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재⑬] 리더가 되고 싶은 그대, 먼저 팔로워가 되라
[아시아엔=김희봉 교육공학박사,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당신은 당신의 자녀가 조직에 필요한 팔로워(follower)가 되기를 바라는가?” 이 질문은 작년 미국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나왔다.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100명 중 몇 명이나 될까? 결과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리더(leader)에 대한 이야기,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시대상을 반영하면 그리 놀랍지도 않은 결과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구글에서 리더십을 검색하면 약 264만여 건의 연구자료가 나오는 반면, 팔로워십에 대한 검색결과는 2만여 건이 채 되지 않는다. 만일 위 질문의 내용이 팔로워가 아닌 리더(leader)였다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응답했을 것이다.
팔로워가 되기를 바라지 않은 사람들은 대체로 팔로워라는 용어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거나 팔로워가 리더의 반대 개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조금 다르다. 먼저 팔로워는 부정적 용어도 아니고 리더의 반대개념도 아니다. 팔로워는 단순히 부하라는 개념이 아니라 리더와 함께 조직의 공유된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며 이를 위해 리더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팔로워와 리더는 역할의 차이만 있을 뿐 조직 내에서 본질적인 가치는 다르지 않다.
그리고 현실에서 한 개인은 리더의 역할과 팔로워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팀장이라고 하면 팀 내에서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조직 전체로 보면 팔로워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더욱이 리더라고 할지라도 팔로워의 역할수행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리더와 팔로워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보다는 두 가지 역할의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두 가지 역할 중 한 가지에만 치중해서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개인 및 조직의 성과는 물론, 만족도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는 팔로워를 리더의 첫 번째 모습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팔로워십을 잘 발휘하는 팔로워가 궁극적으로 리더십을 잘 발휘하는 리더가 된다는 것이다.
팔로워로서 팔로워십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더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리더를 신뢰한다는 것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리더 역시 조직이 추구하는 사명과 가치에 기반해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다.
다음으로는 실행력이 있어야 한다. 불평이나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이를 개선하거나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계획이 있다면 말이나 글로 끝맺는 것이 아니라 손발이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전문성이 결여된 상태에서의 조언이나 행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리더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팔로워가 되어야 한다. 모든 리더들은 거의 예외없이 팔로워 시절을 지나왔다. 다만 제대로 된 팔로워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리더를 따르기만 하는 팔로워가 되기보다는 리더의 파트너로서 제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팔로워가 되어야 한다. 이런 팔로워가 절실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