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 100세] ‘할배 할매’들의 전성시대

통계청이 발표한 ‘2013 고령자(高齡者)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인구는 5021만9669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613만7702명이다. 고령자 비율은 10년 전인 2003년 8.3%에서 12.2%로 증가했다. 이같은 상승세는 2019년 20%, 2030년 24.3%, 2050년에는 37.4%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독거(獨居)노인 가구는 총 가구의 6.9%를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2035년에는 15.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고령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2년 30.7%에 불과하다. 남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이 41.6%로 여자(23%)보다 높았다. 현재 경제활동참가율은 낮지만 고령층(55?79세) 인구의 10명 중 6명은 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생활비 보탬(54.8%)이 가장 많았고, 일하는 즐거움(36.9%)이 뒤를 이었다.

2012년 가구주(家口主) 연령이 60세 이상인 고령가구의 월평균소득은 279만8000원으로 전국가구 평균 407만7000원의 68.6% 수준이었다. 고령자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은 6.4%이며,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수령자는 205만명으로 전체 고령자의 34.8%를 차지했다.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39만원으로 연금 수령자의 81.8%가 ‘50만원 미만’을 받았다.

최근 tvN의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우리나라 원로 남성 연기자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씨 등 4명(평균 연령 76세)이 유럽과 대만 배낭여행을 통하여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대박’을 터뜨렸다. 내용도 리얼리티 프로그램답게 원로 탤런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KBS2 TV의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라는 프로그램은 60대 중반에서 70대 후반까지의 여성 연기자 4명(김영옥 김용림 김수미 이효춘)이 얘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들이 함께 국내 여행을 하면서 한 집안의 아내이자 어머니이면서 또한 여배우로서 털어놓는 솔직한 고백들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노인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여 대개 직장에서 퇴직하면서부터 ‘퇴물’ 취급을 받기 일쑤다. 다행히 ‘꽃보다 할배’와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 TV 프로그램 덕분에 우리나라 노인 사회에 새로운 활기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원로 배우 ‘할배’와 ‘할매’들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처럼 전반적으로 노인들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 된 학대 판정 건수는 2007년 1637건에서 2011년 2475건으로 늘어나 4년 동안 51.2% 증가했다. 2011년 학대유형별 피해 건수를 분석한 결과 신체, 정서, 성, 경제, 방임, 자기방임, 유기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중복학대 피해가 65.7%를 기록했다. 이는 학대피해노인들이 다양한 유형의 학대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노인이 노인학대 신고건수의 68.8%(2369명), 남성노인이 31.2%(1072명)를 차지했다. 즉 신체적, 경제적으로 보다 취약한 여성이 노인학대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두배 가량 높았다. 지역별로는 신고접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1132건), 서울(1060건)이었지만 노인인구 1000명당 신고접수율은 대전(3.76%), 인천(3.9%)로 가장 높았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0년 전국 재가(在家)노인을 대상으로 노인학대 실태를 조사한 결과 13.8%가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하고 학대경험자의 50% 이상이 5년 이상 학대가 지속되었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학대경험자 중 전문기관이나 경찰에 피해사실을 알린 비율은 불과 2.5%에 그쳐, 신고율을 제고(提高)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최근 전남 순천 소재 한 노인복지시설에서 고교생의 막말 사건(노인에 대한 언어적 학대)이 벌어졌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즉 봉사활동 처분을 받은 고교 2학년생이 치매를 앓아 병상에 누워 있는 89세 어르신(여성)에게 “무릎을 꿇어라. 이게 너의 눈높이다”라고 외치는가 하면 73세 어르신에게도 “여봐라. 네 이놈.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가고 고함을 쳤다고 한다. 게다가 함께 온 친구(17세)는 막말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여 SNS에 동영상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 사건은 요즘 청소년들이 어르신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대가족으로 조부모와 함께 살면서 자연스럽게 노인을 이해하고 인간의 늙어가는 과정을 체득한 세대와 달리 요즘 청소년들은 핵가족 사회로 인하여 노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이해 부족이 노인에 대한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학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평균수명이 80대로 진입하면서 이 세상에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웰빙(Well-being)’ 그리고 사람답게 죽어 저 세상으로 떠나는 ‘웰다잉(Well-dying)’과 더불어 사람답게 늙어가는 ‘웰에이징(Well-aging)’이라는 말이 풍미하고 있다. 영국 리버풀대학 브롬리(D. B. Bromley) 교수(노인심리학)는 “인간의 삶에서 4분의 1은 성장하며 보내고, 나머지 4분의 3은 늙어가며 보낸다”고 했다.

시인 존 그린리프 휘티어는 입이나 펜에서 나오는 말 중 가장 슬픈 것은 “그럴 수 있었는데”라고 말했다. 우리는 실패한 것보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더 많이 후회를 한다. 따라서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좀 더 많은 것을 행동에 옮겼더라면…”이라고 후회하는 많은 사람 중에 하나가 되지 않기 위해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노년기는 결코 짧지 않으므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죽을 때까지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사랑과 일이며, 일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기쁨을 준다. 또한 노인의 꿈은 내세(來世)에 대한 소망이므로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서 신앙생활과 자기 생활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국가의 ‘노인정책’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노인들 스스로 활력소를 찾으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이에 꾸준한 건강관리로 웬만한 중년들보다 훨씬 건강과 의욕을 보여주는 노인들이 많아졌다. 법적으로 65세가 되면 노인이지만, 요즘은 75세가 되어야 노인 축에 끼는 세상이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품격을 유지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어르신’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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