쌓이고 인간관계가 긴장이 되고 이럴 적에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이런 것이 정말로 중요한 지식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6.25의 영웅 백선엽 장군도 개성에서 철수할 적에 잘 철수했다는 것이 그분의 업적 중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위험한 수준이란 것은 다 아는 이야기다. 이자율이 조금만 더 올라가고 경기가 회복이 안 되면 많은 가계가 아주 어려워진다. 즉 빚을 못 갚게 된다. 그러면 담보로 들어간 집이 은행에 넘어가게 된다. 한국은 이럴 때 채무자에게 너무 과하게 징벌적이다. 집이 은행에 넘어갈 적에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경매과정을 통해서 채무자에게 엄청난 추가 손해를 입힌다. 그렇다고 은행이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중간과정에 묘한, 은행들이 출자해서 만든 회사들이 돈을 벌게 되어있다. 필자는 경매를 통해서 넘어가는 과정에 채무자를 보호하는 여러 장치를 마련해주면, 이러한 가계부채의 위기를 실물경제의 위기가 아니라 장부상의 위기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즉 등기부상의 소유주가 바뀌었다가 다시 넘어오지만 그 과정이 별로 비용이 들지 않고, 채무자가 원하면 그 집에 그냥 살 수도 있다. 또 나중에 형편이 풀리면 도로 사서 입주할 수도 있고, 물론 빚 때문에 잃게 될 직장도 계속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물경제에는 별 영향이 없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런 방법 중의 다른 하나는, 일이 터지고 나서 은행에 돈을 갚지 못해 담보가 넘어가고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미리 넘기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그래야 은행 입장에선 받을 것은 다 받고, 대출받은 사람도 을의 입장에 몰려서 당하기만 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집을 사러 다닐 때는 100만원 더 깎기 위해 노력하지만, 집이 넘어 갈 때는 수억원을 턱 내어주는 그런 황당한 비대칭성을 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궁지에 몰려 해결하려 하지 말고, 아예 궁지에 들어가지 말라,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요새 같은 추세가 계속 되면 일본과 중국계 자본이 우리나라의 제2금융권을 거의 다 잠식하게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물론 “그 사람들이 돈을 넣어 주니 제2금융권 이자가 그많큼 싸졌으니 우리나라 서민들에게 그만큼 도움을 주었다”고 대범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체납할 때 채무자에게 돌아오는 환경이 너무 징벌적이어서 채무자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바로 그것이 제2금융권에게 황금 같은 활동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토종 제2금융권 플레이어들은 몇년 전 PF 덕에 거의 모두 격침되어 버렸고, 그 대신 일본과 중국계 자본이 한국의 제2금융권을 장악했다. 거기서 일본과 중국계 자본이 우리나라 서민들의 마지막 남은 단물을 다 빨아먹고 있다.

필자는 바로 이런 점에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돈에 무슨 국적이 있어?’ 하는 ‘자본국제화시대’에 필자의 우려는 아주 촌스러운 우려인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자원외교 한다면서 수십조를 날려버리고, 한편으로는 일본과 중국에 제2금융권을 다 내어주는 뼈아픈 현실이코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하긴 그런 일에 대해서 대범하게 생각할 수 있어야 진정한 금융맨이라고 했건만, 필자는 그래도 심각한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필리핀에 가서 제2금융권을 통해 상당히 재미본 사람도 있는 마당에 피땀 흘려 번 월급에서 이자를 떼어가는 사람이 한국인인들 일본인인들 뭔 그리 큰 상관이 있겠냐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 하지만 그래도 구한말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제2금융권을 장악하고 그 뒤 곧 나라가 아주 어려워진 경험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은 일본계, 중국계 자본이 한국의 제2금융권을 장악한 것이 영 불편한 것도 숨길 수 없는 뼈아픈 현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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