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명료한 ‘초딩생표’ 언어구사가 트럼프 대통령 먹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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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재화 말글커뮤니케이션 대표] 대다수 다른 나라가 그렇지만 우리는 더욱 눈치를 봐야 하는 강대국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트럼프가 당선됐다. 우리에게 썩 우호적인 말을 하지 않았던 트럼프다. 우리도 그랬고 현지서도 그의 말버릇을 두고 그다지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우선 톤이 높아 귀가 아프고, 거침없는 비속어를 마구 써 점잖지 않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말한 내용도 위험해 듣기에 조마조마했다.

미국인들은 테러가 일어났던 9·11과 트럼프가 당선된 11·9를 희대의 쇼크라고 부른다고 한다. 참 희한한 우연이다. 그러나 현실은 인정해야 할 실제상황이 됐다.

정치인은 말로 정책과 인격까지 선보인다. 트럼프의 어떤 식의 말이 미국인 다수를 움직였을까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분석이 될 것이다. 그의 말은 아주 쉽고 단순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는 말과 글의 난이도를 측정하는 방법인 ‘플레시-킹케이드’(Flesch-Kincaid 테스트)에서 후보들 가운데 가장 쉬운 어휘를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가 사용한 말들은 이런 것들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한 나라를 가지게 될 것이다.”(We will have a great, great country, better than before) 여기에 쓰인 단어들은 3음절이 넘지 않는 단어들로 영어에서 아주 쉬운 낱말들이다. 9~10세의 초등학생들도 바로 이해할 정도의 쉬운 말들이다.

거기에 비해 다른 후보들은 대체로 중학생 수준을 넘었다. 오직 트럼프만 끔찍한(terrible), 좋은(good), 나쁜(bad), 거대한(huge), 위대한(great) 등의 단순한 ‘초딩생표’ 용어를 반복함으로써 듣는 이들을 움직였다.

몇 해 전 돌아가신 황수관 박사는 필자가 아는 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알기 쉽게 말씀하는 분이었다. 건강전도사로 웃음을 강조하며 무척 재미있게 말을 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들 중 사전을 찾아봐야 하거나 옆 사람을 콕 찔러 “방금 그거 무슨 뜻이냐?”고 물어볼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한번은 황 박사 강의 중 “비만한 사람이나 아니, 살찐 것이지…” 이러면서 그다지 어렵지 않은 한자어도 입에 올리지 않으려 하던데, 그 자체가 재밌으면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동창회장이 된 친구가 밤을 꼬박 새웠다며 새벽녘에 전화를 해왔다. 동창회 총회장에서 연설을 해야 하는데, 밤새도록 쓴 글이 한 줄에서 멈추더란다.

내가 야단치듯 말했다. “멋진 말을 쓰려고 그랬지? 쉽게 하라구!”

글이나 말이 막히는 경우, 고상하고 어려운 것을 쓰려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는 것이 기억에 남고 인상적이며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부담이 없다. 말 잘하는 사람은 평범한 이야기 속에 핵심을 담아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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