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경제토크] 삼성휴대폰 같은 제품 20개면 한국경제 제대로 돌아간다
학습·모방하고 추격·추월하라, 한국경제 되살리는 지름길
[아시아엔=김영수 국제금융학 박사] 몇 달 동안 일본경제를 둘러보지 않았다. 필자도 내 비즈니스가 있으니, 남의 걱정만 할 수 없어서 그랬다. 그렇더라도 경제를 공부하는 사람은 한번씩 휙 하고 여기저기둘러봐야 한다.
역시 일본 공공부채가 GDP의 230%까지 올라간 것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일본의 제일 큰 경제 이슈라고들 생각하는 듯하지만 반드시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니다. 빚이 아무리 많아도 갚으라고 닥달하면서 내용증명 보내고 차압 들어오고, 그럴 빚쟁이만 없으면, 더 자유롭게 더 꿀 수 없다는 불편만 있을 뿐 별로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물론 도덕적으로 칭찬받을 만한 태도는 아니다. 현실을 이야기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현실, 그걸 무시하면 비현실적이 된다.
일본의 경우, 현재 정부의 빚도 다른 공공기관들이 GDP의 약 100% 정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본의 공공기관이 정부를 대상으로 재판을 걸거나 차압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일본정부의 빚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봐도 된다는 의견이 있다.
게다가 일본의 생명보험 회사들이 엄청 가지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들락날락하고 투기세력도 준동하는 시장에 활발히 돌아다니는 일본정부의 국채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일본정부의 국채와 관련해서 또하나 투기세력이 달라들면 엄청난 일본의 외환보유고와 미국정부의 개입으로 충분히 방어해낼 수 있다. 한 마디로 일본이 현재의 국채 사이즈때문에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양적완화를 통해서 일본은행이 국채를 비싸게(즉 낮은 이자로) 무한정 사줄 수 있기에 지금 상대적으로 싼(즉 높은 이자를 가진) 국채는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이자가 붙은 국채를 이자가 없는 국채로 바꾸기 때문에 이자부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실이 그렇다. 지금처럼 디플레이션 때문에 다들 고생하는 시점에서는 정부가 빚을 지면서, 부채를 늘리는 것에 너무 민감할 필요가 없다. 나중에 인플레이션이 되면서 빚의 실질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어서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부채를 늘렸다가 나중에 인플레로 빚을 절로 탕감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이런 일을 너무 크게 너무 자주 하면 정부 신용이 떨어지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적절한 정책이 될 수 있다.
화폐화(Monetization)로 악성인플레가 촉발되는 그런 클래식한 가능성, 즉 요즘처럼 디플레가 걱정인 시대에서는 너무 과민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부잣집에서는 사실 살림하기가 편하다. 요즘은 각종 규제로 그런 일이 조금 어려워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재벌집 아들은 회사를 차리면 다른 계열사에서 거기다 일감을 몰아주고 비자금도 대준다. 거기다 그 회사 주식은 계열 증권사에서 뻥 튀겨 사주기도 한다.
일본은 따지고 보면 엄청나게 큰 부잣집에 비유할 수 있다. 웬만한 불경기와 경제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재력이 튼튼하다. 엄청난 큰 실수, 예를 들어 대동아전쟁을 일으키는 종류의 짓만 하지 않으면 별로 걱정할 건 없을 것 같다.
이제 한국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필자는 한국이 미래에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런 나라가 될 수 있었다고 봤다. 일본이 국채사이즈를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듯이 이명박 정부초기에 한국정부의 재정상황도 상당히 좋은 수준이었다. 그래서 복지정책을 강화했다고 치자. 그러면 지금의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을 것이고, 거기서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구매력으로 내수경기가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자에게 돈을 더 몰아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역사상 한번도 성공해보지 않은 정책에 치중하다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필자는 지난 시대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의 비밀이 일본형 경제성장모델의 학습과 답습이었다면, 앞으로는 경험도 없는 신사업을 시도하는 것도 좋지만, 일본산업을 추월하는데 촛점을 맞추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따라잡았기에 추월하기도 쉽다고 본다. 꼴등하던 사람이 2등까지 올라왔다. 1등이 뭐하나 봐서 그것을 추월하는 작전이 좋다는 거다. 이제 새 분야에 대해 바닥부터 시작하면서 마침내 1등을 추월하는 것이다.
삼성도 토시바와 소니를 추월하면서 세계 일류가 되었듯이, 현대자동차도 도요타를 추월하면 세계 일류가 될 수 있다. 경험도 없고, 배우거나 따라잡을 대상도 마땅찮은 그런 신분야에서 맨땅에 헤딩하느니, 학습하고 모방하고 추월할 수 있는 그런 상대가 있는 분야에 힘을 쏟는 것이 노력 대비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싶다.
정부정책도, “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일본의 해당산업을 추월한다”로 구체적으로 판을 짜면 보다 목표가 명확하고 보다 독려하기가 쉬울 것이다.
창조도 중요하지만 학습->모방->추격 그리곤 추월, 그렇게 나쁜 방식은 아니다. 너무 앞서갈 것도 없다. 몇달치만 늘 앞서면 된다. 그래도, 워낙 세계시장이 넓어서 삼성휴대폰 같은 상품이 20개, 30개가 된다고 하면, 한국경제는 상당히 부유한 길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