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 100세] 영국·아일랜드 전통음식 ‘피쉬앤칩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나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꼽는다. 영국과 아일랜드 음식 중 ‘전통 음식’으로 소개되는 것이 피쉬앤칩스(Fish & Chips)다. 즉 기름에 튀긴 생선(대구, 가자미 등 흰살 생선)과 감자칩이다.

감자튀김은 프랑스에서, 흰살 생선을 튀겨 먹는 것은 유태인 이주민들에 의해 전해졌다고 한다. 감자튀김 문화와 생선튀김 문화가 결합하여 ‘피쉬앤칩스’라는 음식이 탄생하였다. 런던에는 1860년 첫 번째 피쉬앤칩스 가게가 문을 열었다.

제2차 세계대전(Second World War, 1939~1945) 중 피쉬앤칩스는 국가에서 배급받는 물품을 제외하고 영국인들이 허기(虛飢)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20년 전만 해도 가게에서 피쉬앤칩스를 신문지에 싸서 주면 길가나 공원 벤치에 앉아 먹었다.

요즘 건강을 생각하는 영국인들은 패스트푸드인 피쉬앤칩스를 잘 먹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인 중 50%가 한 달에 한번, 14%가 일주일에 한번 피쉬앤칩스를 먹는다고 한다. 이는 저렴한 가격에 한 끼 배불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피쉬앤칩스는 연 3억8200만명 분이 판매되어 테이크아웃 음식 가운데 점유율이 최고다. 1만개가 넘는 피쉬앤칩스 전문식당에서 영국에서 소비되는 흰살 생선 30%와 영국산 감자의 10%를 기름통에 쏟아 부어 매년 19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필자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피쉬앤칩스를 먹어 볼 기회가 있었다. 특히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Dublin)에서 지난 100년 동안 한자리에서 피쉬앤칩스를 파는 가게(Leo Burdock)를 직접 방문하여 조리 과정을 구경하고 음식도 먹어봤다. 이 식당은 피쉬앤칩스에 관한 한 아일랜드 최고라 할 수 있다.

더블린 시내에 있는 크라이스트 처치 성당(Christ Church Cathedral) 건너편에 위치한 리오 버독(Leo Burdock) 가게 간판에는 “Traditional Fish & Chips” “Est. 1913″이란 문구가 적혀있다. 성당(聖堂) 부근은 바이킹 시대였던 9~11세기에는 더블린 중심가로 시장이 섰던 곳이다. 지금은 음식점과 사무실들이 들어서서 옛 장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아일랜드에서 피쉬앤칩스 가게로 가장 오래된 이 식당은 1913년 생선튀김과 함께 감자튀김을 팔기 시작한 이래 100년 동안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식당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없기 때문에 손님들은 ‘Take Out’을 해야 한다.

몇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차는 좁은 가게에 손님이 들어가 주문하면?할아버지 한 분과 청년 한 사람이 곧 생선과 감자를 튀겨 주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튀긴 생선과 감자의 느끼함을 없애기 위해 식초(食醋)를 듬뿍 뿌려서 먹는다. 포장도 옛날식 포장지인 누런 종이봉투에?음식을 담아준다.

더블린 시내 고급식당 Cafe en Seine에서 먹은 피쉬앤칩스 ‘Traditional fish cod & chips with mushy peas and tartar sauce’는 13유로(약 1만9천원)를 지불했다. 한편 Leo Burdock에서는 8.90유로를 받았으며 완두콩(mushy peas)은 별도로 1.50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피쉬앤칩스’를 1만원 정도 가격으로 식당에서 먹을 수 있어 아일랜드보다 훨씬 싸다.

관광안내를 하는 이선영씨(<내 사랑 아일랜드> 저자)가 리오 버독(Leo Burdock)에서 구입한 피쉬앤칩스를 성당(St. Patrick’s Cathedral) 앞 벤치에 앉아 함께 맛있게 먹었다. 성당 앞 잔디밭에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많아 햇볕이 있는 맑은 날이면 길거리에서 웃통을 벗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1801년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과 아일랜드가 ‘연합 왕국’이 된 후, 아일랜드는 전 국토가 런던의 연합왕국 정부와 의회에 의한 직접적인 통치를 받았다. 아일랜드는 영국처럼 제조업이 발전하지 않아 국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영국 지주(地主) 밑에서 소작(小作)을 부쳐 먹던 아일랜드인들은 밀(麥)을 다 빼앗기자 남은 토지에 감자를 빼곡히 심을 수밖에 없었다. 감자는 단위 면적당 밀보다 두 배나 많은 사람들을 먹일 수 있어 농민들의 유일한 식량이 되었다.

그러나 1845~48년 3년간에 걸쳐 아일랜드는 감자 잎이 검게 변하고 씨알이 썩는 탄저병이 유행하여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흉작으로 인한 아사자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에 거주하는 지주들에 의해 식량이 아일랜드로부터 반출되는 상태가 계속되어 1845~1852년의 대기근으로 당시 인구 800만명 중 100만명이 굶어 죽었다. 200만명은 식량을 찾아 영국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요즘 아일랜드 인구는 약 420만명으로 아직도 대기근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일랜드인들은 지배국인 영국이 대기근(Great Famine)을 수수방관하여 100만명이 죽었다고 분노했다. 이는 아일랜드 민족주의에 불이 붙었고 1916년 4월 독립전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1922년 아일랜드의 32개 카운티 중에서 북아일랜드 6개 카운티를 제외한 나머지 26개 카운티가 독립하여 자유국이 되었다. 1937년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였으며, 1973년 유럽공동체에 가입했다.

그러나 아일랜드 섬의 약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일부로 남아 있어 남북 아일랜드 통일을 추구하는 IRA(Irish Republican Army, 아일랜드 공화국 군대)가 일련의 격렬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아일랜드에는 한(恨)을 담고 있는 노래가 많다. 국기(國旗)는 초록, 흰색, 주황색의 3색기이다. 초록색은 구교인 아일랜드를, 주황색은 신교인 북아일랜드(영국)을 상징하며, 가운데 있는 흰색은 구교와 신교의 평화를 상징한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아일랜드인 후손 중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이 4명이 있다. 즉 제35대 대통령 케네디(John F. Kennedy, 1961~1963)는 부계와 모계 모두 아일랜드인 피가 흐르고 있다. 한편 40대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1981~1989), 42대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1993~2001), 44대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2009~현재)은 모계가 아일랜드인 조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상의 뿌리를 찾아 아일랜드 남부지역에 위치한 ‘모네골’을 방문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옛적에 흉년이 들면 구황작물로 끼니를 때우면서 위기를 넘겼다. 이에 아일랜드 들판에 엄청 많이 자라고 있는 고사리, 명이나물(산마늘), 미나리 등을 구황작물로 이용했으면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인한 아사자 수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고사리는 독이 있어 날 것으로 먹지 못하고 삶아 말려서 먹어야 하는데 아일랜드 사람들은 고사리를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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