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크리스마스 씰과 결핵퇴치

[아시아엔=박명윤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불과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카드를 넣은 봉투에 ‘크리스마스씰(Christmas Seal)’을 붙여 보내곤 했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결핵(結核)을 퇴치하기 위해 헌신한 캐나다 선교사 겸 의사인 셔우드 홀은 1934년 ‘아기를 업은 여인’ 그림을 넣은 크리스마스씰을 발간했다. 홀은 결핵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황해도 해주에 구세결핵요양원을 짓고 운영하였다. 크리스마스실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결핵 환자 치료를 돕기 위해 발행되고 있다.

결핵(Tuberculosis)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18-19세기 유럽에서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유행했다. 당시 사람들은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건강이 나빴고, 또한 작업 환경이 좋지 않은 공장에서 일하였기 때문에 결핵환자가 급증하였다. 결핵은 공기로 전염되기 때문에 공장, 학교, 군대 등 많은 사람이 집단적으로 모인 곳에서 발병이 잦았다.

항생제가 20세기에 개발되지 전까지는 결핵을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이에 허약할수록 결핵에 쉽게 걸리기 때문에 잘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공기 좋고 물이 맑은 산이나 해변에 결핵요양원을 짓고 환자들이 요양을 하면서 건강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살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결핵으로 죽었다.

결핵균(結核菌, Mycobacterium tuberculosis)은 독일의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 1843-1910)가 1882년 처음 발견했다. ‘세균학(細菌學)의 시조’로 불리는 코흐는 결핵균 발견에 이어 1885년에는 콜레라균을 발견하였다. 베를린대 코흐 교수는 결핵 치료약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1890년 투베르쿨린(tuberculin)을 창제(創製)하였다.

지금도 ‘투베르쿨린 반응’은 5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결핵에 걸렸는지 알아내는 유일한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코흐는 결핵균을 발견한 공로로 1905년 노벨상(생리ㆍ의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협심증으로 1910년 사망하였다.

그 후 결핵의 치료약들이 개발돼 결핵 치료에 큰 발전을 이루었으나 항생제에 내성(耐性)을 가진 새로운 결핵균들이 출현하여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2012년)에 따르면 전 세계에 1200만명의 결핵환자(유병률 169명/10만명)가 있으며, 사망자는 연간 90만 명이 넘는다. 또한 연간 86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신환자의 약 3.6%는 다제내성 결핵환자로 보고 되고 있다. 감염성 질환인 결핵의 80-90%는 폐에 손상(폐결핵)을 주지만 다른 신체 부위에서도 발생한다.

우리나라 결핵 사망자수는 2364명(2011년)으로 인구 10만명당 4.8명꼴이다. 이는 일본 1.7명, 스위스 0.22명, 미국 0.13명 등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가운데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 등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위생과 의학 수준이 높아졌으나 결핵은 아직도 건강에 큰 위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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