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세월호’ 충격과 생존자증후군

세월호 참사로 숨진 청소년들의 명복을 빈다. 우리나라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주요 재난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06년 7028명(교통사고 6327명, 화재ㆍ폭발ㆍ항공 등 사고 701명), 2009년 7215명(5838명, 1377명), 2012년 7322명(5392명, 1930명)으로 집계되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점차 감소했지만, 다른 재난 사망자는 2006년 701명에서 2012년 1930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재난이나 자연재해를 주제로 한 미술작품들이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예를 들면, 19세기 프랑스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는 인간의 잘못이 대형 참사를 부른다는 사실을 일깨우고자 ‘메두사호의 뗏목’을 화폭에 담아 1819년 발표했다. 영국의 화가 윌리엄 터너는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세찬 눈보라와 성난 파도에 의해 침몰하기 직전의 증기선을 그린 풍경화 ‘눈보라 속의 증기선’을 1842년 발표했다.

일본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는 자연의 절대적인 힘을 거센 파도가 생선을 운반하는 어선 3척을 덮치는 모습을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라는 작품에 담아 발표했다. 바다는 해양국가 국민 일본인에게 생명의 터전이면서 태풍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 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죽음의 공간이기도 하다. 한편 미국인 화가 윈슬로 호머는 바다에서 조난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구조하는 영웅을 그린 ‘생명줄’을 1884년 발표했다. 호머는 거센 파도가 목숨을 위협하는데도 구조요원은 죽음을 겁내지 않고 생존자를 구하는 영웅적인 인간상을 그렸다. 우리나라에도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많은 영웅들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베트남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군인들이 독일 나치가 12년(1933~45) 동안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즉 홀로코스트(Holocaust)에서 생존한 사람들과 비슷한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밝혀 ‘생존자 증후군’(生存者症候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재난 및 조난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과 그 현장에 있던 구조대원, 의료인도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재난(disaster)에 대한 스트레스, 분노(anger), 애도 등은 다양하게 나타나는 반응이며, 이로 인해 약 20%의 사람은 ‘외상(外傷)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겪지만 대부분은 서서히 회복된다. 이는 단순한 망각이 아니라 덜 괴로운 상태가 되어 참사를 떠올렸을 때 더 이상의 감정적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최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의학위원회가 제시한 세월호 참사 충격 힐링을 위한 ‘정신건강지침’은 다음과 같다.

‘충격적인 일을 마주한 사람’을 위한 지침에는 ㅿ극도의 스트레스 사건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ㅿ휴식, 운동, 균형 식사 등으로 몸을 돌보면 마음도 좋아진다 ㅿ커피 등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금연과 절주를 한다 ㅿ음악, 목욕, 명상(瞑想) 등 긴장을 푸는 시간을 갖는다 ㅿ일상에 필요한 일들을 조금씩 다시 시작한다 ㅿ감정을 억누르려 하지 않는다 ㅿ이사, 이직(離職) 등 큰 결정은 뒤로 미룬다 ㅿ친한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하며, 너무 고독해지지 않도록 한다 ㅿ당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ㅿ사고 뉴스는 정규 미디어를 통해 정확한 정보만 얻는다 등이 있다.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친구와 가족’을 위한 지침은 ㅿ그들이 충격적인 사건을 접했음을 인지하고 가사(家事)와 육아(育兒)를 돕는다 ㅿ당사자들이 사고 뉴스를 접하는 것에 신중을 기하도록 도와준다 ㅿ휴식, 긴장 이완, 운동과 식사를 권유하여 스스로 돌보도록 격려한다 ㅿ최소 하루 한 번 정도 즐거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ㅿ사소한 것이라도 회복을 위한 그들의 노력을 응원한다 ㅿ대화를 통해 안심시켜 주고, 나아진다는 확신을 준다 ㅿ화내는 감정 표출을 하면 자연스러운 일로 이해한다 ㅿ말을 들어주는 것 자체가 중요하며, 막연한 위로나 비판적인 말은 자제한다 ㅿ긍정과 인정으로 그들의 말에 반응하고 이해를 표현한다.

‘자녀의 애도(哀悼) 반응을 돕기’ 위한 지침은 ㅿ애도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ㅿ슬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부모가 같이 애도한다 ㅿ자녀가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할 때는 경청(傾聽)한다 ㅿ기분전환 행동을 하도록 하고, 이는 죄책감을 느낄 일이 아니라고 알려줘야 한다 ㅿ장례식에 참석하고 싶어 한다면 부모나 교사가 동반해서 애도하도록 한다 ㅿ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도록 돕지만,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ㅿ사고 뉴스에 반복 노출되거나, 근거 없는 소문을 접하지 않도록 지도하며 통제되지 않는 모임에 나가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지난 4월16일 아침 인천에서 제주도로 항해하던 세월호(世越號, MV Sewol)가 전라남도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한 참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이나 안산 지역 학생들이 받는 충격과 정신적 트라우마(trauma)가 크므로 이들에게는 위로와 치료가 필요하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슬픈 감정을 부끄러워해 억누르면 회복이 더디므로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이에 한 번쯤 크게 울거나 믿을 만한 사람들과 슬픈 심정을 얘기하면서 감정을 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하도록 지도하고, 기분이 나아지는 운동이나 신체활동을 권하도록 한다. 한편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섣부른 비난을 하거나 욱하는 분노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보건복지부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생존자, 유가족, 지역 주민의 심리 치유를 위해 ‘안산 정신건강 트라우마 센터’를 설치하여 앞으로 최소 3년간 운영하면서 정신건강 회복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정신과 전문의를 포함, 20인 이상의 전문 상담가가 PTSD 조기 진단과 고위험군 관리, 개인 및 집단 상담, 24시간 콜센터 운영 등을 한다. 또 유가족을 직접 찾아가 심리 지원, 안산 시내 52개 중ㆍ고교 교사 교육과 학생 상담도 맡는다.

방재 및 안전 분야 전문가인 연세대 조원철 교수(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는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또 다른 대규모 재난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즉 세월호 사고로 드러난 연안여객선 관리 행태처럼 안전불감증 현장이 곳곳에 널려 있으며, 기후 변화에 따른 대규모 자연재해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외양간’을 확실히 고쳐야 한다고 말하면서 청와대에 방재와 안전 관리를 전담하는 수석비서관을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재난이 발생했을 때 부실한 현장 대응이 반복되지 않도록, 앞으로 해상재난은 지역 해양경찰청이, 육상재난은 시ㆍ군ㆍ구 지자체가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한 인력과 조직도 키우고 체계적 훈련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업 경영자들의 반응 중에 공통적인 것이 ‘기본으로 돌아가는(back to basic)’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며, 리더(leader)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도 보여주었다. 이번 사고는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 중 불의를 거부하는 양심의 브레이크인 정심(正心)과 치밀하고 정성을 다하는 생각인 세심(細心)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사료된다.

세월호 사고를 전기로 삼아 우리의 삶을 참회하고 반성하여 ‘국민정신 개조운동’을 전개하여야 한다. 우리 모두가 처절한 자기 성찰과 변화를 향한 필사적인 노력을 통하여 우리 사회를 밑바닥부터 철저한 책임 의식과 윤리로 개조하지 않으면 선진국 꿈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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