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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그를 보내며’…오디세우스를 보내는 칼립소의 이야기

    그림 허혜원 작가 파도가 보냈어요 바람 불던 밤나무조각 잡은 채로 숨만 붙어서내가 걷던 바위틈에 밀려왔지요 따스한 이곳에서 같이 살아요맑은 물 좋은 음식 부드러운 흙나와 함께 지내면 늙지 않아요 행복한 칠 년 간이 눈 깜빡 할 새바다만 바라보는 그대 뒷모습당신 마음 알게 되니 어찌하려나 도끼로 나무 잘라 배 만드셔요눈물로 빚은 술도 함께 실어서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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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백담계곡 걸어서라도 가보라’ 최명숙

    백담계곡 <사진 최명숙> 백담사 계곡물 위에꽃잎이 떠내려가는 걸 보면그대가 그립다 바람은 골 따라 앞서 올라가고세상은 숲처럼 조용하여물빛 물든 백담 바위는 더욱 희디희어마음이 탁 놓아진다 눈물이 날 만큼 사람이 그리우면버스를 타고 골골이 들어가 보라 흔들리며 내다봄으로도그리운 얼굴 하나 잊기에 다함이 없다 그립다는 말은 덧없어멀리 백담사 목어는푸른 숲을 날아다니며새들은 가슴 속으로 날아와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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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8월’ 홍사성

    연꽃과 연잎에 맺힌 물방울들과… <사진 이병철> 불화로 쏟아놓은 듯 뜨거운 시간쥐 죽은 듯 고요한 한낮이다시곗바늘마저 녹아 늘어진 오후고양이도 나뭇잎도 정물화다 그 땡볕의 시간 속으로가끔 폭포수 같은 소나기 한바탕뒤이어 후텁지근한 바람 한줄기들깨와 고추, 옥수숫대는후두둑 몸을 턴다 그리고 다시 입술 앙다문 침묵 아직은 어둠과 한숨의 시간을칠백 년 아라홍련처럼비명 한마디 없이 버텨내고 있다사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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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꿈은’ 김영관

    AI 생성 이미지 꿈꿨다주방에서 요리하는 내모습을 꿈꿨다사랑하는 여자와 달콤한 날들을 꿈꿨다내 아이들과 즐거운 소풍을 꿈꿨다내 가게에서 저녁 장사 끝내고따뜻하게 데운 사케 한잔에 휴식을 꿈꾼다…다시 예전 꿈들을 꿀 수가 있기를… 무너진 현실 앞에새로운 꿈으로나를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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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땅 위의 날개’ 오충

    AI 생성 이미지 바오밥 나무의 석양거리는아름다움으로 표현되어모든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만, 모론다바의 아침을 맞이하는아이들의 발바닥은굳은 살 박혀가면서찢어지게 가난한 슬픔도뜨거움도 걸음으로 지워간다. 멀리서 보내 온 슬리퍼 한 켤레낯선 발등 위에 얹히는 순간걸음걸음마다 날갯짓하며날 수 없던 것들이 날기 시작한다. 땅 위를 걷는 날개발 위에서 날아오르며사랑의 날개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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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갠지스 강가에서’ 최명숙

    내 여행의 시간은 길었고 길은 멀었다.나는 저녁 햇살의 뒤를 따라 바라나시 갠지스의 저녁 속으로 조용히 흘러왔다. 강 위에 떠오른 불빛들, 기도와 재가 뒤섞인 물결 사이로수많은 별과 지나온 날들의 기억이말없이 스며들었다. 누구에게 다가가기 위해가장 먼 길을 돌아이 강가에 이르렀는지스스로에게 묻는다. 가장 단순한 침묵 하나로가장 복잡한 삶과 죽음의 소음을온몸으로 건너야 했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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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소나무 단상

    AI 생성 이미지 한 번 넘어진 나무는끝난 줄 안다. 그러나 이 소나무는쓰러진 자리를무덤으로 삼지 않았다. 굽은 몸으로 다시허리를 세우며하늘을 향해 살아냈다. 나이 쉰도 그러했다. 넘어진 것이실패는 아니었다. 내 삶에는실패는 있어도포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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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중복’ 홍사성

    강아지도 엎드려 꼼짝하지 않는 한낮/ 추어탕 복다림으로 기운 차리고/ 온열지옥, 오늘도 버텨낸다 숨쉬기도 버거운 무더위다온몸은 물에서 건져낸 듯 후줄근하다 중복 싸움은더위와 맞서지 말고등목하고 탁족하며흘려보내는 게 상지상책 싸울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천지 가득한 염천대군을 이길 수 있다 더위란세월 지나면 사라질 고통이보다 더한 일도 이겨낸만세강골 아닌가 강아지도 엎드려 꼼짝하지 않는 한낮추어탕 복다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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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여인의 젖에 대한 명상’ 이승하

    사진 이승하 얼마나 많은 자식이 여인의 젖을 빨았으랴 하도 빨아 아팠을 때에도 뿌리칠 수 없었을 터 쭈글쭈글해진 저 젖을 도려내야 했던 어머니여 생명을 젖으로 키운 세상의 모든 어머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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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시] ‘느림보 달린다’ 김영관

    AI 생성 이미지 느릿느릿나는 느릿느릿 달리고 있다 최선를 다해이마에 땀 맺힐 만큼겉옷이 땀에 다 젖을 만큼 나는어제도오늘도내일도 나는 느림보언제나 매우 느리지만장소를 가리지 않고 최선를 다해느릿느릿 달리고 있다 항상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음를 꿈꾸며공군 복무 중이던 21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병변을 겪은 김영관(42) 시인. 그의 시나 글 속에는 ‘최선를’ ‘있음를‘처럼 맞춤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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