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 100세] 종교는 왜 섹스를 억압했나?
미국의 심리학자이며 종교ㆍ사회 연구가인 대럴 레이(Darrel Ray) 박사가 <Sex & God>(性과 神)’을 펴냈다. 저자는 완고한 근본주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감리교 신학대학에서 종교학으로 석사학위를, 그리고 조지 피바디대학에서 상담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레이 박사는 마흔 살 때 무신론자가 되었다.
저자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성(sex)이 종교에 감염되어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모든 종교는 독특한 왜곡 패턴을 갖고 있으며, 이 패턴은 신도들의 역사적, 종족적 뿌리와 결합해서 성지도(sexual map)를 만들어낸다. 이 지도에는 죄책감, 수치심, 불안감을 이끌어내는 갈등들이 가득하여 성적인 자신감과 즐거움을 무너뜨린다. 죄책감과 수치심은 종교가 사람들을 통제할 때 사용하는 핵심적인 도구이며, 종교의 성장과 권력 유지에 이용된다.
미국인 1만45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본주의 교파일수록 성적 죄책감의 정도가 높았다. 또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종교 세력이 강한 지역에서 이혼율이 높고 포르노 사용 빈도도 높으며, 10대 청소년 임신 역시 독실한 종교인 집단일수록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종교는 금욕을 강조하고 섹스에 부정적이다. 자위행위는 ‘한 손으로 짓는 죄’이며, 혼전 성관계도 죄다. 보수적 종파에서는 피임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포르노를 보는 것도 반대한다. 심지어 상상으로 성적욕망을 품는 것만으로도 간음을 저지르는 것으로 본다. 이에 신이 맺어준 부부가 출산을 목적으로 하는 섹스만을 인정한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95%가 혼전 성행위를 하지만, 종교인들은 종교적 가르침으로 인하여 자위행위를 하고 포르노를 보더라도 겉으로는 이를 부정하고, 결혼 전에 여러 사람들과 섹스를 했을지라도 자식에게는 혼전 순결을 강요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적 억압은 종교의 가장 효과적인 생존법이라고 주장한다. 성적 금기를 깨뜨린 사람은 강한 수치심을 느끼고, 그것이 죄임을 알려준 종교로 돌아가 신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성적 에너지를 종교 생활에 돌리며 더욱 신에게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과 관련된 왜곡은 다신교에서 일신교(一神敎)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즉 하나뿐인 신에게 어떻게 섹스 파트너가 있겠는가. 따라서 예수도 동정녀 마리아가 홀로 잉태할 수밖에 없으며, 예수에게 형제자매가 있다는 이야기도 종교사를 수없이 고쳐 쓰는 과정에서 누락되고 무시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다고 본다.
저자는 2000년 전에 작성된 성지도를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온갖 모순을 빚는 것이므로, 침대에서 신을 내보내고 자연스러운 성생활을 즐기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은 무신론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만, 신앙심이 돈독한 종교인에게는 읽기 힘든 책이다.
프랑스 파리 출생 알베르토 안젤라(Alberto Angela)가 지은 <고대 로마인의 24시간>은 고대 로마인의 성과 사랑을 연구한 결과를 담은 책이다. 고대 로마를 다루는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은 가슴을 드러낸 남자들이 토가(toga)를 느슨하게 걸친 여자들과 뒤엉킨다. 대중문화에서 묘사되는 고대 로마인들은 관능적이며 퇴폐적이다. 그들은 정말 성적으로 자유 분망했을까?
저자는 서기 115년 어느 날, 로마 광장에 있는 아가씨와 청년, 귀부인과 검투사 등 10여 명의 사람들을 설정하여 그들을 따라가며 2천 년 전 고대 로마의 하루를 여행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대 로마의 청춘 남녀들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키스할 수 없었다. 그 시절 남자들은 굵은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 작은 가슴을 가진 여자를 좋아했다. 저자가 고대 로마 여성의 성생활을 묘사한 부분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낮았지만 침실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복종했고, 기혼 여성은 여러 애인을 두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쌍둥이 자매 안-소피 지라르와 마리-알딘 지라르가 발간한 <완벽한 여성은 멍청하다>는 지금까지 40만부 이상 팔렸다. 프랑스 여성들은 화려한 패션과 클래식 음악, 미술 등 교양까지 쌓으며 ‘완벽한 여성’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여성 편력에서 보이는 것처럼 실은 남녀 관계에서 남성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저자는 책에서 프랑스 여성은 완벽한 여자를 꿈꾸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평범한 여성들의 모습을 정당화하고 있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의 스캔들은 끊이질 않았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숨겨둔 정부(情婦)와 딸이 있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취임 직후 11년을 함께한 부인과 이혼하고 보델 카를라 브루니와 재혼해 화제가 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은 동료 정치인 세골렌 루아얄과 30년간 동거했으며 자녀 4명을 뒀지만 결국 헤어졌으며, 2010년부터 잡지사 기자 출신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와 동거하였다.
트리에르바일레르는 정식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2012년 올랑드 대통령 당선 이후 엘리제궁에 거주하며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였다. 여배우와의 밀애를 들켜 곤욕을 치른 올랑드 대통령은 동거녀 트리에르바일레르와 파트너 관계를 끝냈다고 지난 1월 밝혔다.
요즘 미국 공화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흔들기 위해 ‘르윈스키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군 중 한 명인 랜드 폴 상원의원은 TV 시사프로에서 빌 클린턴은 백악관에서 지위를 이용해 20대 초반 인턴과 성관계를 맺은 ‘성 약탈자(sexual predator)’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모니카 르윈스키는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넣었던 섹스 스캔들(일명 ‘지퍼게이트’)의 주인공으로서 미국은 물론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성이다. 르윈스키는 1999년 출판한 자서전에 이어 최근 두 번째 책 집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클린턴 진영을 긴장시키고 있다. 책에는 “빌 클린턴이 비정상적인 형태의 성관계 및 각종 기구 사용을 요구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한편 일본 규슈대학 기타무라 다이이치 박사의 증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957년 남극(南極)에 쇼와 기지를 준공하고 1차로 파견한 대원들의 성욕 해소를 위해 정부(문부성)가 직접 나서 당시 인기 여성 연예인 얼굴을 빼닮은 ‘남극 1호’라는 이름의 ‘sex doll(성 노리개 인형)’을 제작하여 보냈으며, 대원들이 사용하였다고 한다.
최근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일본군을 위하여 강제로 동원된 위안부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발언을 하고 있지만, 전쟁터도 아닌 과학관측기지에 근무하는 남자 대원들의 성욕 해소를 위해 국가 예산으로 만든 sex doll을 보낸 것을 인식하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