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유머풍속사](9) 제이 레노, 클린턴 풍자해 ‘밤의 황제’ 등극

성추문·노벨상 수상 실패 엮어 시청자 배꼽 잡게 해

[아시아엔=김재화 유머작가] 그동안 현직 박근혜를 제외한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과 코미디언, 통치자와 유머에 대하여 현미경 급의 정밀검사를 했다고 생각한다. 워싱턴이나 링컨 같은 구전으로 전해오는 옛날 사람들 말고 우리가 기억하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어땠을까?

조시 부시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태릉 아니 미국의 선수촌을 찾았다. 비치발리볼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 종목 여자선수들은 동작을 하기 전에 이미 복장이나 몸매로 섹시미가 대단하다. 어디 골프장 ‘캐디’에게 비할까?

안내“어떻습니까?” 부시“우리 선수들이 우승하겠어요. 무엇보다 몸매가 잘 빠졌잖아?!” 안내“넹~?!(당신 최고 인권국가 미국 대통령 맞아?)”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려 하자 갑자기 부시가 한 쭉빵걸 여자선수의 앞을 가로 막고는 “잠깐 내가 소싯적에 많이 해봐서 아는데(MB?), 공이 몸 가까이 올 때는 요렇게 받는 거야!”이러면서 여선수와 거의 배치기를 해버리지 않은가. 하지만 해당 선수를 포함해 모두가 “꺄르르 꺄르르!”했을 뿐이었다.

한국에서 국회의장까지 지내신 박 아무개는 강원도 어느 골프장서 캐디의 가슴 쪽을 손으로 쿡 찌른 일로 원주경찰서에 ‘성추행혐의’로 신고가 되어 말썽이 되고 있다. 나중에 “딸이나 손녀 같아서…”라 하긴 했다.

둘의 경우 무슨 차이일까? 두 사람 모두 뛰어난 유머리스트들이다. 그러나 한쪽은 다른 한쪽과 달리 ‘유쾌한 유머’가 아닌, ‘성적 모욕의 목적’을 띤 행위로 의심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기쁨이 웃음을 만들어 내는 필요조건인 것은 사실이지만, 웃음 안에 기쁨이 서식한다는 보장은 없다. 웃음의 상황은 사실 다양하다. 슬픔 감추기, 쇠약해진 인간의 몸부림, 모순에 대한 대항, 갈 수 없는 나라에 대한 동경, 악마성을 감춘 이중성, 라이벌 죽이기, 뒤틀림의 소산, 최고 통치자가 입으로 펼치는 지도철학…. 우리 시대의 대중은 그런 코미디를 이해하는 대통령(지도자)을 원하고 있음이 분명하나 정치인들이 다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마이티’라는 별명도 있는 빌 클린턴이 이름처럼 막강하게 미국 대통령을 지내고 있을 때, 제이 레노는 갓 쉰을 넘긴 일개 코미디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클린턴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할 때마다 교황이나 야당 대표 대하듯 레노의 눈치 보기를 했다.

도대체 미국이라는 나라는 국가원수모독죄라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레노가 클린턴의 흉을 원색적으로 보면 볼수록 검찰이 감히 오라 가라 하지도 않고 여당의 강력 대응은커녕 오히려 미국사회에서 다른 명사보다 대중 인기도가 더 높아지고, 출연료도 천문학적으로 인상만 되어갔다.

무엇이 제이 레노를 밤의 황제를 만들었을까? 바로 클린턴이었다. 레노는 현실정치를 직설적으로 빗댄 융단폭격조크를 퍼부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누군가를 집요하게 추궁하고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것을 ‘Clinton-bashing’이라고 하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성추문만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세계 분쟁지역에 평화를 심으려는 활동을 왕성히 해서 2000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물론 우리의 대통령(DJ)에게 무참히 깨지고 말았지만. 이 무렵 레노는 말했다. “A Nobel Prize for Bill? Close but no cigar.” 우리말로 직역하면 아무 것도 아닌 말이다. “뭐, 빌 클린턴에게 노벨 평화상을? 하지만 아쉽게 불발로 그쳤네.” 그것뿐이다. 그러나 레노의 말을 들은 미국인들은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다. ‘Close but no cigar’는 ‘가까이는 접근했지만 상(시가)을 받지 못했다(아쉽게도 실패했다)’는 관용어다. 클린턴은 르윈스키의 ‘특별부위’에 ‘시가’를 꽂아 피운 엽기적 성행각으로 파문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그러니 레노의 말을 듣고 그 속에 담긴 중의(衆意,메타포)를 알아차린 미국인들이 포복절도할 수밖에.

대통령을 두고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코미디 소재로 만드는 미국 같은 나라가 진정한 민주국가 아닐까?

한국의 5공 당시 탤런트 박용식은 전두환을 닮았다는 이유로 출연 금지를 당했다. 또한 드라마에서 가정부 등의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에게 ‘순자’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다. 실로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닐 수 없다.

국회 연설에서 유머를 구사하지 않으면 ‘고문’을 했다고 핀잔을 주는 곳이 미국이다. 미국 사람들은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 도량도 넓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지도자로 뽑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의 코미디언이 ‘제이 레노’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표현을 함에 있어서 절묘한 펀(pun)을 구사하는 비판력이 떨어지는 것이 그 하나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풍토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책적’으로 코미디에 네 가지 영역을 금지시키고 있다. 종교, 군대, 섹스, 정치가 그것이다. 우리나라 코미디언들에게 이 재주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사회적 통념 때문에 감히 시도조차 못하는 것이다.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가 피는 것을 볼 수는 있지만 웃음이 없는 정치에서 민주주의를 절대 기대할 수는 없다.

이 상황을 두고 필자는 정권과 기득권 사회가 작가나 대중예술인들에게 가하는 ‘고의적 창작의욕 저하, 창작자유 저해…’라고 운운하고 싶은데, 독자님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세상을 내게로 당겨주는 유머화술

★ TIPS: 나만의 말 만들기

친구 하나는 아내가 와이셔츠를 빨아놓지 않았을 때, 이런 말로 투정을 부린다고 한다. “아이구! 오늘은 와이셔츠를 닮은 걸레를 입고 나가야겠군!” 남들보다 뛰어나서 남들에게 ①‘또 이기셨군요!’,②‘미인입니다!’,③‘부지런하십니다!’,④‘주먹 힘이 세시군요!’,⑤ ‘참 친절하십니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듣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게 판에 박힌 이 말을 또 한들 그가 기억해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를 활짝 웃게 하면서 이편의 인상도 강하게 해줄 말은 따로 있다. 뭐, 만들어 보자. 금방 만들어 봐도 우선 이 정도 수준은 나온다. 여러분은 더 잘 만드시도록.

①→ 투우장서 살아 나가는 소를 본적이 없어요!

②→ 앗, 저 좀 쓰러지지 않게 잡아 주세요. 미모에 눈이 부셔요!

③→ 잠은 언제 주무시나요?

④→ 홍수환(왕년의 유명한 권투선수)의 주먹 씻은 물을 드셨어요?

⑤→ 혹시 성함이 예수나 석가모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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