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 100세] 뇌건강과 치매예방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에서 2012년 황금종려상(黃金棕櫚賞, Palme d’Or)을 수상한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Amour, 프랑스어로 사랑이라는 뜻)’는 치매(癡?)가 불러오는 삶의 변화를 그린 영화다.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출신 80대 노부부 조르주와 안느, 어느 날 안느가 갑자기 뇌졸중(腦卒中)과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서 그들의 삶은 하루 아침에 달라진다.

남편 조르주는 반신불수가 된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지만, 하루가 다르게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는 아내를 보면서 선택의 기로(岐路)에 놓이게 된다. 남편 조르주는 사랑하는 아내의 고통을 끝내기 위하여 의식을 잃은 채 고통스러워하는 아내 안느를 베개로 질식사 시킨 후 자신도 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으로 치매환자가 급증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즉 2012년 기준 전 세계 약 3500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2030년엔 치매인구가 6570만명, 2050년에는 무려 1억 154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간의 뇌는 진화를 통해 발달했지만 100만~200만년 사이에 인간 두뇌가 유인원(類人猿)과 획기적으로 다르게 발달했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는 비슷하지만, 뇌를 비교하면 생존능력과 관련된 기능은 비슷해도 대뇌피질(大腦皮質)이 담당하는 사고와 인지영역이 크게 다르다. 인간은 유전자 구성요소 간 배열조합 수는 30억개 수준이지만 뇌는 세포 수가 1000억개, 연결망은 100조개에 달하므로 훨씬 복잡하다. 따라서 뇌 연결구조를 언제 완벽하게 판독할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인간이 느끼고, 기억하고, 학습하고, 언어라는 기호를 사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두뇌다. 인류의 진화적 유산을 탐구하고 장애물을 극복하려는 뇌과학에 관한 관심이 요즘 증폭되고 있다. 뇌과학은 단순한 과학 분야가 아니며, 삶을 총체적으로 디자인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학문이다. 또한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많은 과학자들은 미래과학의 마지막 도전 분야로 우주연구, 즉 외계의 우주연구와 소우주인 인간의 뇌연구를 들고 있다.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일도 인간의 뇌가 담당하고 있으므로 뇌의 신비가 우주보다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인류는 수많은 은하를 찾아내고 원자보다 작은 미립자도 규명하지만 아직 약 1.4kg짜리 뇌의 신비는 완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뇌연구는 기초과학적 연구를 위시하여 뇌질환 예방과 치료제 개발과 공학적 이용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가치가 크다. 미국은 1990년 ‘뇌연구 10년(Decade of the Brain)’이란 법안을 공포했으며, 이로 인해 선진국에서 뇌연구에 국가적 차원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은 뇌연구 10년 계획을 수립(1997년)하였으며, 일본은 21세기를 뇌연구의 세기(Century of the Brain)로 선언(1997년)했다.

최근(2013년 6월3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차세대 산업에 필수적인 미래 성장 동력으로 뇌연구를 제시하였다. 즉 인간 뇌활동지도(Brain Activity Map)를 만들어 인간의 사고, 이성, 감정, 행동, 폭력, 기억, 교육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치매(알츠하이머병)를 위시한 수많은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뇌지도 프로젝트’에 10년간 30억달러를 투자한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 1998년 ‘뇌연구촉진법’을 제정하여 뇌연구 촉진 시책을 마련하고 한국뇌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나 미흡하다. 우리나라의 뇌연구 예산(2012년) 668억원은 미국(17.7조원), EU(1.7조원), 일본(3590억원)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아직 뇌연구는 다른 분야에 비하면 태동하는 분야이며, 뇌연구의 주요 이슈인 신경세포의 발생과 분화, 소우주와 같은 두뇌의 작동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져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창의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접근하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국정의 주요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데 핵심 원동력은 창의의 본산인 ‘뇌연구’에서 온다고 인식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치매 조기진단 사업을 통해 치매관련 정책을 사후관리에서 사전 예방으로 전환하여 치매의 사회ㆍ경제적 비용을 절감하고 국민의 행복도 증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부에서 발표한 ‘치매 뇌지도 구축’ 등의 치매조기진단 사업은 MRI와 PET 등 뇌영상을 활용해 60~80대의 표준 치매 예측 뇌지도를 구축하고, 혈액과 유전체 등에 기반을 두고 치매 조기진단 바이오 마커를 발굴하는 것이다. ‘한국인 표준 치매 예측 뇌지도’가 2017년까지 구축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46만 9000여 명으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치매 노인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므로 ‘100세 시대’ 치매는 ‘뜨거운 감자’다. 이에 뇌건강과 치매예방을 위한 생활수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망증(健忘症)이란 우리가 여러 가지 일을 할 때 뇌에 일시적인 과부하가 걸려 무의식적으로 수행한 일이 뇌에 저장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건망증은 주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일을 잊어버리지만, 치매는 최근의 기억부터 잊어버린다. 치매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인지기능의 다발성 장애로 인하여 사회적, 사회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이다. 대표적인 치매에는 서서히 신경세포가 죽어가는 알츠하이머병과 뇌혈관 질환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가 있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 사고력, 이해력, 판단력, 자제력, 계산 능력, 언어 능력, 인지 능력 등이 떨어지고 시간 개념, 공간 개념이 상실되거나 심각히 저하되는 특징이 있다. 치매 환자는 사회적 관념들이 파괴돼 아무 의식 없이 무분별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건망증과 치매 사이에 있는 경도인지장애(輕度認知障碍)란 치매에 비해 판단력, 지각능력, 일상생활 능력 등에서 정상이지만 건망증보다는 더 자주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경도인지장애 환자 270명을 10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매년 10~15%가 치매로 진행됐으며 6년간 80%가량이 치매환자가 되었다. 치매환자 치료제로 사용하는 항(抗)치매 약물이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늦춰주는 효과가 있다.

치매는 본인이 인지하는 것보다 가족이 먼저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매를 알리는 4가지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병원이나 치매센터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1)일상생활과 밀접한 최근 기억의 장애로 대화 도중에 했던 말을 잊어버리고 반복하여 같은 질문을 묻는 증상 2)평소 익숙하게 사용했던 전화기, 세탁기, 가스레인지 등의 사용법을 모르는 증상 3)추론적 사고와 판단력에 문제가 발생하여 계산 자체와 그것이 무엇에 필요한 것인지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증상 4) 방금 전에 했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

사람의 뇌는 단기기억을 하는 용량은 한계가 있으며, 기억세포가 줄어드는 중년 이후부터는 메모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좋다. 편지, 일기 등 글을 쓰는 활동은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므로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한 독서는 뇌 활동을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므로 신문, 잡지, 소설, 전문서적 등을 읽으며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두뇌 훈련을 하도록 한다.

꾸준한 운동은 두뇌의 균형감각과 운동신경 퇴화를 막을 수 있다. 걷기, 달리기, 체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뇌로 전해지는 산소와 영양공급이 늘어 뇌세포의 활동이 왕성해진다. 또 손가락을 자극하면 대뇌피질에 영향을 주므로 수시로 주무르거나 두드려주면 도움이 되며, 뇌간이 자극되어 집중력이 좋아진다.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자주 웃는 사람들은 뇌가 건강하다. 오감을 자극하는 놀이는 새로운 사고회로를 만들어 생각을 유연하게 하고 감정을 풍부하게 한다. 바둑, 장기 등 머리를 써서 겨루는 게임도 좋고, 퍼즐이나 퀴즈를 즐기는 것도 좋다. 특히 여럿이 어울리는 게임은 일종의 사회적 활동이므로 장점이 많다.

가까운 사람들과 자주 어울려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으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도 좋다. 잠재적 치매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생활환경의 급격한 변화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피하도록 한다. 스트레스는 뇌 건강을 악화시키므로 건강한 뇌를 위하여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하여야 한다.

균형 잡힌 영양섭취를 위해 음식은 골고루 즐거운 마음으로 먹는 것이 좋으며, 또한 뇌의 기능을 좋게 한다. 특히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면 이들 식품에 함유되어 있는 항산화 및 항염증 성분이 산화나 염증으로 인한 뇌손상을 줄일 수 있다. 염분(나트륨) 섭취를 최대한 줄이고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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