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유머풍속사](10) 유신독재와 ‘참새시리즈’

‘어둠의 시대’ 참새 빗대 권력 풍자···”한숨과 눈물이여, 잠시만···”??

우리 백성들은 5천년 역사 동안 단 하루도 약탈과 압박을 받으며 숨죽이지 않는 날이 없었다. 허접한 무기인 고무줄 새총을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 참새의 신세 정도이었다. 눈물과 탄식으로 얼룩진 역사가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통치자의 억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 한편으로 유태인들은 나치의 압제라는 그 극도의 불안감을 유머로 달랬고, 미국인들은 저 30년대의 대공황 중에 오히려 채플린의 희극을 보면서 기운을 다시 찾았다. 나중에 언급하지만 우리도 IMF시절에 ‘사오정’시리즈로 슬기롭게 경제난을 이겨내긴 한다.

지배자는 에둘러 표현할 필요 없이 하고 싶은 지시를 내리지만 피지배자는 복잡한 표정으로 혹은 말을 비비 꼬아 빈정대는 것으로 항거를 한다. 도대체 유신과 참새는 어떤 사회성을 갖는 것일까?

‘참새’는 유머를 대중화시킨 최초의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그 공이 실로 지대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참새였을까? 참새는 매나 독수리처럼 사납지도 않고 알바트러스(지중해 연안의 덩치 큰 새, 골프용어로도 쓰임)처럼 육중한 체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박쥐처럼 간교하지도 못하고, 공작처럼 아름답지도 못하다. 그렇다. 조족지혈(鳥足之血)의 새는 분명히 참새를 뜻하는 것일 것이다. 아주 작은 새이잖은가? 참새는 머리가 둔하여 ‘봉황의 뜻을 알지도 못한다’ 메뚜기나 홍학처럼 단체를 결성하여, 압력 단체가 되거나 그룹댄싱을 하지도 못하는 미물이다. 그들은 강자에 한 없이 약하다. 겨우 약자끼리 서로 싸우는 나쁜 습성을 가지고 있다. 저 유신(維新)이라는 특별한 체제에 갇혀 살아야 했던 시대 상황에서 민초들은 자신의 이야기들을 겨우 참새로 비유했을 뿐이었다.

(참새시리즈 1)

어떤 포수가 전기 줄에 앉아 있는 참새를 쏘려 하자, 참새가 외쳤다. “하하하! 니가 날 쏘면 내 다리에 장을 지지겠다!” 포수는 분노하며 참새를 한 방에 쏘았다. 포수는 이 참새가 왜 이렇게 용감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참새의 배를 갈라 확인하게 되었다. 때로 간이 부은 참새도 있었다.

(참새시리즈 2)

포수가 한 쪽 눈을 감는 것을 본 참새, 함께 웃어주었다. 그러나 순간 총알에 맞고 말았다. 이 때 참새가 한 말 “포수가 윙크하는 줄 알았는데…” 그들은 이렇게 무식했다.

(참새시리즈 3)

두 마리 참새가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포수가 그 중 한 마리를 맞혀 떨어뜨렸다. 총알에 맞은 참새가 추락하며 하는 말 “왜 나만 쏴요? 쟤두 쏴요!” 그러자 총에 맞지 않은, 다른 참새가 말했다. “쟤 아직 안 죽었데요, 한방 더 쏴요!” 그들은 상호간 사찰을 했다.

(참새시리즈 4)

참새들이 계속 당할 수는 없다며 모두 방탄조끼를 하나씩 장만했다. 포수가 몇 방 탕탕 쏘았는데 모두 무사하니깐 참새들이 신이 나서 어깨동무를 하고 단체응원을 했다. “야야~ 야야야야~ 야야야야 야야야아~” 그 순간 포수가 기관총을 갖고 와서 드르르륵 쏘았다. 모두 무사한 것 같았는데 딱 한마리가 죽었다. 그 이유는 모두들 어깨동무하고 “야야~ 야야야야~”하고 있는데 혼자서 튀는 참새가 조끼를 열었다 젖혔다 하면서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 튀는 행동을 하면 어김없이 희생되고 말았다.

(참새시리즈 5)

참새들이 이번에는 방탄조끼를 입고도 행여나 하는 마음에 단체응원도 하지 않았다. 참새들은 겁 없이 그냥 앉아 있었고, 포수는 참새들을 겨누고 총을 당겼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그중 멋 내기 좋아하는 참숙이가 총을 맞고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사인은 참숙이가 배꼽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형사범죄(경범이지만)로 단속을 해도 미니스커트가 유행했던 때가 이 시절이었다.

(참새시리즈 6)

퀴즈. 전깃줄에 참새가 100마리 앉아 있었다. 총알 1방씩 쏘아서 몽땅 잡으려고 하는데 막상 쏴보니 다 피하고 100번째 참새만 죽었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참새가 총알을 보고 “앗 총알이다”하며 피했다. 두 번째 참새도 총알을 보고 역시 “총알이다”하며 피했다. 99번째 참새는 혀가 짧아서 “앗, 콩알이다”라 했다. 100번째 참새는 콩알이 오는 줄 알고 받아먹으려 입을 열었는데, 그 순간! 이승복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가 “나는 콩사탕이 싫어요”로 바뀌기도 했다.

(참새시리즈 7)

망국적 지역감정을 타파하기 위하여, 경상도 참새와 전라도 참새 대표가 지역감정해소특별법 제정촉구를 위하여 회담을 가졌다. 그들이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는 중에 총을 든 포수가 나타났다. 이를 먼저 발견한 것은 경상도 참새였고 그는 바로 외쳤다. “쑤구리!” 그러나 그 말이 고개를 숙이라는 뜻인지 몰랐던 전라도 참새는 총을 맞으며 말했다. “윽! 요 싸가지 없는 놈이 끝까정 배반을 해부러야!”

세상을 내게로 당겨주는 유머화술

★ TIPS: 건강한 말이 역시 재미있다!

들을 때 행복한 말이 있다. 아주 평범한 말인데도, 슬며시 미소도 나고 힘이 솟는다.

세계 125개국에 200여개 이상의 지사를 두고 있는 유명 광고회사 오길비. 이 사세를 유지하는 힘이 여자 CEO의 유머감각에서 나왔다니 경이로운 노릇이다. 그녀가 무슨 우스개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지위가 어떻든 그저 먼저 웃으며 따뜻한 말을 해주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부하 직원의 책상에 슬며시 쪽지를 두고 가는데, 그 내용이 받는 사람을 한없이 격려해주는 말이다. “마이클 팀장! 당신은 늘 성실하게 일을 하더군요. 향후 이 회사에서 좋은 미래가 열릴 것 같아요.” 봉급인상이나 진급을 암시하는 말로 여겨지는 이 말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군가에게 라면 한 그릇을 얻어먹었다 하자. “잘 먹었어요!”면 충분한 인사가 된다. 하지만 이런 말은 어떨까? “눈물이 나도록 고마워요. 내가 당신과 라면을 먹고 싶어서 꿈까지 꾼 적이 있었거든요. 당신을 사랑할 것 같아요.”

이런 말을 늘 입에 올리고 사는 사람에게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당신을 만난 건 행운이야!”, “아, 당신 밖에 없어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 “믿음직스러워요!”, “당신 곁에는 항상 제가 있을 게요!”, “어려울 때 말씀 하세요!”, “이해하세요. 그 사람들이 몰라서 그래요.”,“속상해하지 말아요. 제가 알잖아요?”, “뼈에 닿는 말씀이네요!”…

뭐가 어려운 말인가? 시시때때로 쓸 수 있는 아주 유쾌한 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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