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한가위 연휴 건강하게 즐기려면

우리 선조들은 계절에 대한 지혜를 응축하여 1년을 24절기로 나누어 계절 변화에 따라 농사 등 일상생활에 활용했다. 24절기 중 가을과 관련된 절기에는 입추(立秋)ㆍ처서(處暑)ㆍ백로(白露)ㆍ추분(秋分)ㆍ한로(寒露)ㆍ상강(霜降)이 있다.

절기상 처서의 날씨는 한해 농사를 좌지우지한다. 즉 햇살이 따갑고, 날씨도 쾌청해야 곡식들이 제대로 여물 수 있다. 이에 선조들은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에 든 쌀이 줄어든다”고 비를 경계했다.

금년에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와 삼복 중 마지막인 말복이 8월7일에 겹쳤다. 또한 찬 이슬이 내려서 완연한 가을을 의미하는 백로와 추석이 같은 날로서 9월8일이다. 올 추석은 양력 기준으로 38년 만에 가장 이르며, ‘대체휴일제’가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주말을 포함해 총 5일(6~10일)의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다.

설날과 더불어 연중 으뜸 명절인 ‘추석’은 음력 팔월 보름(8월15일)으로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秋) 저녁(夕)’으로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추석은 중추, 중추절(仲秋節), 가위, 한가위, 가배(嘉俳), 가배일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위는 가을의 가운데를 의미하며, 한가위의 ‘한’은 크다는 뜻이므로 큰 명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가위나 가배는 순수 우리말이며 가배는 가위를 이두식의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중국인들은 추석 무렵을 중추 또는 월석(月夕)이라 한다.

추석은 정월대보름(음력 1월15일), 6월 유두(流頭), 7월 백중(百中)과 함께 ‘보름명절’이다. 대보름은 신년에 처음 맞는 명절이어서, 추석은 수확기가 시작되는 시기여서 중시된다. 특히 추석은 한 해 농사의 결실을 보면서 이듬해 풍농을 기리는 의미가 있다. 농경사회에서 보름의 만월(滿月)은 농사의 풍작을 비롯하여 풍요다산(豊饒多産)을 상징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추석인 8일 서울 기준으로 오후 6시8분 보름달이 뜬다”고 밝혔다. 올해 가장 큰 보름달인 ‘수퍼문(Super Moon)’은 지난 8월11일 관측됐으며, 추석 보름달은 올해 둘째로 큰 보름달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보름달 크기가 변하는 것은 달이 지구 주위를 타원 궤도로 공전하면서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한가위에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례를 지냈다. 차례는 말 그대로 ‘차(茶)를 올리면서 드리는 예(禮)’를 말하며, 옛 조상들은 차례상에 차를 올렸다. 그러나 서민들은 값비싼 차를 구하기 어려워 집에서 정성껏 담근 곡주를 올렸다.

우리나라에는 차례나 제례(祭禮)에 쓰이는 차례주ㆍ제주를 각 가정에서 직접 담가 조상님께 올리는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일제는 집에서 빚는 양주(家釀酒)를 금지했다. 또한 1960년대에는 양곡보호정책으로 술 제조에 쌀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식 청주(淸酒)가 전통 제주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요즘도 일본의 청주 브랜드인 정종(正宗)을 우리 전통술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주정(酒精, 에틸알코올)을 섞어서 빚는 일본식 청주와는 달리 우리 전통주는 쌀로 빚는 전통방식 그대로 제조하는 순수 발효주다. 이에 우리 전통주는 특유의 연한 황금빛을 띠고 맛이 부드럽고 풍부하며 뒷맛이 깔끔하다.

가정의 안녕을 기원해주신 조상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차리는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은 지역과 가풍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차례상에는 햅쌀밥, 햇과일, 송편, 토란탕, 닭찜 등과 정성껏 빚은 신곡주(新穀酒)를 올렸다. 가을이 제철인 조율이시(棗栗梨?ㆍ대추, 밤, 배, 감)를 한가위 차례상에 올리며, 특히 대추는 제상의 첫번째 자리에 놓인다.

차례를 지내고 난 뒤 참석한 사람들이 술과 음식을 나눠 먹는 음복례(飮福禮)를 하는 것은 조상님의 보살핌이 늘 함께한다는 믿음을 가족과 나누는 의식이다. 또한 가을 문턱에 들어선 추석 연휴에 가족이 함께 모여 여유롭게 차 한잔 마시는 것도 좋다. 가을의 운치를 살려주는 감잎차, 오미자차 등이 좋다.

추석에는 강강술래, 줄다리기, 가마싸움, 소놀이, 거북놀이, 소싸움, 닭싸움 같은 놀이를 한다. 특히 한가윗날 보름달 아래서 펼치는 원무(圓舞)인 강강술래는 운치가 있으며, 풍요를 상징하는 달에 비유되는 놀이다. 추석놀이들은 풍농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

설날의 명절식(名節食)이 떡국인 반면 추석의 명절식은 송편(松餠)이다. 명절식은 차례상에 올려 조상께 제를 지내고 가족과 친척 그리고 이웃이 나누어 먹는다.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인 송편은 흰떡에 솔잎에서 발산되는 소나무의 정기를 불어넣은 떡이다. 송편을 먹으면 늘 푸른 소나무처럼 건강해진다고 여겼다. 송편은 쌀가루에 무엇을 첨가하고 소를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콩, 깨, 송기, 도토리, 칡, 호박, 모시잎 송편 등 다양하다.

추석 송편을 찔 때 바닥에 까는 솔잎은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소나무 재선충병과 솔잎흑파리 등을 방제하기 위해 독성 농약을 주사한 소나무의 솔잎을 채취해 사용할 경우 잔류 농약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즉 방제용 주사는 1회 방제 시 약효가 길게는 2년 동안 지속되어 솔잎을 물에 씻어도 농약 성분이 남아 있다. 농약을 주입한 소나무에는 지름 1cm 정도의 약제 주입 구멍이 뚫려 있고, 주위에 현수막과 깃발이 설치되어 있다.

해마다 추석 연휴에 기도(氣道)가 음식물로 인하여 막혀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빈번하다. 추석 음식 중에 송편을 먹다가 기도가 막힌 경우가 많다. 씹고 삼키는 힘이 부족한 아이들과 치아가 약한 노인들은 송편을 먹을 때 주의하여야 한다.

토란(土卵)탕은 한가위에 먹는 국물 음식으로 쇠고기 양지머리 육수에 토란과 다시마를 넣고 끓인다. 토란은 추석 무렵이 제철이며, 이때 영양과 맛이 제일 좋다. 토란에는 소화를 돕고 변비를 예방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과식을 해서 배탈 나기 쉬운 추석 명절에 아주 유용한 식품이다.

추석 차례상을 약선(藥膳)음식으로 차리면 약선에 들어가는 재료의 다양한 건강 효과로 노부모의 원기 보양을 돕고, 자녀와 손주들도 먹기 부담스런 기름진 고칼로리 명절음식을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약(藥)과 음식(膳)을 결합한 말인 ‘약선음식’은 음식으로 약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의미이다. 한의학은 전통적으로 약식동원(藥食同源) 즉 약과 음식의 근본이 같기 때문에 음식을 약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삼계탕 같은 약선음식은 기운을 회복하는 데 효과가 있다.

약선음식을 만들 때 재료를 너무 많이 넣으면 음식궁합이 맞지 않아 효과가 떨어지고 체내에서 제대로 흡수되지 않으므로 약재를 3가지 이상 쓰지 않도록 한다. 약선음식 재료는 서울 경동시장, 대구 약령시장 같은 한약재 시장을 비롯하여 재래시장, 대형마트, 백화점,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대개 마른 약재이므로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된다.

산약(山藥)으로 불리는 마(麻)는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에 효과가 있으며, 항노화(抗老化) 작용도 한다. 갈비찜을 할 때 갈비가 다 익을 때쯤 껍질을 벗긴 마를 넣고 더 익히면 산약 갈비찜이 된다. 복령(茯笭)은 혈당수치를 내리고 면역기능을 강화해 주며 항암, 위장관 이완, 궤양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노폐물 해독효능이 있는 녹두로 전을 부칠 때 복령 가루를 풀어둔 물과 녹두를 함께 갈아 전을 부치면 복령녹두전이 된다.

생지황(生地黃)은 혈관에 쌓인 노폐물을 없애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만성질환에 좋다. 또한 생지황은 우리 몸의 비정상적인 열을 내리고 어혈을 풀어주고,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차례상에 올리는 백김치를 만들 때 생지황을 넣고 끓인 물에 젓갈과 소금 간을 한 뒤 김치국물로 쓰면 생지황 백김치가 된다.

백출(白朮) 고사리나물, 진피(陳皮)차는 만성소화불량에 효과가 있으며, 관절염에는 두충(杜?) 도라지나물이, 기관지 질환에는 삼백초(三白草) 더덕조림이 좋다. 기억력 감퇴 및 불면증에는 구기자(拘杞子) 약과와 하수오(何首烏) 송편이, 그리고 기력이 약화된 노인은 당귀(當歸) 토란탕과 용안육(龍眼肉) 약식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추석에 온 가족이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었다. 추석에 즈음하여 자주 나오는 말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에는 일상 속에 힘들었던 일들을 떨쳐버리고 즐겁고 풍족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기원이 담겨 있다.

한편 핵가족화된 가족구성원들이 추석 등 명절 때 갑자기 전통적인 공동 가족군에 포함됨으로써 스트레스를 겪게 되어 이른바 ‘명절증후군’이 생긴다. 명절증후군은 명절 때 받은 스트레스로 정신적 또는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오랜 시간의 귀향 과정, 가사노동 등으로 인한 신체적 피로,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명절증후군은 대부분 주부들이 겪지만, 요즘은 남편, 미혼자, 미취업자, 시어머니 등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미취업자와 미혼자의 경우, “취직했느냐”, “결혼하라”는 등 어른들 성화에 명절이 두려워진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명절증후군 증상으로 두통, 어지러움, 소화불량 등 위장장애, 피로, 우울감 등이 나타난다. 명절증후군에서 벗어나는 길은 주부들은 우선 틈틈이 휴식을 취하여 육체의 피로를 줄여야 한다. 특히 하루 종일 쭈그려 앉은 채로 혹은 서서 일하다 보면 허리가 아프기 쉽다. 이럴 때는 자세를 바꿔 가면서 일을 하는 것이 좋다. 또 “고맙다”,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는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작용을 해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추석 연휴에 성묘 하거나 야외에 나들이를 다녀온 후 오한(惡寒), 구토, 복통, 심한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가을철에 유행하는 유행성 출혈열, 쯔쯔가무시병, 렙토스피라병 등 3대 발열성 질환은 들쥐의 배설물 등을 통해 배출된 한타바이러스,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의 유충, 렙토스피라균에 오염된 물과 흙 등에 의해 인체에 감염된다.

열성질환의 초기 증상이 감기몸살과 비슷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논밭 작업이나 야외에서 활동할 때에 긴소매, 긴바지, 양말, 장화 등을 착용하고, 되도록 풀밭에 눕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발병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긴 연휴 동안 갑자기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서울 건강콜센터(전화 119)에 연락하면 24시간 전문의의 전화상담 및 응급조치 등을 책임진다. 서울시는 연휴기간 응급환자 발생시 조치, 당직 의료기관 및 휴일 지킴이 약국안내 등을 위해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시 등 광역단체 보건의료정책과 및 자치구에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