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재⑨] “변기, 도로, 네트워크, 혈관의 공통점은?”

[아시아엔=김희봉 교육공학박사,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화장실 변기, 도로, 네트워크 그리고 혈관의 공통점은?”

고민해보면 여러 가지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직관적으로 생각해 볼 때 아마도 막히면 일상에 불편을 주거나 심지어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례로 혈관이 막히게 되면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켜 생명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우리는 관망하거나 방치하지 않고 즉각적인 조치를 하게 된다. 물론 이 정도의 상황까지 오게 되면 이를 치료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등을 차치하더라도 개인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혈관이 막히지 않고 잘 순환될 수 있도록 평상시 관리나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혈관과 마찬가지로 개인에게 있어 막히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학습(learning)이다. 학습이 막힌 상태는 개인에게 학습하려는 의지나 학습하는 능력이 상실되어 더 이상 학습하려고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학습이 막힌 상태가 되었다고 해서 육체적 생명에 지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신적, 사회적 생명에는 지장을 받을 수 있다.

학습이 막힌 상태로 남는 것은 매우 쉽다. 자신이 알고 있거나 익숙한 예전의 지식, 경험, 기술 등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그동안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성과를 창출했으니 미래의 성과도 어느 정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을 창출한 요인이 현재나 미래의 성공도 보장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이미 많은 조직이나 개인의 실패사례를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

개인에게 있어 학습이 막히는 이유 중 하나는 “학습은 특정한 시기에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마음 속 한 쪽에 자리 잡은 학습에 대한 암묵적 합의는 수능만 마치면, 학교만 졸업하면 혹은 취업만 하면 더 이상 학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실제는 다르다. 학습하지 않거나 학습하는 능력이 없는 구성원들이 조직에서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성찰하며 타인의 피드백을 수용하고 새로운 것에 대해 반응하는 구성원들이 환영받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투영하여 학습민첩성(learning agility)이라는 개념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는 새로운 도전을 비롯해서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이나 타인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의 학습은 막힘없이 잘 순환되고 있는가? 세상으로부터 배우고 사람들로부터 배우며 낯선 것에 대해 배우고 있는가? 만일 당신의 학습이 막혀있다고 생각된다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당신의 학습이 막히지 않도록 평소에 학습하는 패턴을 만들고 익숙해져야 한다. 이와 같은 능력이 바로 당신의 잠재력이며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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