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의 유머 풍속사] ⑦ 바보 노무현 편, 권위주의 깬 “맞습니다, 맞고요!”

‘바보 놈현’으로 불리던 노무현 대통령. 그의 탈권위적 행보는 한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인성 물론 정책 비틀어 코미디 소재로

대통령의 인성은 물론 정책을 비틀어 코미디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던 시기가 있었을까? 있었다. 그 출발은 변호사 출신 초선의원이 끊었다. 주지하다시피 1987년 6공의 출발과 함께 노태우는 5공청산 요구에 엄청 시달렸다. 그때 홀연히 나타난 이가 나중에 ‘바보 놈현’으로 불린 노무현이다. 그가 이른바 5공청문회에서 천하의 전두환이나 정주영마저 사정없이 몰아치던 모습을 본 백성들은 지푸라기로 뒤를 닦다가 맨 처음 비데기를 사용하는 기분이었을 거다. 당시 시인 유종순은 이런 노래를 했다.

“한 송이의 독재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 일제 때부터 군사정부까지 말당 선생은 그렇게 울어쌓나 보다…”

전두환과 일제 때부터 주로 군사정부에, 권력에, 충성과 아부를 한 시인 미당 서정주를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그의 시가 5공청문회 스타 노무현에게는 이런 헌시로 바뀌지 않았을까?

“구역질나는 네 꽃잎을 계속 피게 하려고 / 간밤엔 총칼과 인권탄압이 저리도 난무했지만 / 놈현에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 KS마크에 찬란히 빛나는 이회창을 이긴 것이다. 당시 두 사람의 당락을 예측 비교한 이런 말들이 인구에 회자되었…던가?

“이회창은 옥탑방을 노래방으로 알았고 / 노무현은 옥탑방을 살아봐서 알았다.
이회창은 아들을 군에 안 보낸 인정 많은 부친이었고 / 노무현은 아들을 군에 보낸 몰인정한 애비였다.
이회창은 재수하면 표가 더 나올 줄 알았고 / 노무현은 그런 계산을 ‘재수없다’고 알았다.
이회창은 대안이 없는 막연한 후보이고 / 노무현은 대책 없이 막가는 후보였다.
이회창은 처가를 자랑했지만 / 노무현은 처가를 사랑했다.”

서민대통령 노무현 흉내 개그맨 스타 발돋움
독재정권은 유머가 통치자를 배배 꼬는 걸로 여겨 경계하고 억누르지만 그래도 피어나고, 민주사회에서는 유머를 맘껏 허해도 비판력이 약해지고 굳이 메타포(비유)를 쓰지 않아도 되기에 그 생산량이 적어지고 만다. 그래서 어느 때이고 유머는 평준화를 이루고 있지만, 내용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특히 풍자 면에서 보면 극명하게 달라진다. 박정희 시대의 김지하의 ‘오적(五賊)’이 어디 쉽던가. 전두환 때의 김남주 시인의

“밭다랑 논다랑은커녕 / 제 몸 간수할 땅 없는 고주망태 선달이가 / 막걸리 한 사발에 개떡 같은 제 주권을 팔았다네 / 덕망인지 악망인지가 골골에 자자한 양조장집 주인에게…”

이런 노래가 금방 이해가 되던가?! 노무현은 남들은 못 가져 안달인 권위를 애써 까부수느라 평검사들과 막가는 담판을 하는 등의 행보로 사람들을 많이 당황시켰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진일보했다는 진단도 가능할 듯하다. 이를테면 이런 막가파식 유머도 가능했으니까. 몇 사람이 음주운전에 걸렸다.

이승만 “봐주면 살고, 안 봐주면 죽어요.”
박정희 “힘든 운전을 하려면 막걸리 정도는 마셔야 하는 거 아냐?!”
최규하 “운전이 무서워요. 겁이 나서 딱 한잔 마셨어요.”
전두환 “이봐, 세동이! 자네가 대신 마신 거라고 해!”
노태우 “나 이 사람, 마시지 않았어요. 믿어주세요.”
김영삼 “내가 운전하기 전에는 몰라도 운전대를 잡고는 한 방울도 먹지 않았어요.”
김대중 “한잔을 먹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이미 술이 깼잖아요? 그래도 딱지를 떼려면 떼요. 나는 절대 보복 안 하니까….”
노무현 “맞습니다. 맞구요, 내일 아침에 경찰서에 출두하겠습니다. 막 가는 거 아닙니다.”

당시는 오늘이 미래였기에 어떤 예견을 할 수 없었지만 혹시 이명박이 있었다면 이러지 않았을까.

“과거에 술집 근처를 다니긴 했지만, 에…지금 그 냄새만 좀 납니다.”

노 대통령 부부 취임 직전 아침방송 깜짝 출연

노무현이 깊게 교우한 연예인들은 별로 없다. 문성근, 명계남이 어디 ‘연예인’인가! 그러나 코미디언 김제동과 노정렬은 노무현을 굉장히 흠모한 코미디언이다. 또 한 사람 그와 인연이 있는 코미디언이 있었다.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에서 노통장 역할로 노무현을 서민적으로 흉내 낸 김상태. 그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김상태는 노무현이 취임 직전인 2003년 2월에 출연한 SBS-TV <한선교·정은아의 좋은아침>에서 깜짝 게스트로 나와 만났다.

위정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역사의식’과 ‘숙면’이라고 한다. 두 말 할 것 없이 통치자의 좋은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을 위하여 숙면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역사의식에서는 빼어났지만, 탄핵과 또 임기 말년의 몇 가지 정책이 어긋나 만백성의 원성이 높아져 제대로 잠을 못 이룬 것 같다. 그러나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가서는 잠도 충분히 잤고, 이전에 잃었던 대중적 인기몰이를 다시 했다. 그게 끝까지 가지 못한 게 너무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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