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준 교훈 “응급처치 이후가 더 중요”

band_of_brothers_tv_series-3200x1200

[아시아엔=김희봉 교육공학박사] 제2차 세계대전 실화를 바탕으로 2001년 10부작으로 제작된 전쟁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등장인물 중에 유진 로(Eugene Roe)라는 미군 의무병이 있었다. “유진, 빨리 와죠” “의무병 뭐 하나? 어서 와, 어서!” 독일군 포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사방에서 의무병을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고통스런 절규가 이어지는 상황에 처한 유진 의무병이 할 수 있는 건 고작 응급처지뿐이었다.

의학적으로 응급처치는 즉시 필요한 조치를 받지 않으면 심신상 중대한 위해가 초래될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행하는 간단한 치료다. 사고나 질병의 유형이나 발생과정에 관계없이 응급상황으로부터 환자의 생체징후를 안정화시키는 게 목표지만 응급처치만으로 치료가 종결되는 건 아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응급처치 이후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응급처치가 비단 환자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응급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자살, 살인, 부정부패, 경제불황 등 각종 사건사고와 사회현상을 시시각각 보도하고 있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마치 전쟁 치르는 것 같다는 사람들 말이 결코 과장된 게 아니라는 데 공감이 간다. 이런 것들은 바로 우리 사회와 개인에게 나타나는 응급증상이며, 이에 대한 처치는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부상 당한 사람은 경우에 따라 응급처치만으로도 다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보다 전문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응급처치는 말 그대로 응급한 상황만 넘기는 치료이기 때문이다.

응급처치만으로 모든 치료행위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방치나 다름없다. 방치는 응급처치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 그리고 소중한 노력을 무산시킬 뿐이다.

결국 생명을 살리는 일이든 문제 해결이든 응급처치에 이은 근본 치료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개인이나 사회나 응급처치 이후 근본 치료를 미루거나 방치했을 때 더 큰 문제가 야기된다. 응급처치는 잘 했는데 근본 치료를 하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혹은 이와 반대로 응급처치만 잘 했더라면 호전될 수 있는 상황을 놓친 경우를 수없이 접하게 된다. 물론 이 두 경우 모두 아쉬움과 후회만 남는다.

개인에게 있어서도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은 건강, 신뢰, 인간관계, 업무처리 등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왜 실패할까? 계획은 그럴 듯한데 실천과 실행에 옮기지 않기 때문이다. 2015년 새해가 어언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이 시점에 자신과 주변에 응급처치가 필요한 곳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전에 응급처치만 해놓고 지금껏 방치해 놓은 것은 없는지 한번 둘러보자. 만일 있다면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치료를 꼭 하자. 이를 위한 투자는 절대 아까운 게 아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