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 100세] ‘뇌졸중’ 막으려면
최근 신문에 시신(屍身)을 장례용 운구(運柩) 차량이 아닌 군용(軍用) 차량에 실어 운반하는 사진이 실렸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 영웅’인 아리엘 샤론(Ariel Sharon) 전 총리(제11대 총리, 2001~2006 재임)를 기리는 차원에서 일반적인 운구 차량 대신 군용 차량을 이용했다고 한다.
아리엘 샤론 전 총리는 2006년 1월 뇌졸중(腦卒中, Stroke)으로 쓰러져 총리직을 사임하고 줄곧 혼수상태(昏睡狀態)에서 8년 투병 끝에 1월 11일 텔아비브 시바 메디컬센터에서 신장(腎臟)을 비롯한 다발성 장기부전(臟器不全)으로 85세를 일기로 숨졌다. 샤론 시신은 이스라엘 의회 건물로 옮겨져 일반에 공개되었으며, 장례식은 1월 13일 국장(國葬)으로 치러졌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친애하는 친구 샤론은 이스라엘의 위대한 수호자(守護者)였고 가장 중요한 이스라엘 설계자(設計者)였다”고 말했다. 샤론의 삶은 이스라엘 현대사를 대변하며, 그의 죽음과 함께 이스라엘 건국 역사의 첫 장(章)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영국 위임통치 시절인 1928년 출생한 아리엘 샤론은 14세에 유대인 지하군사조직에 가입했고 1948년 건국 직후 터진 제1차 중동전쟁에 육군 소대장으로 참전했다. 샤론은 제1차 중동전쟁부터 1982년 레바논 침공까지 모든 전쟁에 참여했다. 약 60년간 군인으로 그리고 정치인으로 국가에 봉사한 샤론을 향한 이스라엘 국민들의 존경심을 마치 고대 이스라엘 왕 ‘다윗’(David)을 그 백성이 찬양한 것에 비견된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설문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병’이 무엇인지를 질문한 결과, 암 491명(49.1%), 치매 33.7%, 뇌졸중 10.2%, 당뇨병 2.4%, 심장질환 1.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즉 한국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3대 질병은 암(癌), 치매(癡?), 뇌졸중(腦卒中)으로 조사됐다.
뇌졸중(stroke)은 단일 장기 질환으로는 사망률이 가장 높으며, 사망하지 않더라도 후유증(後遺症)이 남는 경우가 많다. 국내 뇌졸중 환자는 2005년 44만명에서 2012년 53만명으로 18.5%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07~2012) 겨울철에 뇌혈관 질환을 앓는 환자가 가장 많았다. 뇌혈관 질환인 뇌졸중은 혈관이 막혀서 피가 통하지 않아 발생하는 뇌경색(腦梗塞)과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腦出血)이 있다.
뇌졸중의 증상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ㅿ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없거나 저리고 감각이 없다 ㅿ갑자기 말을 못하거나 발음이 어둔하여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ㅿ갑자기 한쪽이 흐리게 보이거나 한쪽 눈이 잘 안 보인다 ㅿ갑자기 멀미하는 것처럼 심하게 어지럽고 걸으려면 휘청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한다 ㅿ머리가 갑자기 심하게 아프다 ㅿ갑자기 깨우면 일어나지 못한다.
위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면 뇌졸중 가능성이 높으므로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므로 늦어도 3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한편 위의 증상들이 몇 분내지 몇 시간 안에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증상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다시 뇌졸중이 생길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의 진찰을 받도록 한다.
다음 항목 중 하나 이상이 있으면 뇌졸중 위험이 있다. ㅿ고혈압이 있다(수축기 혈압 140 또는 확장기 혈압 90 이상) ㅿ당뇨병이 있다 ㅿ고지혈증이 있다 ㅿ동맥경화증이 있다 ㅿ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이 있다 ㅿ심장판막증, 협심증 등 심장병이 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그 순간부터 뇌세포는 죽기 시작하므로 뇌졸중 치료는 시간을 다투는 질병이다. 환자의 예후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급성기에 얼마나 빨리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뇌경색과 뇌출혈의 증상은 비슷하지만 치료법에는 차이가 있으므로 CT(전산화 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검사를 하여야 한다.
‘뇌경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병 후 얼마나 빨리 치료를 받느냐이다. 즉 발병 후 수 시간 이내라면 혈전(血栓)용해제로 막힌 혈관을 뚫어 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급성기에는 약물을 사용하여 뇌경색이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뇌출혈’은 수술적 치료나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출혈의 원인, 부위, 출혈량 등에 따라서 치료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심한 두통이 있을 때 의심해야 하는 지주막하 출혈의 경우, 뇌동맥류(혈관꽈리)가 원인이므로 클립(집게)으로 터진 꽈리를 막아주거나, 코일(철사)로 꽈리가 터지지 않도록 꽈리 속을 메워야 한다.
혈액이 덩어리를 형성하는 혈전이나 색전(塞栓)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경색성 뇌졸중이 재발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항(抗)응고제, 항(抗)혈소판제를 사용한다. 특히 뇌경색을 일으킨 혈전이 심장병으로 인한 경우 항응고제를 사용한다. 항응고제에는 와파린, 쿠마딘 등이 있으며, 항혈소판제에는 아스피린, 아스트릭스, 플라빅스, 디스그렌 등이 있다.
항응고제/항혈소판제 복용 시 유의사항은 약물의 혈중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뇌졸중 예방에 중요하기 때문에 식사여부와 관계없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 평상시 외상이나 출혈의 가능성이 있는 활동은 가능하면 피하도록 한다. 잇몸 출혈이나 손상이 없도록 부드러운 칫솔을 사용하고, 치질이 있는 경우 치료를 하여야 한다.
잇몸출혈, 코피가 멎지 않거나 생리 때 평소보다 심한 출혈이 있는 경우, 소변이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자장면 색깔의 대변이 나올 때 등 비정상적인 출혈증상이 생기거나 평소보다 피가 오랫동안 멎지 않을 경우 혈액검사를 위해 병원에 가야 한다. 발치(拔齒), 내시경 검사 등 출혈가능성이 있는 시술을 할 때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일시적으로 투약을 중단해야 한다.
뇌졸중 환자의 재활치료도 시간이 중요하므로 수술 후 3일 내 시작하고, 3~6개월간 집중치료를 받아야 한다. 예전에는 뇌졸중 발병 후 목숨을 건지면 몸 한쪽이 마비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뇌 조직이 이미 손상됐기 때문에 재활치료를 해도 회복이 잘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술이나 응급처치 후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48~72시간 이내에 재활치료를 시작한다.
재활치료는 발병 후 3~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 일부 뇌 조직이 망가지면 뇌세포들은 망가진 부위를 피해 새로 연결하는 ‘뇌의 가소성(可塑性)’이 가장 활발한 시기가 뇌 손상 후 3~6개월 이내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가소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재활치료의 핵심이다.
재활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손상된 기능이 더 많이 회복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뇌손상 정도가 비슷할 경우, 예전에는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할 경우지만 요즘에는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하면 스스로 걸을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이 가능하다. 재활치료 목적은 사지근육의 운동기능 회복을 위시하여 언어ㆍ기억력ㆍ지남력 등 인지기능, 삼킴 장애도 대상이며 반복훈련이 기본이 된다. 최근에는 자기장(磁氣場)을 손상된 뇌부위가 있는 머리에 쏴 뇌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경두개자기자극법(TMS)을 시행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