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의 유머풍속사 ?] 그때 그 시절, “삐삐를 아시나요?”

<사진=tvN>

기능을 말하는 것이기에 ‘무선호출기’라 해야 함에도 ‘삐삐’라는 애칭으로 더 사랑을 받았던 기계. 이 휴대용 무선통신 단말기의 호출 알림 소리대로 삐삐(Beeper)라고도 불렀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까지 널리 사용되었는데,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허리띠에 이 앙증맞은 삐삐 하나씩을 차고 다녔다. 휴대전화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무선 호출기의 사용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그런데 아직도 삐삐 사용자들이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는가. 엄연히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휴대폰이 곧바로 악악대는 마귀 같은 것이라면 즉각적인 응답 요구의 앙탈도 부리지 않고, 수신측으로부터 반송되는 수신자의 위치 등의 정보가 없으므로 개인 사생활 보호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이 이 무선 호출기다. 누가 이걸 쓰냐구? 개그맨 전유성과 수백명이 아직도 지니고 다닌다.

삐삐 유머 Ⅰ. 맹구가 샤워를 하고 있는데 삐삐가 왔다. 그러자 맹구가 삐삐에 대고 “이 맹구 선생이 지금 목간 중이니께 조금 있다가 찾으슈!”라 소리쳤다. 그랬는데도 계속 삐삐가 울렸다. “아니, 지금 니가 나 맹구랑 한판 붙자는 거여 뭐여?”
맹구는 삐삐를 붙잡고 화를 내다가 잘못해서 진동스위치를 건드렸다. 그랬더니 삐삐가 부르르 떠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란 맹구 삐삐가 무섭다는 듯 “이 놈이 이젠 발길질까지 하네~”

Ⅱ. 우진이가 도서관에 가면서 할머니에게 말씀드렸다. “시험 때문에 함께 놀아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그러나 정 심심하시거든 제 삐삐를 치세요. 금방 올게요!”
할머니 “알았어. 나두 신식 할멈여서 삐삐 정도는 친다.”
도서관에 간 우진이 삐삐를 집에 두고 나온 것을 알았다. 하는 수 없이 일찍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집에 들어섰더니 할머니가 방안에서 삐삐를 마구 내리치고 계셨다.
할머니 “니가 삐삐를 치라구 해서 부지런히 쳤더니 니가 금방 오는구나. 거참, 신기하다.”

Ⅲ. 삐삐가 애인보다 더 좋은 이유 6가지
? 늘 몸에 대고 만질 수 있다 ? 누가 날 부르건 질투는커녕 묻지도 않고 가르쳐 준다 ? 찾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적어 두는 비서 역할을 한다 ? 데이트 비용으로 한 달에 고작 5백원(건전지 값)밖에 안 든다 ? 아무리 화풀이를 해도 아무 대꾸 없이 다 받아 준다 ? 매일 아침 신선한 모닝콜을 해 준다.

삐삐가 비록 ‘인간사슬’이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지만 얼마나 편리했던가? 그러나 전자계산기가 나오면서 주판이 어디론가 사라졌듯, 삐삐도 휴대폰에 강타를 맞고 곧 죽은 듯 했다. 사람들이 편리 추구성을 상실한 것? 아니다. 바다 속에서도 산 속에서도 터널 속에서도 터지는 휴대폰이 나왔기 때문이다.

휴대폰 시절, 심지어 자기 번호도 못 외울 정도로 수에 무감각해지고 둔해 있다. 그 때 그 시절 삐삐가 그리운 건 숫자를 조합하여 여러 상징을 나타내는 암호제작 기술 퇴보가 우려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Ⅳ. 삐삐 암호 모음
? 0 난 너의 영순위 ? 0024 영원히 사랑해 ? 0049 차사고 났다 (빵빵사고) ? 0242 연인사이 ? 0404 영원히 사랑해(영사영사) ? 1004 당신의 천사로부터 ? 100 돌아와 (Back) ? 1010235 열렬히 사모 ? 1254, 1255 이리로 오시오 ? 1472 일사천리, 우리 빨리 결혼해요 ? 20000 이만~ ? 230 이상무 ? 2424 이사간다 ? 2626 약속장소로 간다 (이륙이륙) ? 2848 이제 그만 만나요 (이판사판) ? 337 힘내라 (337박수) ? 3575 사무치게 그립다 (사무치오) ? 4444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 505 S.O.S (급하다) ? 55555558 오~~~~~~~~~빠!! ? 5782 호출 빨리~ ? 5825 모든 것이 잘못 됐다 (오판이오) ? 660660 뽀뽀 (bbobbo) ? 7179 친한 친구 ? 9414 위급한 상항이 끝났다 (구사일생) ? 9999 행운이 있기를 (클로버 잎 네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