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 100세] 심폐소생술 쉽게 하는 법은?
“OO병동 코드불루(code blue)” 필자가 5월 14~27일 2주간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병원 구내방송을 통해 알리는 ‘code blue’ 멘트를 가끔 들었다. 이는 ‘심장정지’ 환자가 발생하여 급히 의료진을 소집하는 메시지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5월 10일 오후 10시50분쯤 호흡곤란과 심근경색 증세를 보여 순천향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이 회장은 병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심장마비가 일어나 심장정지가 8분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심장정지 4분 이내에 심장 순환이 돌아오지 않으면 뇌 손상이 진행되고, 7분이 넘어가면 뇌 손상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단순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회복되더라도 심장정지가 4분을 넘었다면 향후 고차원적인 뇌기능까지 회복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혈전(血栓)으로 막힌 부분이 좌전하행(左前下行) 관상동맥(冠狀動脈)의 시작 부분으로 이 혈관은 심장기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온몸으로 깨끗한 피를 보내는 펌프역할을 하는 좌심실의 절반 이상에 혈액을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이 회장의 혈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심근경색 직후 달았던 인공심폐기(에크모)를 제거했다. 보통 에크모는 심장의 펌프기능이 절반 정도만 유지돼도 제거할 수 있다. 의료진은 지난 5월 11일 심장 스텐트를 시술한 후 뇌 손상을 막기 위해 저체온요법을 시작해 체온을 33도 정도로 낮춰놓았다.
냉각 상태는 33도 정도로 보통 12~24시간 유지하며, 이후 다시 12~24시간에 걸쳐 시간당 0.25~0.5도씩 정상 체온인 36.5도까지 서서히 올린다. 다시 체온을 회복하면서 그동안 저체온 치료를 위해 투여했던 진정제도 서서히 줄인다.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심폐소생술(心肺蘇生術)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다. 심폐소생술 교육은 119 소방서, 심폐소생협회, 시군구 안전체험관 등에서 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급성 심장정지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며, 2006년 1만9477명에서 2013년에는 2만7000여명으로 38% 늘었다. 이는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심근경색증의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급성 심장정지는 대부분 심근경색증과 부정맥(不整脈)으로 발생한다.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긴다. 급성 심장정지가 흔히 발생하는 시간대는 의학적으로 심혈관 기능이 불안정한 오전 6~7시경이다. 또한 심장 정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집으로 10건 중 6건(57.4%)이며, 그 다음이 길거리나 공공장소다.
심근경색증으로 의심할 수 있는 증상에는 가슴 가운데나 왼쪽 또는 명치 끝 등에 쥐어짜는 통증이 수 분간 지속되거나, 가슴 통증과 함께 식은땀이 나거나 호흡곤란이 생긴다. 고령자 경우에는 심한 통증보다 구토나 메스꺼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심장 정지로 인한 뇌 손상을 줄이기 위하여 뇌에 혈액 공급이 끊기기 시작하는 4~5분 이내에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즉 급성 심근경색증이나 심장 정지 환자가 발행하면, 최초 목격자는 119에 구급 요청부터 하며, 나머지는 응급처치에 매달려야 한다.
환자가 숨을 편히 쉴 수 있는 자세를 유도하고 목 앞 정중앙에서 바깥으로 두 손가락 너비 떨어진 부위를 눌러 심장 박동을 확인한다. 심장 박동이 느껴지지 않으면 즉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심폐소생술을 할 줄 모르면,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양손을 깍지 낀 채로 환자의 가슴뼈 중앙 아래쪽을 3~5cm 깊이로 빠르게 눌렀다 떼기를 1분에 100회 이상 반복한다.
심폐소생술(心肺蘇生術) 5단계는 (1)환자가 반응이 없거나 호흡을 안 해 심정지(心停止)로 의심되면 즉시 119 신고하여 구조 요청을 한다 (2)가슴 압박은 깍지를 낀 후 가슴뼈 중앙 부위 아래쪽에 손바닥 뒤꿈치를 대고, 팔을 곧게 펴서 30회 가슴 압박한다. 압박은 힘을 주어 3~5cm 깊이로 강하게, 1분에 100~120회 속도로 빠르게 한다 (3)환자의 머리를 뒤로 젖히고 턱이 들리도록 해 기도(氣道)를 연다 (4)머리를 젖힌 손의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환자의 코를 막고, 1~2초간 공기를 불어넣은 것을 2회 반복한다 (5)구조대가 도착한 때까지 가슴 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를 반복한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9년 삼성서울병원 검진에서 폐암으로 진단되어 미국 MD앤더슨암센터에서 항암치료를 받았다. 이건희 회장(72세)은 수년 전부터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번에는 심장 시술까지 받아 ‘포스트 이건희 시대’ 삼성의 미래와 리스크 관리가 국내외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다 바꾸자”는 신경영 선언으로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도하였다. 최근에는 ‘마하 경영’을 화두로 제2, 3의 도약을 지휘해 왔다. 총매출 334조원(2013년)의 국내 최대 그룹 삼성그룹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 총수들의 건강 문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직결돼 해당 대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대사이기 때문에 총수가 투병중인 다른 대기업들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작년 8월 유전병과 만성신부전으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이재현(54) CJ그룹 회장, 만성폐(肺)질환으로 인한 호흡 곤란과 당뇨병,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