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 100세] 통일과 ‘식량난 세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의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통일 대박(bonanza)론을 제기한데 이어 대통령직속기구를 통한 통일청사진을 제시함에 따라 통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통일한국의 인구문제와 사회복지제도를 주제로 개최된 포럼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이석 박사는 “1990년대 중ㆍ후반 북한의 대기근(大饑饉) 때 출생하거나 영유아(?幼兒) 시기를 보낸 세대와 50대 이상 연령층은 정산적인 노동력이라고 간주하기 힘든 ‘특이(特異) 인구’이므로 통일 이후 새로운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1990년대 북한이 대기근으로 ‘고난의 행군’을 할 시기에 태어나거나 자라서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었던 10~20대 상당수는 신체 발육이나 지능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상적인 노동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식량난을 겪은 ‘특이세대’ 인구는 약 426만명으로 북한 전체 생산가능 인구의 약 2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특이세대와 영유아 영양문제를 방치할 경우 통일 이후 복지비용을 급증시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식량난 세대’를 관리하면서, 아동과 청소년 등 ‘미래 세대’는 이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특히 임산부와 영유아에 대하여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미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통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면 적절한 인구 증가와 북한의 경제 및 사회발전이 필요하다. 이에 남북한의 합계 출산율이 2.1명(2020년 기준)이 되어야 적정인구에 근접할 수 있다.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2032년 남북한 총인구가 7859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일 후 국력을 끌어올리려면 인구의 양과 질을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동독 지역의 결혼 및 출산율이 크게 떨어졌다. 1980년대 후반까지 매년 13만건 이상을 유지하던 혼인 건수가 1990년 10만1913건에서? 1991년 5만529건, 1992년 4만8232건으로 계속 감소하여 1980년대 평균의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출생아(出生兒) 수도 20만명 이상 유지하였으나 1990년에는 17만8476명으로, 그리고 10만7796명(1991년), 8만8320명(1992년)으로 급감했다. 이에 1993년 말 동독 지역의 출산율은 통일 전의 40% 수준까지 떨어졌다.

독일은 통일로 인해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오히려 결혼과 출산율이 모두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과거 동독은 공산정권의 특성상 출산장려정책을 폈으나 통일 이후 이것이 사라졌으며, 또한 동독 지역의 급격한 실업률 증가, 동독 여성들의 서독 이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동독 지역 출산율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서서히 회복되어 2008년 이후에는 서독 지역보다 높아졌다.

또한 남북한이 통일이 되면 재원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분야가 사회복지 분야다. 전문가들은 통일 후 정치적으로 급격하게 남북의 사회복지 제도를 통합하면 국가의 재정 부담이 커져 위기가 올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독일도 통일 초기 동독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정도를 사회복지비용으로 사용했다.

사회주의 국가는 국민의 충성심 고취를 위해 ‘무상 복지’ ‘무상 치료’의 개념이 강하다. 이에 북한은 해방 이후 ‘국가사회보험제’를 만들었으며 의료보험보다 강력한 ‘무상 치료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통일 후 북한의 복지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국가재정이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통일 이후 사회보장 제도 통합 과정은 서서히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필자는 업무와 관련하여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하였다. 첫 번째 방문은 2005년 6월28~29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상임위원 겸 사단법인 남북나눔공동체 이사 자격으로 금강산 온정리를 방문하였다. 대북지원물품으로 영유아 분유와 가정용 보일러 등을 전달하였다. 농촌 가정과 농장을 방문한 후 북측 인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필자는 영유아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두 번째 방문은 통일부의 ‘대북지원 전문가’ 자격으로 북한을 2007년 10월27~30일 3박4일 일정으로 방문을 하였다. 방문 목적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서 황해남도 신천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콩기름 공장과 의사 왕진가방 지원사업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장을 점검한 후 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 기관 인사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보건영양학분야 전문가로서 대북지원 보건의료 및 영양사업에 대하여 소견을 말하고 토론을 하였다.

북한은 식량난으로 인해 아동들에게 심각한 신체 및 정신적 결함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영유아 및 임산부 대상 영양개선, 질병관리 분야에 종합지원이 필요하다. 북한의 취약계층 지원은 인도적 당면과제이자 국가 장기발전 전략에 따라 통일대비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하여야 하며, 정부지원을 위시하여 민간단체 및 국제사회 지원 등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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