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과 탄핵 사태로 대한민국이 100일 이상 혼돈에 빠져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대외 상황도 갈수록 안갯 속에 있으며 한국 경제의 대부분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월 올해 경제 전망을 △민간소비는 전년(1.1%)보다 높은 1.6%의 증가율 △설비투자는 전년(1.8%)과 유사한 2.0%의 증가세 △건설투자는 전년(-2.7%)에 이어 –1.2%의 역성장을 보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식시장도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3월 마지막 주 대부분 주주총회를 엽니다. <아시아엔>은 수퍼주총데이를 앞두고 가치투자에 앞장서온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인터뷰를 3회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

-국내 주식투자 환경을 어떻게 평가하시나?
“매우 열악하다. 한국은 장기투자나 가치투자가 되지 않는 나라다. 주주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발품 팔아 좋은 기업, 가치 있는 기업에 투자해 기업은 성장하고 발전해서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런데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기업의 성과가 공유되지 않는 사례가 너무 많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내기업을 외면하고 미국 중심의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시장엔 장기투자를 하고 한국 시장에는 단기 투자를 하는 실정이다. 국내시장을 떠나는 것은 지능 순이라는 말까지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면.
“올해 들어 농심과 고려제강, 태광산업에 주주 서한을 보내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대주주를 제외하고 농심의 경우 내가 기관투자가를 포함해서 5번째로 주식이 많다더라. 고려제강은 개인 1대 주주, 태광업은 개인 2대 주주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농심은 우리나라 대표 식품업체, 고려제강은 와이어와 타이어 코드, 초전도 선재 등을 생산하는 굴지의 기업이며, 태광산업은 가장 저평가를 받는 기업 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에 장기투자하는 기관이나 법인, 개인이 많지 않다고 하니 너무도 안타깝다.”
-실망도 컸을 것 같다.
“물론이다. 국내시장을 외면하고 미국 시장 등 해외시장으로 떠나고, 그나마 한국 시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리저리 테마 따라 물고기 떼처럼 움직이는 단타족만 남아있다. 이래서는 투자자나 기업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투자자들도 여유자금으로 장기투자를 해주고, 기업도 성과가 나면 자본 차익이 되었든 배당이 되었든 성과를 공평하게 받을 수 있어야 서로 신뢰가 쌓여서 자본시장도, 우리의 삶도 나아진다고 나는 믿는다.”
-국내 주식투자 환경에서 개선해야 될 점은 뭐라고 보나?
“주식투자 인구와 해외투자가 늘면서, 국민들의 잘못된 기업문화와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국제기준에 맞는 요구를 당당하게 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상법개정안이 법사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 정부와 여당에서는 자본시장법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이것은 시대의 큰 흐름이자 어젠다라고 나는 본다. 투자자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틀을 만드는 일이다. 자본시장을 통해서 자본이 선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시대에 변화하지 않으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이와 관련해선 3회분에 추가로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편집자)
-최근 세계적으로 미국에 돈이 몰리는 경향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플랫폼 기업들을 필두로 미국 기업들이 크게 성장하고 이에 맞춰 자본시장도 선진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주 똑똑한 장사꾼이다. ETF를 만들어서 전 세계인이 더 쉽게 미국에 투자할 수 있게 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나스닥이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한다. 요즘 글로벌 트렌드 중 하나는 펀드 투자에서 개인의 직접 투자 자금이 크게 늘어난 것인데, 이에 발맞춰 나스닥거래소도 변해가는 것이다. 단순히 ‘미국기업에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보는 시각을 넘어 ‘멈추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
“그렇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본시장이 함께 뒷받침돼 줘야 그 기업들이 커나갈 수 있다. 그 기업들이 성장하는데 자본시장이 필요한 자양분이 돼야 한다. 자본시장이 역할하지 못하면 경제의 근간인 기업이 무너지고 결국 우리 삶도 불행해질 수 있다. 내년 나스닥이 24시간 거래를 도입했을 때 우리나라에게도 아주 건전하고 경쟁력 있는 자본시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는 금융문맹률이 높다고 하셨는데 무슨 의미인지?
“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런데 금융문맹률 역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금융문맹은 질병이나 다름없다고 나는 본다.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자본시장과 돈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나 태도를 가지고 있다. 자본시장에 국한하면 주식투자를 마치 머니 게임, 도박, 혹은 카지노 게임이라고 인식하기도 하고, 심지어 일부 기업인 중에는 주식을 휴지 조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상장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개인회사처럼 운용되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혼자서 모든 짐을 지고 가려는 기업인들을 볼 때 안쓰러울 때가 많다. 함께 하면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교육에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주식투자가 우리 삶의 터전에 열매를 맺게 해주는 아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투자자와 기업 간의 신뢰는 어떻다고 보시는지.
“우리가 투자하는 대상은 납입자본에 유한책임을 지는 주식회사로 대변되는 이익집단이다. 이러한 기업들이 집단지성을 통해서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세상을 이끌어 간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세상을 지배하면서 이끌어가는 것도 기업과 투자자 간의 신뢰 속에서 이루어내는 성과다. 투자자들은 기업인을 믿고 투자하고 기업인들은 최선을 다해서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러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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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주총데이 주식농부 박영옥 특별기고] https://kor.theasian.asia/archives/379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