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의 경제토크] 삼성 몰락 걱정할 필요 없다

요사이 내가 보기에 한국인에게 가장 커다란 문제는 ‘삼성 어떻게 되나, 그러면 한국 어떻게 되나?’ 이거다.

7.30보궐선거, 정당 지지율,..그런 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만 중요하다. 그러나, 삼성문제는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조차 엄청 중요하다. 그래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해봤다. “이건희 회장님은 2달 넘게 입원해 계시고, 아드님은 어째 미덥잖고, 미덥더라도 황제의 지위에는 오르지 못할 것 같고, 오르더라도 잘 하지 못할 것 같고, 잘 한다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처해있는 그 상황이 리더가 잘 한다고 해서 잘 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이것이 현재 상황을 가장 간략하게 정리하는 것일 게다.

기왕 말 나온 김에 차분하게 말고, 종횡무진 분석해보자.

첫째, 요사이 삼성의 몰락가능성과 관련 가장 많이 들리는 이야기가 노키아의 몰락과 핀란드의 케이스다.

핀란드 경제에 엄청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던 노키아가 몰락했는데, 처음에는 쇼크가 있더니, 나중에 오히려 벤처붐이 불어서, 장기적으로는 잘 되더라 그래서 삼성의 몰락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 이야기다.

충분히 발생가능한 시나리오다. 사실, 삼성전자 자체가 그런 프로세스를 선제적으로 시행하면 좋을지도 모른다. 일사분란한 船團식, 軍隊식 조직으로 큰 승부에 전사적인 운명을 걸어온, 그래서 성공해온 그런 방식으로는 한계에 도달한 것 같으니, 오히려 창업지원 등을 통해서 삼성 출신들이 끝도 한도 없이 창업하도록 지원해주는 방법들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핀란드도 그랬다고 들었다. 노키아가 완전히 몰락하기 전에, 노키아와 핀란드 정부가 앞서 말한 그런 정책을 진작부터 시행했다고 한다.

삼성의 경우, 퇴직 사원들이 삼성에 물량을 공급하는 하청업체를 차리는 예들이 많다. 그런데 그것은 한국경제의 삼성의존도를 되레 더 증가시키는 케이스다. 도요타보다는 그 부품업체인 닛본덴소가 더 알짜배기인 경우처럼, 모기업 외의 다른 기업에도 부품을 공급하면서 독자세력을 형성하는 일들이 훨씬 더 많아야한다. 다행인 것은 중국과 동남아에 삼성과 같이 진출한 부품업체들 가운데 그런 식으로 독자세력을 형성하는데 성공한 케이스가 많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민의 창의성, 정말 놀랍다.

둘째, 중국의 저가 폰에 밀리고 있다?
나는 그런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삼성도 이미 중국에 많이 진출해 있으며 경제환경적으로만 보면 삼성도 중국폰과의 경쟁에서 이미 중국화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고가 스마트폰이라는 업종 자체가 수명을 다한 것이다. 나도 지금까지 약 15개 정도의 휴대폰을 샀는데, 요새는 살 때마다 손해본다는 느낌이 너무 든다. 잔뜩 장착되어 있는 기능들 중에 내가 실제로 쓰는 것은 5%도 안 된다.

그러니 더 고급, 더 고급, 더더욱 다기능…이제는 한계효용이 거의 제로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뭘 더 넣을 수 있을까? 뭐든지 새 기종 나오면 냅다 사는 나도 이 지경이니, 고기능 고가폰이라는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진다.

‘고급 휴대폰’이라는 한 시대를 휩쓸었던 상품이 있었고 여러 경제환경의 변화로 그 상품이 사라진 것으로 쿨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 상품이 전성기였을 때의 강자가 다음 시대에도 강자라는 법은 없다. 당연한 이치다.

중국 서안에 세계 최대 마력의 증기기관차 공장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100년전에도 전기자동차 붐이 있었다. 한 상품이 한 시대를 휩쓸고 거기에 강자가 나오고, 그리곤 다음 시대가 열리고…겸손해야 한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셋째, 나는 삼성의 몰락이 소니처럼 급작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소니보다 훨씬 다양하고 더 큰 망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렇다. 소니는 거기에다 근대 국제경영의 코스프레를 한답시고 외국인 회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 사람 때문에 몰락이 어느 정도 지연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긴 한데,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소니의 영혼을 팔아넘기는 행위였다. 삼성도 행여 그런 일을 저지를까 걱정 된다.

진격하고 확장할 때의 경영은 쉽다. 그러나 축소하고 철수할 때의 경영이 더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튀는 행동을 하지 말고, 클래식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년에 10%씩 축소한다. 각자 도생하여 밖에서 뛰어볼 사람들을 계속 내보내고 새로 생겨나는 생명체들의 주주 위치를 차지하면서, 본체는 질서정연하고 품위있게 시대의 커튼 뒤로 사라지면 된다. 영국이 전성기 때의 부를 지금은 전부 주식의 형태로 가지고 있게 된 것을 참고하면 된다. 수많은 영국기업들은 생명을 다하고 사라졌지만 그 주인(과 그 후손들)은 지금 그때 새로 태어난 회사들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넷째, 한국민들도 이건희 회장 일가에 관해서는 너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까지 존경할 필요도, 미워할 필요도 없는 ‘보통사람들’이다. 또 삼성 전자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다른 전자회사들도 마찬가지 내지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추측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니길 바라지만 말이다. 지나간 시대의 지나간 행위들에 관해서 물을 만큼의 책임만을 묻는 것이 양식있는 시민들의 교양이다.

나는 한국인의 창의성에 늘 감탄한다. 이번에도 창의성으로 극복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