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유머풍속사] ⑧ 이명박 “신용카드로는 투표권 확인 안 되나?”

역대 그 어느 대통령보다도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이가 이명박이었다. 국민들은 그에게 경제를 살리고 민주주의를 키워주라는 큰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그는 임기 초부터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유권자 수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들어야했다.

독도문제를 두고 보였던 대일관계 설정이나 한미FTA 등에서 나타난 외교력이 지나치게 저자세라며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이다. 급기야 어린 학생들까지 나서서 미국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을 들었다. 청와대로 가려는 그들을 ‘명박산성’이 막아주긴 했지만, 청와대 뒷산에서 이명박은 아침이슬 노래와 촛불을 보며, 내가 과연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다가갔는가 하는 많은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외교를 보면서 사람들은 이런 고대유머가 떠오른다고 비꼬기도 했다.

아내: 여보, 담 너머에서 남자들 험악한 목소리가 들려. 담 넘어 오려고 하나봐.
남편: 이놈들, 담만 넘어 오기만 했단 봐라.
아내: 여보, 여보, 현관문을 따고 들어오려나 봐.
남편: 이놈들, 현관만 열고 들어오기만 했단 봐라.
아내: 여보, 도둑놈들이 거실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
남편: 이놈들, 거실에서 물건 하나라도 가져가기만 했단 봐라.
아내: 여보, TV며, 오디오며, 골동품이며, 다 밖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 같아. 어쩜 좋아.
남편: 이놈들, 안방에 들어오기만 했단 봐라.
아내: (이불 뒤집어쓰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여보, 들어왔어.
남편: (아내보다 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놈들, 장롱에 손 대기만 했단 봐라.
아내: 여보, 장롱 열어서 돈과 귀중품 다 꺼내가는 것 같아. 어떻게 좀 해봐.
남편:···.
아내: 여보, 다 털고 나갔나봐. 거실에 나가서 신고라도 해봐.
남편: 이놈들, 다시 오기만 했단 봐라.

이 유머가 논리적으로 딱딱 들어맞는 연관성이 없다느니, 논리적으로 깊게 파고들어 어느 부분이 일치하느냐고 물어선 안 된다. 그저 이명박과 이명박 정부의 외교 행태를 코미디 특유의 과장법으로 빗댄 것이니까.

두말할 것 없이 코미디는 사회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막힌 사회일수록 카더라 통신이나 유비통신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좌에 있는 사람을 평민이 질타하는 사회라면, 그나마 민주주의의 희망이 보이는 게 아닐까? 한국 근현대사는 언로를 막는 가히 재갈통치로 점철되어 왔고 사람들은 거기에 풍자의 유머를 날렸다. 그 시도는 이명박 정부까지도 계속되었다. 물론 이전의 통치자들과 이명박이 권좌에서 내려왔기에 변한 게 있다면 그것들의 역사적 시효가 다했다는 것이다. 군사정부시절의 시국사건은 무엇이었나? 동백림, 인혁당, 민청학련, 부천 성고문, 박종철 고문치사 등 참 엄혹하다. 그럼 이명박 정권 때의 시국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쥐 벽서 사건’, ‘2MB 18noma사건’, ‘욕쟁이 만평가 사건’, ‘회피연아 사건’, ‘사마귀유치원 사건’ 등 주로 개그 수준이다.

그런 게 왜 웃겼을까? 독일 철학자 헬무트 플레스너는 ‘웃음’에 대해 ‘너무 어울리지 않는 의미가 어떤 상황에 함께 있을 때,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려 그 부조화에서 오는 긴장을 해소시킨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교장선생님이 전체 조회시간에 학생들에게 ‘뿌잉뿌잉’했다고 치자. 엄청난 웃음보가 터진다. 보통 상상하는 지엄한 교장선생님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이다. 이명박 정권의 재갈물리기가 위엄을 얻지 못하고 웃음거리가 된 이유가 있다. 일반 시민들의 상식과 너무 안 맞아서였다. ‘그렇게 무서운 얼굴 하지 마. 미안한데, 나 안 무섭거든?’이었다.

그런 이명박이 대통령직을 무사히 다 끝내고 새 주인에게 방을 빼주고 나가야 했을 때, 미리 준비했던 특별한 사저는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 결국 불발이 됐고 예전에 살던 논현동으로 가게 되었다. 그날 대한민국 여기저기 술집의 술꾼들 사이에서는 괜히 오바마와 이명박을 엮어 3행시 짓기가 벌어지고 난리가 아니었다.

오바마: (오)는 잔, (바)로 바로 즐겁게 (마)시자.
이명박: (이) 좋은 날에 (명)랑하게 (박)수 치며 즐기자.

이명박 삼행시가 5년 동안 고생을 많이 하고 퇴임을 한 전직 대통령에게 앞날에 무궁한 영광이 있으라고 비는 순수한 것이었는지는 모른다. 본인이 그 3행시를 들었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가 궁금하다. 국민들은 아마도 그 마음으로 떠나가는 사람을 배웅했을 것이니까.

이명박 흉내를 낸다거나 적극적으로 코미디 소재로 삼은 코미디언은 거의 없었다. 우선 쉰듯하고 쇳소리가 날 정도로 칼칼한 음성이어서 천하의 배칠수도 성대모사에 어려움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내가 해봐서 잘 아는데…”하는 어법에서 알 수 있듯 늘 완벽주의 추구 자세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은 탓도 있었으리라.

그런 그가 지난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본인이 직접 사람들을 웃겼다. 투표소에서 신분확인을 요청하자 주민등록증 등의 신분증이 아닌 신용카드를 제시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것.

신용카드가 신원확인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도 일부러 꺼내서 긴장해 있는 투표소관리요원들을 웃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세상을 내게로 당겨주는 유머화술

★ TIPS: 비유하기

생김새이나 성격을 두고 사실 그대로 말하지 않고, 다른 것에 빗대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유머는 많고도 쉽다. 비유를 하는 유머는 이미 알려져 있지만 또 써 먹어도 언제 어디서건 통한다.

남자를 이렇게 분류한다.

몸집에 비해 하는 기술이 단순한 남자→ 냉장고 같은 남자
조루증 남자→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다리미
그래도 2분은 가는 남자→ 성능 좋은 커피포트
정작 깊숙한 곳은 건드리지 못하고 겉만 만지는 남자→ 식기세척기
멀티 남자→ 어떻게 해달라고 지정을 하면 돌려주고 빨아주고 두들겨 주고 요즘은 봉이 돌기도 하는 기능 많은 세탁기

위의 비유는 워낙 명작이어서, 당신 혼자만 아는 최신형이라 서두를 꺼내선 안 되고, 상황에 따라‘요런 유머가 있었잖아…’하면서 시작하면 무난하다. 뿐만 아니라 당신이 막힐 때 더 잘 아는 곁의 사람이 도와줘서 좌중을 웃길 수 있는데, 그 공은 먼저 꺼낸 당신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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