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의 유머풍속사 ?]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우라질 ‘부부 시리즈’
[아시아엔=김재화 말글커뮤니케이션 대표] 이토록 고약한 속담은 지구상에 한국밖에 없(었)을 것이다. 저 아마존 숲속 부족 무리들도 이 따위 말은 구사하지 않고 산다. “마누라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 두들겨 패야 한다.”
실제로 그랬다. 술 취한 남편이 들어와 죄 없는 아내를 까닭 없이 몽둥이질 해댔다. 기가 막힌 일은 다음날 아침에도 일어났다. 아내가 지난 밤 과음으로 속이 쓰릴 남편을 위해 북어국을 끓이곤 했는데, 북어를 부드럽게 다진 도구가 자신이 늘 맞고 사는 그 방망이었다는 사실! 실제로 이 땅에 이런 비문명적 시기가 있었다. 당시 한국에서의 아내는 좀 심하게 말하면 남편의 스트레스 해소용 무슨 ‘물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남편이 아내에게 당하는 그런 유머들이 더러 있긴 했지만 그건 역설적이고 반어법이었다.
부부 시리즈 Ⅰ. 나는 마누라가 겁나지 않는다
세상이 변했다. ‘여남동등권’을 주제로 한 강의장에 온 많은 남자들을 상대로 강사가 말했다. “자, 이 가운뎃선을 기준으로 아내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사람은 이 왼쪽에,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오른쪽에 서보세요.”
모두 왼쪽으로 가는데, 왜소하고 기운도 없어 보이는 남자 1명이 오른쪽에 서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모두 눈을 당구공 만하게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강사가 물었다. “아니, 당신은 요즘 같은 세상에 감히 아내에게 대들고 그럽니까?!” 그러자 그 남자 쭈볏하더니 모기만한 소리로 말했다. “마누라가 많은 사람들 모인 곳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해서요….”
Ⅱ. 빨래
남1 “자넨 마누라에게 엄청 설설 기고 산다며?”남2 “무슨 소리야?! 난 그러지 않아?”남1 “에이, 내가 다 들었어. 집안 빨래를 자네가 직접 한다던데 뭘!”
남2 “내가 이래 보여도 마누라 양말까지는 안 빤다.”
Ⅲ. 마누라의 매
친구 둘이 마누라를 대하는 자신의 담력을 자랑하고 있다.
친구1 “나는 밥을 먹다가 너무 질면 장화를 가져오라고 호통을 친다.”
친구2 “나는 마누라가 아무리 큰소리를 쳐도 듣지 않아!”
친구1 “어떤 경우야?”
친구2 “어제도 부부싸움 끝에…. 에, 내가 좀 맞았어. 그러나 나는 날쌘 동작으로 침대 밑으로 숨어들어가 버렸지, 하하하! 마누라도 어쩌지 못하더군. 마누라가 회초리를 들고 셋을 셀 동안에 안 나오면 또 때린다고 하더라구. 그러나 난 끝내 안 나갔지 뭐!”
웃음이라는 것을 유발시키기 위해서는 사실을 과장시키거나 축소시키기도 하는데, 아예 있지도 않는 정반대 상황을 꾸며대기도 한다. 위의 이야기들은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었기에 유머가 되었던 것이다.
위 유머들이 50, 60년대에 나와 70, 80년대까지 갔으니 웃겨도 한참 웃기고 있다(여기서 웃긴다는 말은 진짜 웃기는 것이 아니고 “어이가 없다, 엉터리다, 황당하다”는 뜻이다) 요즘에는 부부 사이에도 성추행, 성폭행죄가 성립하고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그게 바로 엊그제 생긴 일이지, 여러 해 전만해도 꿈도 못 꾸는 일들이었다.
Ⅳ. 니가 무슨 죄가 있겠니
어느 부부가 지독하게 부부싸움을 했다. 당연히 일방적으로 남편의 지독한 폭행이 이어졌을 뿐이지 대등하게 싸운 것도 아니다. 남편의 폭행은 그가 지칠 때 끝났고 이윽고 두 사람은 잠자리에 들어섰다. 남편이 아내에게 미안해서 그랬을까? 천만에 말씀이다. 조금 전에 두들겨 패던 상대의 몸을 집적댔다. 그 시대의 남편들은 이렇게 살았다.
먼저 남편의 팔이 아내 몸으로 왔다. 그때서야 화가 안 풀린 아내가 소극적인 항거를 했다. 팔을 치우며 말하길 “이거 아까 날 패던 팔 아냐?” 했다. 남편은 무안해 하기는커녕 이번에는 다리를 걸쳤다. 이때도 아내는 다리를 밀어냈다. “흥! 이거 아까 나 차던 발 아냐?” 당황한 남편이 아내 몸에 바짝 붙여 자신의 중요부위를 들이댔다. 그러자 아내가 “그래, 니가 무슨 죄가 있겠니?”하며 받아들였다.
그러나 세상이 변했다. 변해도 크게 바뀐 것이다. 바로 상전벽해(桑田碧海)격이다. 최근의 아래 통계에 주목하자. 아내의 외도와 폭력을 호소하며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찾은 남편이 지난 4년 새 각각 87.6%, 185.7%가 늘어났다. 여권신장에 활발한 경제활동, 사회위치 등의 급격한 변화가 전통적인 아내상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음이리라. 주로 여자가 남자를 숫제 깔보는 유머를 봐도 세상 변화를 알 수 있다.
Ⅴ. 당신은 로또 같은 존재
아내가 남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당신은 내게 로또 같은 사람이에요.” 아내에게 칭찬(?)을 들은 남편은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내가? 정말?” 그러자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하나도 안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