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쾌면(快眠) 건강법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고갱(Gauguin) 작품 중에 ‘꿈꾸는 소녀(The Little One is Dreaming)’가 있다. 이 그림은 소녀가 등을 돌려 옆으로 누워 잠자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곤하게 자면서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낙원을 그린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 작품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지난 6월14일부터 9월29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전시장에는 유치원 어린이를 비롯하여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고갱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전시된 작품 중에 필자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를 관심 있게 보았다. 고갱이 1897~1898년 그린 이 작품은 탄생에서부터 삶과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운명을 단계적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그의 인생관, 세계관, 우주관을 엿볼 수 있다.

“잠이 약보다 낫다(Sleep is better than medicine.)” “잠이 보약(補藥)이다”는 속담과 같이 쾌면(快眠)은 삶의 질을 높여준다. 인간은 잠을 자고, 질(質) 높은 수면을 취할 때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 하루 24시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시간을 잠자는데 사용한다고 계산하면, 우리나라 사람은 평균수명 80세 중 약 27년을 잠을 자면서 보내는 셈이다.

잠은 대개 처음 잠이 드는 3~10분 동안의 1단계, 깊은 수면에 들어가는 40~50분의 2단계, 뇌파에 변화가 생기면서 더 깊이 잠드는 10~20분간의 3단계, 그리고 흔들어도 깨지 않는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보통 8시간을 잔다고 할 때 이러한 수면 사이클이 4~5회 정도 반복된다.

잠잘 때는 대사량(代謝量)이 활동할 때보다 현저하게 떨어져 체온이 내려가며, 하룻밤에 20~30회 뒤척이며 한 컵 정도 분량의 땀을 흘린다. 이는 잠자는 자세에 의해 몸이 받는 압박으로 생기는 혈액순환 정체를 예방하고, 근육의 피로를 방지하기 위한 현상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잠’의 메커니즘을 밝히려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지만 수면의 정체에 관하여 아직 풀지 못한 의문이 많다. 독일 뤼베크대학 본 교수 연구팀은 “충분한 수면이 뇌에 영감(靈感)을 가져다 준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2004년 발표했다. 즉 수면이 기억력을 높인다는 주장을 반증한 연구이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매슈 워커 교수(신경과)는 잠을 못 자면 뇌의 합리적 판단 기능이 떨어지고 식욕(食慾)을 관장하는 부분만 활성화돼 고칼로리 인스턴트식품에 높은 반응을 보여 살이 찌기 쉽다는 연구결과를 최근에 발표했다. 프랑스 리용대학 카린 스피겔 교수는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 줄고,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늘어 배고픈 느낌이 25%나 증가한다고 2012년 5월 발표했다. 최근 수면부족이 비만과 직결될 수 있다는 가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온종일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 중에는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사람들이 많다. 옛날과 달리 현대인의 수면시간은 밝은 조명, 밤 문화 등 생활패턴으로 인하여 짧아졌다. 우리나라 수면장애(睡眠障碍) 인구는 꾸준히 증가해 2006년 15만명에서 2011년에는 32만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국민생활 밀착형 통계’에 따르면 숙면(熟眠)을 취하지 못하는 불면증(不眠症), 수면무호흡증, 과다수면장애 등 수면장애로 2011년 한 해 동안 진료를 받은 환자는 32만 4000명이며, 진료비는 317억원이 소요됐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0.6%로 가장 많이 진료를 받았으며, 다음으로 70대 18.5%, 60대 17.4%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수면연구회가 우리나라 20~69세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7.6%가 불면증을 호소하였다. 즉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은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 수면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면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3 국제 수면&힐링 산업 박람회(Seoul International Sleep & Healing Fair 2013)가 서울에서 지난 8월 8~11일 코엑스에서 열렸다.

수면관련 질환은 원인과 증상이 다양하다. 즉 불면증, 코골이, 수면무호흡증같이 널리 알려진 증상을 비롯하여 수면과다증, 기면증(嗜眠症), 몽유병(夢遊病) 등이 있다. 이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으면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대표적인 수면장애 증상인 불면증이란 잠들기까지 30분 이상 걸릴 때, 하룻밤에 잠들었다 깨기를 5회 이상 반복할 때, 이른 새벽에 잠이 깬 후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주 2~3회 이상일 때를 말한다. 불면증 환자는 침대에 누워 밤새도록 시계를 쳐다보는 행동특성이 있다.

코골이는 수면 중 상기도가 좁아져 악기처럼 소리가 나는 것을 말한다. 코를 골면 목젖 연구개 등 기도 주위의 부드러운 조직들이 진동으로 손상되면서 염증물질이 만들어지고, 그 결과 고혈압이 생길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자는?동안 호흡량이 반 이하로 줄어드는 저호흡과 간헐적으로 호흡을 하지 않는 무호흡이 함께 나타나는 질환이다. 기도 주위 부드러운 조직에 지방이 쌓이면 기도의 지름이 점차 줄어들어 막히기 쉽기 때문에 비만한 사람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호흡장애지수란 한 시간당 수면 저호흡과 무호흡이 나타나는 횟수를 더한 말한다. 횟수가 5~15이면 가벼운 수면무호흡증이며, 15~30이면 중간 정도의 수면무호흡증, 30 이상이면 심한 수면무호흡증으로 구분한다.

수면 중 무호흡의 빈도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체내 산소농도이다.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하여 기도가 막히면 체내에 산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혈중 산소농도가 70% 이하로 떨어지면 두통, 부정맥 등이 생길 수 있다. 정상인의 혈중 산소농도는 9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하루 7~9시간의 수면시간이 적정하다고 말하지만, 잠을 잤을 때 스스로 만족하는 시간이 자신에게 적당한 수면시간이다. 흔히 노인이 되면 잠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더라고 우리 몸에 필요한 수면시간은 대체로 일정하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깊은 잠에 빠지는 상태가 줄어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자주 깨서 낮 시간에 조는 경우가 많아진다.

올바른 수면은 신체리듬을 활발하게 하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며, 면역력을 높여주며,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을 경우에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성장장애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성장기 청소년들은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잠은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수많은 기억들이 걸러져 우리 머리가 정리할 수 있도록 감정정리를 도와준다. 잠이 들면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웠던 기억은 잠시 중단되고 격화된 감정이 평정을 찾을 수 있다.

특별한 질병이 없이 불면증이 오거나 숙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할 때는 수면습관을 개선하여야 한다. 먼저 침실은 잠잘 때만 사용하여야 하며, 항상 일정한 시간에 침대에 눕는 습관이 바람직하다. 침대에 누워 15~20분이 지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침대 밖으로 나와야 한다. 수면은 체온이 천천히 떨어질 때 잘 이뤄지므로 따뜻한 물로 15분 정도 목욕을 한 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도록 한다.

사람의 경추는 앞쪽으로 커브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잠잘 때 베개를 사용한다. 베개는 목과 뒷머리 근육의 이완과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되므로 적당한 높이의 베개를 선택해야 숙면을 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가장 적절한 높이는 베개를 베고 누웠을 때 자신의 주먹 정도 높이가 적당하며, 베개 폭도 어깨 폭보다 길어야 한다.

공복상태가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자기 전에 따끈한 우유 한 잔을 마시면 좋다. 우유에 함유되어 있는 필수아미노산(amino acid)인 트립토판(tryptophan)은 수면에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트립토판 외에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리신(glycine)도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말린 새우, 가리비, 족발 등에 글리신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한편 커피, 콜라, 녹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취침 전에 마시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점심이나 오후 시간에 낮잠을 잘 때는 20~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이 시간을 넘기게 되면 80% 이상이 밤에 잠을 설치게 된다. 운동은 신체를 긴장시켰다가 몇 시간이 지나면 이완 작용을 해준다. 따라서 잠자기 직전에 운동을 하면 몸이 긴장되어 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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