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재 ⑫] 인생 2막은 ‘하나 더 준비해 나누기’
[아시아엔=김희봉 교육공학박사, 현대자동차그룹인재개발원] 예전 직장에서의 일이다. 보통은 출퇴근용 버스를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지만 그날은 평상시와 달리 승용차로 움직였다. 좌석에 앉아 이어폰 속에서 흘러나오는 아침뉴스를 들으며 가끔씩은 피곤을 이기지 못해 버스 창문에 머리를 부딪히며 출근하는 모습과는 달리 눈부신 햇살을 맞으며 시원스레 뚫린 도로를 달렸다.
퇴근 무렵 일찍 먹은 점심 탓인지 다소 허기를 느껴 편의점에서 간식과 음료수를 하나 샀는데 왠지 모르게 음료수에 손이 한 번 더 갔다. 함께 동승한 사람도 없고 중간에 만날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나 불과 10여분 만에 나는 톨게이트에서 바쁜 손을 움직이고 있는 직원과 만나게 되었다. 이제까지 수십, 아니 수백 번에 걸쳐 톨게이트를 통과하면서도 나는 한번도 그 직원이 내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말 그대로 그냥 스쳐가는 사람이며 어쩌면 톨게이트라는 교통시스템의 일부라는 생각이 내 머리 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득 요즘같이 무더운 날 차에서 나오는 열기와 지열 그리고 좁은 공간에서 반복적인 일을 하며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감사한 생각이 들었고 요금을 내기 두 세 번째쯤 퇴근 전 편의점에서 하나 더 구입했던 음료수를 집어 들었다.
요금을 맞춰내지 않으면 거스름돈과 함께 음료수를 되돌려 줄 것 같아 금액을 맞춰 내 차례가 되었을 때 통행요금과 함께 아직 냉기가 식지 않은 음료수를 그 직원 분께 건네주었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집으로 가는 길 내내 기분이 좋았다. 돌이켜 보니 이제껏 살아오면서 나는 나와 내 가족이 필요한 것만 준비하거나 타인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요청하는 것만 준비하면서 살아왔는데 그 날에서야 비로소 나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필요한 것, 다른 사람이 요청하지 않은 것도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 날 이후 나는 한 가지 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하나 더 준비하기’다.
작게는 자판기를 이용하러 갈 때 동전 몇 개를 더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업무적으로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자료를 준비할 때에도 여분의 자료를 추가로 준비한다. 또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도 준비된 내용 이외에 몇 개의 대안을 준비하기도 한다.
무엇인가를 하나 더 준비하게 되면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우선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과 타인의 입장에서 접근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행동의 격이 달라진다. 한 가지만 생각하고 접근한 행동에서는 보여주기 어렵거나 놓치지 쉬운 것이 많지만 하나를 더 준비하면 고려되는 내용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동안 인생 1막이니 2막이니 하는 말들이 오고 갔던 적이 있다. 인생 1막이 나를 생각한 삶이라면 인생 2막은 타인을 생각하는 삶이지 않을까? 타인을 생각하는 삶의 시작이 하나 더 준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타인을 위해 무엇을 더 준비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