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 100세] 제주 우도 땅콩과 이시돌목장
필자는 아내와 막내딸과 함께 지난 10일 오전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12일 저녁까지 약 70시간을 제주도에 체류하였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아내(전 고려대 교수)는 청마(靑馬)해를 맞아 제주도 토종 조랑말 고기를 시식하기 위하여, 그리고 꽃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막내딸(서양화가)은 노란 유채 꽃을 화폭에 담기 위하여 제주도를 찾았다.
우리 가족은 대절한 택시를 이용하여 이곳저곳 방문하고 싶은 곳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귀경(歸京)하는 날(3월 12일) 오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였던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해변에 위치하고 있는 ‘카페 서연의 집’을 찾아 따끈한 커피를 마시면서 해안풍경을 감상하는 여유도 가졌다.
필자는 지난 1970년 가을 신혼여행을 위시하여 국제회의 및 세미나 참석, 가족여행 등 그동안 여러 차례 제주도를 방문하였으나, 우도(牛島)와 이시돌(Isidore)목장은 이번에 처음으로 찾았다.
우도는 제주도의 동쪽 끝에 있는 섬으로 제주특별자치도의 부속 도서 중에서 가장 큰 섬이다. 우도란 이름은 섬의 모습이 ‘소가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졌다. 섬의 유래는 신생대 제4기 홍적세(약 200만년~1만년 전) 동안에 화산활동의 결과로 이루어진 화산도이다. 조선 숙종 23년(1697년) 국유목장이 설치되면서부터 국마(國馬)를 관리, 사육하기 위하여 사람들의 왕래가 시작되었으며, 1844년(헌종 10년)에 김석린 진사 일행이 우도에서 정착하였다고 한다.
우도는 2000년 해양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2008년에는 해양도립공원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성산포에서 우도까지 3.8km를 매 시간 운행하는 도항선(渡航船)을 타면 약 15분이 걸린다. 우도에 입도하려면 선박요금, 도립공원입장료, 터미널이용료 등 총괄요금으로 편도 3500원, 왕복 5500원을 지불하여야 한다. 제주도민은 공원입장료(1천원)가 무료이다.
우도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환상적인 코스인 ‘우도올레길’ 총길이는 16.1km. 우도는 8경(八景) 및 해수욕장이 있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우도관광은 우도 일대를 버스로 투어할 수 있으며, 요금은 5000원이다. 관광버스가 중요한 곳에 정차하면 그곳에서 구경을 하고 다음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한다.
‘우도8경(牛島八景)’이란 우도봉의 남쪽기슭 해식동굴에 한낮에 달이 둥실 뜨는 주간명월(晝間明月), 커다란 고래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동굴인 동안경굴(東岸鯨窟), 제주 본도(本島)와 우도 사이 배에서 바라보는 우도의 아름다운 경관인 전포망도(前浦望島), 132m의 우도봉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푸른 잔디와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인 지두청사(地頭靑莎), 우도봉의 기암절벽 후해석벽(後海石壁), 국내에서 유일한 하얀 산호와 백사장이 있는 서빈백사(西濱白沙), 동천진동항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모습이 제일 아름답게 보인다는 천진관산(天津觀山), 어선들이 무리를 지어 우도의 바다를 불빛으로 밝히는 야항어범(夜航漁帆) 등이다.
우도 특산물에는 땅콩, 마늘, 넓미역, 우뭇가사리, 활소라 등이 있으며, 특히 땅콩이 유명하다. 우도 땅콩은 크기는 일반 땅콩의 1/3 정도이지만 맛이 아주 좋아 국내에서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식감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며, 볶지 않고 그냥 먹거나 껍질째 먹어도 비릿하지 않다. 우도땅콩은 타 지방에서는 토양이 맞지 않아 재배가 되지 않는다.
땅콩막걸리, 땅콩국수, 땅콩아이스크림, 땅콩쿠키 등도 인기가 좋다. 우도 땅콩으로 만든 막걸리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뒷맛이 별미이다. ‘우도땅콩축제’는 10월20일경에 열린다.
제주시는 우도의 대표적인 특산품인 땅콩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향토(鄕土)산업 육성대상 사업’으로 선정되어 2012년부터 3년간 총 30억원(국비 15억원, 지방비 및 자부담 15억원)이 투입되고 있다. 우도에는 4개 마을 700여 가구에 1600여명이 살고 있다. 현재 230농가가 섬 전체 경지면적 420ha의 1/3 규모인 142ha에서 연간 200톤 가량의 땅콩을 생산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해 6월 아일랜드(Ireland)를 방문했을 때 관광안내원(<내 사랑 아일랜드> 저자 이선영씨)이 아일랜드 출신 맥그린치 신부와 제주도 ‘이시돌목장’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에 관심을 가지고 이번 제주 방문길에 이시돌목장을 찾게 되었다.
북제주군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이시돌목장(Isidore Farm)’은 1961년 맥그린치(Patrick McGlinchey, 한국명 임피제) 신부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현재 이시돌 농촌산업개발협회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목장은 1236ha의 대지 위에 한때 1만 마리가 넘는 돼지 등의 사육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요즘은 한우 3000두와 젖소, 경주마를 사육하고 있다. 유기농 원유를 100% 사용하는 이시돌목장 우유는 1900원(200ml)에 판매되고 있다.
맥그린치 신부는 1954년 제주에 첫발을 디뎠으며, 1961년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는 제주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한라산 산간지대의 황무지를 목초지로 개간하여 ‘이시돌 목장’을 개척했다. 목장 이름은 천주교 성인이 된 스페인 농부 이시돌(Isidore, 1110~1170)에서 유래한 것이다.
맥그린치 신부는 이시돌목장과 이시돌사료공장 등을 운영하면서, 독거노인을 위한 요양원, 말기암 환자들을 위한 복지의원 등 복지사업과 청소년 인성수련을 위한 젊음의 집, 어린이 교육을 위한 어린이집 등 교육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시돌센터(전시관), 이시돌팜(매점), 새미(SAEMI) 은총의 동산 등을 둘러보았다. 새미는 Sanctus(거룩한), Anima(영혼), Evangelism(복음), Mediator(중재자), Image Dei(하느님의 모상)의 첫 글자를 모은 것이며, ‘새미 은총의 동산’은 예술작품으로 재현된 그리스도의 일생을 통해 하느님의 거룩한 복음을 전하고자 조성된 공원이다.
필자는 하느님과 인간의 영혼을 중재하는 성스러운 곳인 ‘새미 은총의 동산’을 사순절(四旬節ㆍLent)에 방문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져 뜻 깊게 생각한다. 사순절이란 예수님께서 고난을 받으신 것을 기억하는 절기로서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3월5일)부터 부활절(4월20일) 전날까지 주일(主日)을 뺀 40일간이다.
새미 은총의 동산에는 예수님의 생애공원과 십자가의 길, 그리고 묵주기도 호수가 있다. 필자는 예수님의 생애공원 작품 중 ‘열두 제자의 파견’이 특히 인상에 남는다. 이는 필자가 지난 2010년 6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채플에서 ‘21세기 의료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제로 설교를 했을 때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복음 10:1~8)를 인용하였다. 그리고 최근(2014.3.2) 연세대학교회 중고등부 예배에서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성경(마태복음) 말씀을 인용하였다.
즉,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셔서, 그들에게 악한 귀신을 제어하고(to drive out evil spirits) 온갖 질병과 모든 허약함을 고치게 하는(to heal every disease and sickness) 권능(authority)을 주셨다. 그리고 이들 열 두 제자들에게 “앓는 사람을 고쳐 주고(heal the sick), 죽은 사람을 살리며(raise the dead),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 하며(cleanse those who have leprosy), 귀신을 내쫓아라(drive out demons)”고 명하였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이들을 내어 보내시면서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Freely you have received, freely give.)”라고 당부하셨다.
2014년 초봄, 2박3일 동안 제주도 방문은 내게 너무나 뜻 깊은 추억을 남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