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속 송우석은 진짜 노무현?

‘변호인’의 송우석 변호사와 노무현은 같은 인물일까?

영화는 하드웨어(화면), 소프트웨어(스토리) 공히 ‘사실’이 느껴진다. 그러니 이 사람도 화면에서 걸어 나와 출마했더라면 당선되지 않았을까? 무슨 이야기냐!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부산진구 제3선거구에 나온 새정치민주연합의 송병곤 후보는 새누리당 김아무개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사람이 바로 저 유명한 영화 <변호인>의 돼지국밥집 아들 ‘진우’역의 실존 인물이란다. ‘진우’는 준수한 외모를 가진 학구파에 불의와 타협 않는 그야말로 정의가 강물처럼 넘치는 완벽한 대학생이다. 그러나 그는 끝내 ‘송병곤’이 아니고 배우 ‘임시완’에 지나지 않았을까?

영화 <변호인>은 부산을 무대로 한 노무현 대통령 영화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노무현은 영화에서 사실에 근접하게 묘사되었을까? 영화 인트로에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라고 했는데!
영화는 두 시간 안팎 시간이므로 인생의 큰 방점인 어떤 일화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변호인>도 노무현이 겪은 ‘부림사건(釜林事件)’이 메인줄거리이다.

부림사건은 여자친구를 ‘여친’이라고 부르듯 ‘부산 학림 사건’의 줄임말이다. ‘부림’이 이름이 잘못된 건가? ‘칼부림’보다 더 무서웠다. 국가보안법을 정권 안보를 위해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이기에. 전두환의 신군부 정권 초기인 1981년 9월, 공안당국은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했다. 이 사건은 검사 최병국이 지휘했다. 당시 김광일 변호사와 함께 변론을 맡았던 노무현은 이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고 나중에 정치인으로 크세 성장한다. 정의에 불타는 노무현, 김광일 등이 무료변론에 나섰다. 이 사건은 YS정부가 ‘군사독재 저항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조작된 사건’이란 정치적 면죄부를 주었다.

노무현은 부산 말로 ‘억수로 별난’ 인물이다. 1988년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정치 초보생으로 5공비리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단박에 ‘청문회스타’로 대박을 친다. 1990년 ‘3당합당’에 반대하며 야당에 그냥 남았다. 그는 원칙이 중요하지 타협과는 거리가 멀다. 김대중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하며 몸집을 불리다가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후보가 되어,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본인도 크게 놀랐을 것이다. 퇴임 후 고향 봉하마을에 귀향하였으나 재임 중 친인척 비리로 조사를 받으며 괴로워하다가 2009년 5월23일, 사저 뒷산의 부엉이바위에서 ‘별난 행동’으로 서거하였다.

그러한 노무현이 영화에서 사실대로 그려졌나 보자. 경상도 사투리가 붙어있는 배우 송강호의 송우석 변호사 연기는 딱 노무현이었다. 허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오달수)이 등장하는데, 물론 변호사사무실에 사무장이 있었을 것이지만, 똑똑한 변호사 ‘노무현’을 야단치기까지 하는 그런 사무장이라? 이 사람은 누구인지 현재 알려진 바가 없으니 허구일 가능성이 높고. 또 국밥집 아줌마(김영애)가 그토록 세련된 경우는 세상에 드물거나 없는 일이고.

선배 변호사 김상필은 고 김광일 국회의원이다. 부산지역 인권변호사의 대부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에 입문시켰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이 노 대통령 현직 때, 탄핵을 찬성했던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이기도 했다. 그는 생전에 노무현을 정치에 끌어들인 걸 정말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했다. 뼈가 진짜 저렸을까, 사촌이 엄청 큰 땅을 사니 배가 아팠던 것일까? 모르겠다. 김광일은 2002년 대선 전에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 10가지’라는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그런 인물이 과거 노무현을 그토록 챙겨주었을까 싶고.

악질 수사관 차동영(곽도원)도 등장한다. 실제 그 정도이었거나 아님 좀 과장되었을 수도 있다. 재판장(송영창)은 지금의 서석구 변호사이다. 이 분은 영화에서 변호사 노무현에게 대단히 우호적이다. 실제로 피고인들을 위해 재판을 진행하다 좌천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과 다른 것인지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이 바뀐 것인지 이분의 최근 행보는 정말 특이하다.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등에서 “종북좌빨들을 위했던 과거를 후회한다”고 악악대고 있으니. 검사(조민기)는 울산에서 내리 3선을 한 법조인 출신 정치가 최병국 전 한나라당 의원이다. 그런데 최병국은 고문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영화가 히트를 친 후 사람들이 관심을 갖자 “나한테 조사받을 때는, 내가 막내 동생처럼 대하면서 곰탕도 사주고 잘해줬더니 고문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법정에선 고문 이야기를 하더라”고 했다. 최씨는 “부림사건 관련자들이 파렴치한 절도범도 아니고, 사회를 변혁하겠다는 꿈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고문당했다는 등의 노가리는 안 했으면 좋겠다. 도리어 사과는 내가 받아야 한다. 내가 자기들한테 욕이나 윽박지르기 한 거 없다”고 했다. 사실일까?

영화의 극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가 법정에서 정의의 메시아 노무현을 바라보는 외신기자들의 강렬한 눈빛이다. 하지만 당시 법정에는 외신 기자들이 없었다. 다만 그 사건이 외신에 관심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당시 피해자 중 한명의 부인(성교육 강사로 유명한 바로 구성애씨)이 한국앰네스티에 글을 기고해, 외신은 부림사건을 보도했다. 구씨는 “영화에서 피해자 가족의 상징이 진우 엄마(김영애)인데, 그때 가족들 전부가 그랬다. 법정 안팎에서 싸우고, 울부짖고 다했으니까!”라고 한다.

법정에서 군의관이 고문사실이 모두 사실이며 직접 목격했다고 양심 선언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극의 전개를 위해 허구임이 확실하다. 그가 영화에서 양심선언할 때 가슴이 찡하고, 한국에 손톱만큼의 정의가 있다고 믿었는데, 없었던 일이라니 무척 섭섭하다. 군의관 윤 중위 대신 고문 뒤 치료해주던 경찰병원 의사가 있었던 건 맞다. 그의 봉사를 폄훼하는 건 아니지만, 시키니까 그냥 해준 ‘병 주고 약 주고’이었으리라.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와 같은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기소되자, “그렇다면 북한과 일본이 축구를 할 때 북한 팀을 응원해 주면 김일성 찬양이 되냐”고 말한 노무현 이야기도 사실이다. 다만, 당시 실제 공판에서는 영화처럼 변호인이 E. H. 카의 신원을 확인해준 영국 대사관의 편지를 공개한 바는 없다.

대통령 소재 영화가 꽤 있는데 주로 외국작품들이다.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은 거의 생존해 있고 대부분 도덕적 흠집을 가져서(…아닌가?) 영화화하기에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서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MBC의 ‘공화국’ 시리즈 같은 드라마에서 많이 다루어온 점도 고려됐을 것. 영화는 사람들이 금방 빠져들기 쉬운 가상의 현실이다. 영화 <변호인>에서 사람들은 100퍼센트 노무현을 봤을까?!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