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 100세] 청마의 해 설날 아침에
힘차게 달리는 ‘푸른 말’ 청마(靑馬) 갑오년(甲午年) 음력 정월이 밝았다. 금년은 단기(檀紀) 4347년이다. 새해 갑오년은 말띠 해 중에서도 가장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청마의 해’이다. 말은 예로부터 지혜롭고 영리하여 인간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특히 푸른 말 ‘靑馬’는 청색이 주는 수식 때문에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에 예로부터 청마는 영물(靈物)로 통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비의 대상인 우주(宇宙)의 근본을 동양에서는 태극(太極)에 두고 음과 양으로 우주의 변화를 관찰하였다. 음양을 더 나누어 관찰하면 오행(五行)에 있다고 동양사상은 주장한다. 또한 오행을 응용할 표상문자를 하늘과 땅에 두었다. 하늘에 둔 10가지를 천간(天干), 땅에 둔 12가지를 지지(地支)하고 한다. 그리고 하늘과 땅을 다시 결합하여 인간의 생활에 연관시켜 만든 것이 60간지(干支)이다.
천간지지(天干地支)의 천간(天干)은 하늘의 기운을 의미하며 갑을(甲乙), 병정(丙丁), 무기(戊己), 경신(庚辛), 임계(壬癸)의 순으로 오행(五行)의 목(木)ㆍ화(火)ㆍ토(土)ㆍ금(金)ㆍ수(水)를 상징하며 청색(靑色), 적색(赤色), 황색(黃色), 백색(白色), 흑색(黑色)의 상징적인 빛깔을 갖는다.
땅의 기운을 뜻하는 지지(地支)에다 12종류의 동물 상징을 갖다 붙인 시기는 후한(後漢) 왕충(王充)이 쓴 <논형>(論衡)을 기준을 삼는다면 대략 기원 후 150년 무렵이 된다. 즉 2세기 무렵부터 동물 형상을 12지에 결부시며 요즘 말하는 ‘띠’가 만들어 졌다. 12종류 동물은 쥐(子), 소(丑), 범(寅), 토끼(卯), 용(辰), 뱀(巳), 말(午), 양(未), 원숭이(申), 닭(酉), 개(戌), 돼지(亥) 등이다.
올해는 하늘의 기운인 갑(甲)과 땅의 기운인 오(午)가 만나는 갑오년(甲午年)이다. 이에 천간의 ‘갑’의 상징색이 청색(靑色)이며, 지지의 ‘오’는 말(馬)이기 때문에 ‘청마(靑馬)의 해’가 된다.
청색(靑色)은 동쪽 태양의 양기(陽氣)가 강한 색으로 귀신을 물리치고 복(福)을 기원하는 의미로도 사용되어 우리 한민족은 푸른색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우리는 엉덩이에 푸른 ‘몽고반점(蒙古斑點)’을 갖고 태어나며, 청운(靑雲)의 꿈을 안고 앞날이 창창하기를 희망한다. 이에 청색은 우리 마음 속에 늘 푸른 희망으로 살아 있다.
서양에서 푸른색은 기독교의 색이며, 성모(聖母) 마리아의 색이다. 독일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위대한 화가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는 청금석을 곱게 갈아 접착제와 섞어 만든 아름답고 매우 밝은 청색 울트라마린(ultramarine)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렸다. 신성한 파란 색을 보며 종교적인 엄숙함과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 했다.
‘설 풍습’은 농경민족이라는 공통점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이 비슷하며 ‘설음식’ 중 떡국도 비슷하다. 이는 옛날 동양 삼국의 조상들이 매우 비슷한 음식을 먹고 살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우리나라는 밥이 주식으로 자리를 잡은 고려시대 이전에는 떡이 주식이었다. 설날 중국 사람은 쌀을 재배하는 남부지방에서는 쌀로 만든 경단을 국물에 넣은 ‘탕위안’을 먹으며, 밀 생산이 많은 북부 지방은 만두를 먹는다. 일본은 된장으로 맛을 낸 국물에 찹쌀떡을 넣은 ‘오조니’를 먹는다.
우리는 설날 아침에 정성스럽게 상을 차려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린다. 어른들은 ‘새해 복 많이 받아라’며 덕담을 하며, 아이들에게는 세뱃돈을 준다. 설날의 대표적인 음식이 떡국이며, 옛날에는 가래떡을 동그란 원형으로 썰었으나, 약 40년 전부터 지금처럼 타원형으로 썰기 시작했다. 떡국의 국물을 만드는 주재료로 옛날에는 꿩고기가 으뜸이었으나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일반인들은 닭고기를 대신 이용했다. 요즘은 쇠고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설 식탁에 떡국만큼 빠지지 않는 음식이 만두다. 만두는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고루 든 영양가 높은 음식이다.
설 풍속으로 복조리 달기, 연날리기, 윷놀이 등이 있다. 복(福)조리 달기는 복조리를 방문 위 또는 마루의 벽에 걸고 복을 기원하는 풍속이다. 흥겨운 윷놀이 윷판은 늘 떠들썩하며, 편을 갈라 여럿이 둘러서면 윷놀이의 신명이 한껏 오른다. 민속놀이 연날리기 ‘연’(鳶)은 겨울 철새 솔개를 나타내는 한자이며, 솔개처럼 멋지게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을 연에 담아 날렸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고려 때 최영(崔瑩, 1316~1388) 장군이 전투에서 연을 활용했다고 한다.
중국은 음력 1월1일을 춘제(春節)라고 부르며, ‘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절기’라는 뜻이다. 올해 입춘(立春)은 양력 2월4일이다. 중국인들은 춘제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새해 인사(新年快樂 恭喜發財ㆍ새해 행복하고 돈 많이 버세요)를 나눈다. 세뱃돈은 붉은색 봉투(紅包ㆍ홍바오)에 넣어서 준다. 대표적인 풍속으로 잡귀(雜鬼)를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는 폭죽(爆竹)놀이를 한다.
금년 춘제 연휴 7일(1월 31일~2월 6일) 동안 8만명이 넘는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 유통업계가 대목을 기대하고 있다. 씀씀이가 큰 중국인 관광객(遊客ㆍ요우커)은 국내 유통업체의 핵심 고객층으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이들의 쇼핑 인기 품목으로 명품과 화장품, 의류가 손꼽힌다. 중국인들은 숫자 8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제품 용량(예를 들면 88ml)과 가격(예를 들면 880달러)까지 세심하게 조정하고 있다. 이는 중국어로 ‘八’의 발음이 ‘돈을 벌다’(發財)라는 뜻의 ‘發’과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13년 2만4000달러 남짓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8% 증가 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0년 6.3%를 기록한 후 2011년 2.7%, 2012년 2.0%로 하락세를 보이다 3년 만에 2.8%로 반등하였다. 하지만 2년 내리 아시아 최하위권인 2%대 성장을 하면서 3% 후반인 잠재 성장률에 크게 못 미친 것에 대해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6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면서 일부에서는 3만 달러를 넘는 것은 먼 미래 일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2017년 우리나라가 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세계에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7번째로 ‘20-50 클럽’에 가입했다. 20-50 클럽은 1인당 소득이 2만달러 이상이며, 동시에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나라를 의미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2014년 갑오년에 경제가 여러 면에서 기로(岐路)에 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세계경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올해가 다가올 호황(好況)에 대비할 마지막 시기라는 분석이다. 이에 주요 그룹은 ‘신사업(新事業)을 통한 새로운 성장 모색’을 경영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경제가 기나긴 불황에서 벗어나기를 염원한다. 갑오년 청마의 해, 비상(飛翔)을 꿈꾸며 또 다시 출발점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청마가 정열과 에너지 넘치는 강한 추진력의 푸른 기상으로 세계로 달려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