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이건희 박근혜 시진핑의 건배주

지난 7월3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국빈만찬에는 사치와 낭비, 허례허식 척결을 내세운 시 주석의 의중을 반영하여 10만원대 와인 2종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와인은 스페인 도미니오 드 핑구스의 ‘핑구스 PSI 2011’이며, 화이트와인은 사르도네 품종으로 만들어진 프랑스 메종 르로이 부르고뉴 블랑 ‘플뢰르 드 빈드’이다. 두 와인의 백화점 시판 가격은 각각 13만원, 12만원대. 이들 와인은 쉐라톤워커힐호텔 소속 유영진 소믈리에가 청와대에 추천한 레드ㆍ화이트 와인 6종에서 낙점된 것이라고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원래 술을 거의 안마시지만, 국내외 CEO나 유명 인사들과 식사할 때는 좋아하는 와인을 제공한다. 만찬주로 등장한 와인들은 ‘이건희 와인’이란 별칭이 붙으며 인기를 누려왔다. 금년 1월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건희 회장이 주재한 삼성그룹 사장단 신년 만찬에 전통주 2종과 와인 1종이 등장했다. 작년까지 삼성은 신년 만찬에 와인만 올렸으나 올해 처음으로 전통주를 추가했다.

전통주 ‘백련 맑은술’은 충남 당진의 신평양조장에서 만든 술로 당진 해나루쌀과 백련잎을 사용해 빛깔이 밝고 부드러우며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전남 함평에서 빚어낸 고급 청주 ‘자희향 국화주’는 유기농 찹쌀과 누룩을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빚은 술로서 ‘향기가 좋아 차마 삼키기 아쉽다’는 뜻의 석탄향주(惜呑香酒)를 복원한 것이다. 그리고 와인은 미국 나파밸리산 ‘샤토 몬텔레나 이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2009)’이 제공되었다. 가격은 전통주는 병당 6000원(벽련맑은술), 2만원(자희향국화주), 그리고 와인은 3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초고가 와인 선물세트가 실제 판매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난해 설과 추석에는 판매가 전무(全無)했던 세계 최고급 와인 선물세트가 금년 1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 개인 고객에게 판매되었다고 한다. 한편 홍콩에서 열리는 ‘와인경매’에는 중국의 큰손들이 몰려들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예를 들면, 2005년산 로마네 콩티 한 상자(12병)가 181만5000홍콩달러(원화로 병당 2100만원)에 낙찰되었으며, 1989년산 샤토 페트뤼스 3병짜리 세트는 72만6000홍콩달러(병당 3500만원)에 낙찰됐다.

롯데백화점에서 3900만원에 판매된 ‘로마네 콩티(Romanee Conti) 2010’ 선물세트에는 로마네 콩티 1병, 라타슈 3병, 로마네 생 비방 2병, 라슈부르 2병, 그랑 에세조 2병, 에세조 2병 등 총 12병의 고가(高價) 와인이 들어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 특산 와인인 ‘로마네 콩티’는 매년 450상자(5400병) 정도만 소량 생산된다. 한편 신세계백화점에서 한 병당 650만원인 ‘샤토 페트뤼스’ 와인 선물세트 5개가 판매됐다고 한다. ‘샤토 페트뤼스’는 한 해에 3000상자만 제조한다. 이에 최고급 와인들은 와인 수집가들 사이에서 “사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와인”으로 꼽힌다.

요즘 와인을 화제로 올리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물로 와인을 건네는 사람도 많다. 선물용 와인을 고를 때는 생산국, 포도 재배산지, 포도 수확연도, 맛, 가격 등을 고려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별한 와인을 구입해 선물하는 것도 와인 애호가에게는 색다른 기쁨을 줄 수 있다.

와인을 마실 때는 다음과 같은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ㅿ코르크 마개를 열고 와인을 나눠 따르기 전에 시음자를 정해 맛을 보게 한다. ㅿ와인은 와인잔의 3분의 1정도 따르는 것이 마시기에도 적당하고 잔을 흔들어 향을 맡기에도 좋다 ㅿ와인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와인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도록 따라준 와인을 성급하게 바로 마시지 말고 와인색 등을 지켜보거나 향을 즐기는 여유를 갖는다 ㅿ와인 향을 즐기는 자리인 만큼 담배를 피우거나 강한 향수를 뿌리고 나가는 것을 삼간다 ㅿ와인잔을 잡을 때는 와인잔의 가는 기둥(stem)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는다 ㅿ와인을 받을 때 잔을 테이블 위에 놓아 둔 채로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고 싶다면 와인잔 밑면에 손을 살짝 대고만 있으면 된다 ㅿ와인을 ‘원샷’하지 말고 조금씩 마시며, 자신의 술잔을 돌리지 않는다.

와인의 어원은 라틴어의 비넘(vinum) 즉 ‘포도나무로부터 만든 술’이라는 의미이다. 와인은 마시기 전에 잔을 불빛에 기울여 와인 색을 확인하고, 잔을 가볍게 돌려 향을 발산시켜 와인 향을 음미하고, 적은 양을 입안에 넣고 혀로 와인의 풍미를 감상하며 즐겨야 한다. 이때 와인의 변질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품질을 평가할 때 얼마나 오랫동안 숙성시킬 수 있느냐를 따지는데, 이를 숙성력이라고 한다. 얼마나 오래 맛과 향을 잃지 않고 보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보통 와인의 숙성력은 출시되고 4~5년이다. 와인 라벨에는 생산국, 포도 재배산지, 포도품종, 와인등급, 제조회사, 알콜도수 등이 자세히 표시돼 있다.

와인의 종류를 색, 맛(당도), 식사용도 등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색에 따라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Rose wine)으로 분류한다. 레드 와인은 제조과정에서 포도껍질째 발효가 되므로 껍질 속에 있는 안토시아닌, 타닌 성분으로 독특한 색깔과 떫은맛을 지니게 된다. 화이트 와인은 가끔 레드 와인을 이용하여 만들기도 하지만, 황색 와인이나 금빛 와인 그리고 물처럼 맑은 와인들은 모두 백포도로 만든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에 비해 타닌 성분이 상대적으로 적어 상쾌하고 부드러우며 과일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로제 와인은 적포도를 원료로 하지만 제조과정에서 발효초기에 포도껍질을 제거함으로써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중간색인 핑크색을 띠게 만든 와인이다.

와인의 당도에 따라 드라이 와인, 미디엄 드라이 와인, 스위트 와인으로 분류한다. 드라이 와인은 포도즙 발효과정에서 포도당이 모두 발효되어 단맛이 거의 없는 와인이며, 미디엄 드라이 와인은 발효과정에서 발효되지 않은 포도당이 약간 남아 단맛을 감지할 수 있는 와인이다. 스위트 와인은 발효과정에서 포도당이 남아 있도록 하여 단맛을 내는 와인이다. 일반적으로 스위트 와인이란 화이트 와인을 말하며, 약간 달달한 레드 와인은 소프트 레드 와인이라고 한다.

식사용도에 따라 식전주(Aperitif wine), 식중주(Table wine), 식후주(Desert wine)로 분류한다. 식전주는 정찬에서 주요리나 음식을 먹기 전에 식욕을 돋워주는 역할을 하는 와인이다. 주로 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 스파클링 와인이 사용된다. 식중주는 주요리나 음식의 재료와 소스에 어울리는 와인으로 선택하고, 주요리 소스의 맛과 향을 넘어서는 와인은 피하는 것이 좋다. 드라이 와인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식후주는 식사 후에 입안을 개운하게 하며 마음도 안정시키는 달고 부드러운 와인을 선택한다. 스위트 화이트 와인, 아이스 와인, 포트 와인(Port wine) 등이 있다.

화이트 와인은 냉장고에 보관하며 섭씨 8도 미만의 온도에서 마시면 맛과 향이 더욱 좋다. 레드 와인은 상온에서 보관해도 좋지만, 마시기 1시간 전에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섭씨 14~17도 온도에서 마시면 좋다. 와인은 아주 민감하고 예민한 술이기 때문에 술병을 개봉하는 순간부터 산화가 시작된다. 이에 일단 마시다 남은 와인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다. 그러나 와인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와인 디캔터에 옮겨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2~3일쯤 보관할 수 있다. 남은 와인은 칵테일이나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여도 좋다. 또한 피부에 발라주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지친 피부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필자는 아내와 함께 지난 15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인문학 강좌를 수강하고 있으며, 금년에는 명지대 한명기 교수의 ‘500년 역사, 조선의 왕 이야기’를 공부하고 있다. 강사는 지난달 시진핑 (1953년6월1일 생) 중국 국가주석의 박근혜(1952년2월2일 생) 대통령 방문을 두고 조선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즉 중국 황제가 조선 국왕을 방문하는 것은 옛날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박정희(1917~1979) 대통령(1963~1979)이 주도한 산업화로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으로 발전하여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결과로 나타난 산물이다.

한편 사치와 낭비, 허례허식 척결을 내세우는 시 주석에게 방한 국빈 만찬장에서 수입 와인 대신 우리나라 전통주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앞으로 우리의 전통주를 국빈 만찬에서 건배주로 사용할 것을 건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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