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경도인지장애②] 세계보건기구 치매예방 12가지 권장수칙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증상을 보이고, 임상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전구(前驅)단계라고 간주된다. 치료(治療)는 콜린에스터레이즈억제제, 항산화제, NMDA 수용체 길항제 등을 이용한 약물요법을 시도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는 한약으로 팔미지황환(八味地黃丸)·억간산(抑肝散) 등이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원지·인삼·황기·당귀 등으로 이뤄진 가미귀비탕(加味歸脾湯)을 건망증 치료약으로 처방한다. 경도인지장애 증상으로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조기에 가미귀비탕과 같은 한약으로 치매로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한방의 침과 뜸으로 혈액순환을 촉진해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치료방법도 있다.
예방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혈관성 위험인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로 건강을 유지하여야 한다. ‘지중해 식단’은 올리브유(olive oil)를 기본으로 통곡물, 견과류, 채소, 과일, 생선 등이 주재료다. 평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김현덕 교수팀이 평균 나이 71세의 노인 280명을 대상으로 치아 재건 여부와 인지기능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노년기에 빠진 치아를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인지기능장애가 생길 위험성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인지장애 그룹과 건강한 대조그룹으로 각각 140명씩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빠진 치아를 재건하지 않은 개수가 5개 이상인 노인은 4개 미만인 노인보다 인지장애 위험이 평균 2.7배 더 높았다. 치아가 빠지는 것은 인지기능 장애 위험요인은 아니었지만, 빠진 치아를 재건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는 인지기능 장애 위험요인이었다.
여러 연구에서 음식을 씹는 기능이 좋지 않은 것이 인지능력 저하와 치매 발생 증가요인 가운데 하나로 분석됐다. 씹기는 뇌기능에 도움이 되는 뇌혈류와 관련이 있는데, 고정성 보철이나 의치(義齒) 치료가 씹기를 활성화해 뇌혈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구강 건강관리를 평소에 잘 하여야 한다.
최근 미국 국립암센터에서 65만명을 대상으로 조사연구한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약간 빠른 걸음으로 매일 10분 정도 걸으면 1.8년, 매일 30분 정도 걸으면 3.4년, 매일 1시간 걸으면 4.5년 이상 수명이 연장한다고 한다. 또한 80세 이상 고령자들의 팔다리 근력(筋力)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근력이 좋은 상위 10% 그룹이 하위 10% 그룹보다 치매 질병 위험이 60% 정도 감소한다고 보고되었다.
치매와 노화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평소에 하던 일을 양은 줄이더라도 즐겁게 계속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러시아 화가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98세, 스페인 첼로 연주가 카살스(Pablo Casals, 1876-1973)는 97세, 아일랜드 극작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는 94세에 사망할 때까지 끊임없는 예술혼(藝術魂)으로 뇌 운동을 열심히 하며 창의력, 정신력을 잘 발휘하여 불후의 작품들을 남겼다. 뇌를 늙지 않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매 예방 지침’을 발표했다. 12가지 권장 지침은 △신체활동 △금연(禁煙) △영양 관리 △알코올 남용 금지 △인지 훈련 △사회 활동 △체중 관리 △고혈압 관리 △당뇨 관리 △이상지질혈증(dyslipidemia) 관리 △우울증 관리 △청력(聽力) 관리 등이다.
아직 완치약이 없기 때문에 인류는 치매를 정복하지 못하고 있다. 100세 시대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치매에 대처하려면 질병의 원인과 치료방법 등을 알아내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