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가을전어 맛있게 먹는 법

“며느리가 시집살이가 하도 힘들어서 집을 나갔다가 시어머니가 굽는 전어 냄새에 못 이겨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전어 맛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고 한다. 즉 전어구이는 구울 때 나는 냄새를 맡고 도망친 며느리도 되돌아오는 별미로 여긴다.

전어(gizzard shad)의 학명은 ‘Konosirus punctatus’이며, 청어(靑魚) 목(目), 청어과(科)에 속한다. 전어의 생김새가 동전같이 생기지 않았는데 한자로는 전어(錢魚)로 표기한다. 입이 작고 이가 없으며, 납작한데 등이 솟았고 배가 불러서 긴 달걀모양을 하고 있다.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은 정약용(丁若鏞)의 둘째 형이며 그의 저서(玆山魚譜)에는 전어를 한자로 ‘箭魚’라고 쓰고 “큰 것은 1척 가량이고 몸이 높고 좁다. 빛깔은 청흑색이다. 기름이 많고 맛이 좋고 짙다. 흑산도에 간혹 있는데 육지에 가까운 곳에서 나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1801년(순조 1년) 신유사옥(辛酉邪獄)으로 전라도 흑산도에서 유배생활 중 흑산도 근해의 수산생물을 조사한 기록을 1814년 발행한 어류학서다. 책명의 자산(玆山)은 흑산(黑山)이라는 뜻이며, 3권 1책으로 편집하여 수산동식물 155종(鱗類 73종, 無鱗類 43종, 海蟲 4종, 海禽獸 1종, 海草 35종)에 대한 명칭ㆍ분포ㆍ형태ㆍ습성 및 이용 등에 관하여 상세히 기록하였다.

조선말기의 농학자이자 정치가인 서유구(徐有?, 1764~1845)는(蘭湖漁牧志)와(林園經濟志)에 전어를 한자로 ‘錢魚’로 표기하고 “서남해에서 난다. 등에는 가는 지느러미가 있어 꼬리까지 이른다”고 하였다. 또 전어는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錢魚’라고 한다고 전어라는 이름의 유래도 언급하였다.

난호어목지는 서유구가 1820년경 저술한 어류학서이다. 어명고(魚名攷)에서 강어(江魚), 해어(海魚), 논화산미견(論華産未見), 논해어미험(論海魚未驗), 논동산미상(論東産未詳) 등으로 분류하여 총 154종 수산동물의 형태, 생태, 조리, 식미(食味) 등을 설명하였다.

임원경제지는 서유구가 만년에 저술한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긴요한 일을 살펴보고 이를 알리고자 한국과 중국의 800여 종의 문헌을 참고, 인용하여 엮어낸 농업 위주의 백과전서다. 총 113권 52책으로 구성되어 있는 임원경제지 37~40권에 수록되어 있는 전어지(佃漁志)는 가축과 야생동물 및 어류를 다룬 논저로 가축의 사육과 질병치료, 사냥법과 어구(漁具)에 관하여 설명하였다.

전어는 등지느러미의 끝 연조(軟條)가 길고 실과 같은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며, 꼬리지느러미는 황색을 띠고 있다. 몸빛은 등은 검푸르고 배 쪽은 은백색인데, 체측 중앙부에서 등 쪽으로 농갈색의 반점 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을 전어’라고 부를 정도로 가을에 잡히는 15cm 정도 크기의 전어를 선호한다. 전어는 자연 상태에서 1년이 되면 평균적으로 11cm, 2년이면 16cm, 3년이면 18cm, 6년 정도 자라면 22cm이 되며, 드물게 30cm까지 자라기도 한다. 보통 20cm가 넘는 큰 전어를 ‘떡전어’라고 한다. 한편 양식은 낮은 수온의 영향으로 가을을 넘겨 살지 못한다. 도시에서 판매되는 작은 전어는 대부분 양식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근해성 생선인 전어는 여름에는 외양(外洋)에서 지내고 가을부터 이듬해 봄 사이에 내만이나 하구의 기수역(汽水域,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수역)에 몰려온다. 수심 30m 이내의 연안에 주로 서식한다. 전어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잡아먹으며, 산란 시기는 3~8월이며, 산란 성기(盛期)는 4~5월이다.

분포지역은 우리나라 서남해안을 위시하여 동중국해, 일본 중부이남 바다에 많이 서식한다. 남해안 전어 유명산지로 전남 보성 율포, 광양 망덕포구, 경남 사천 대포, 진해, 부산 명지동 등이 꼽힌다. 남해에서 잡히는 전어도 산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즉, 지역에 따라 전어의 맛, 먹는 방식 등이 차이가 있다.

전어는 양념된장과 마늘을 곁들어 먹는 ‘회’와 칼집을 넣은 전어에 소금을 뿌려 구운 ‘구이’ 그리고 마늘, 양파, 오이 등의 채소와 곁들여 초고추장에 무쳐 먹는 ‘무침’ 등이 있다. 또한 회덮밥, 찜으로도 먹는다.

전어 구입요령은 비늘이 많이 붙어 있고 윤기가 나는 것이 좋으며, 등 부분은 초록색 빛을 띠고 배 부분은 은백색을 띠고 있는 것이 좋다. 비늘, 머리, 지느러미, 꼬리, 내장 등을 제거한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요리에 사용한다. 잘 손질한 후 바로 요리하여 먹거나 냉동실에 보관한다. 냉장 보관하면 1~2일은 가능하다.

보성 율포 전어는 기름이 많고 살이 부드러운 반면 부산, 진해, 사천 대포 전어는 상대적으로 기름이 적고 살이 단단하다. 육질이 다르므로 회 뜨는 모양도 보성 율포의 부드러운 전어는 회를 약간 두껍게 썰며, 살이 단단한 진해, 부산, 사천 전어는 훨씬 얇게 썰어낸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에 있는 광양 망덕포구에서는 전어 육질도 중간쯤이며, 회도 중간 두께로 썰어 먹는다.

부산 명지와 진해에서는 전어 뼈회(일명 세꼬시)를 뜰 때 ‘錢魚’가 돈 전(錢)자를 쓰므로 동전처럼 동그랗고 도톰하게 뜨기도 한다. 전라도에서는 거의 모든 음식에 참깨와 참기름이 뿌려져 나오는데 전라도 요리의 특징을 살려 보성 율포에서는 전어회에 참깨를 듬뿍 뿌린다. 전어회, 회무침, 구이를 합쳐 ’전어 코스(풀코스)‘라는 이름으로 판다.

전어의 주요 영양성분(가식부분 100g당)은 다음과 같다. 수분 70.4%, 열량 204kcal, 단백질 17.1g, 지방 14.4g, 당질 0.2g, 회분 1.4g, 칼륨 323mg, 칼슘 110mg, 인 274mg, 철분 1.5mg, 아연 0.68mg, 비타민B1 0.16mg, 비타민 B2 0.15mg, 나이아신 11.4mg.
전어는 잔가시가 많으나 맛있는 생선으로 단백질이 풍부하며 지방이 비교적 많은 생선이다. 지방을 구성하는 성분은 영양가가 높은 고도불포화산인 점이 특색이다. 그러나 불포화 정도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에는 구워 먹으면 여분의 지방이 흘러내려 맛과 영양이 좋아진다.

생선은 지방이 많은 것일수록 비린내가 많이 난다. 뜨물이나 소금물에 약 5분 동안 담가두었다가 끓이거나, 술이나 식초 등을 넣고 조리하면 살이 단단해지고 비린내가 가신다. 생선을 구울 때 소금을 20분 전에 뿌려 놓았다가 술에 적셔서 구우면 생선의 표면이 단단해지므로 부서지지 않고 비린내도 줄어든다.

전어는 각종 영양분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는 좋은 식품이다. 전어에는 잔뼈가 많아 먹기에는 불편하지만, 칼슘을 다량 섭취할 수 있어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DHA와 EPA 등의 불포화지방산은 혈액을 맑게 해서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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