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 100세] 의사와 기도의 기적
우리는 질병으로 인하여 수술치료가 필요하여 수술실에 들어 갈 때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환자 스스로 기도를 하고, 가족과 성직자가 기도를 해주기도 한다. 필자도 10여년 전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을 때 교회 목사님의 기도가 불안감 해소에 큰 도움이 된 경험이 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이사야 41:10). Do not fear, for I am with you (Isaiah 41:10).”
다음은 연세대학교 의료원 ‘수술실 기도문’이다. “하나님, 000님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이제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 주시고 수술 잘 받을 수 있도록 돌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의료진의 손길 위에도 함께 해 주시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연세대학교 의료원 128년 역사상 처음으로 의료원 산하 모든 세브란스병원 수술실에서 수술환자를 위한 의사들의 기도가 2013년 7월 5일 시작되었다. 의사의 기도는 마취하기 직전에는 마취의(anesthetist)가 중심이 되고, 수술하기 직전에는 주치의가 중심이 되어 진행한다.
‘수술실 기도문’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구분 없이 모든 의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된 것이다. 그러나 기도하기 전에 반드시 환자의 동의를 구하여야 하며, 환자가 동의할 경우에 기도하는 의사는 감염 위험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술실 의료진과 함께 환자의 몸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한다. 한 환자의 수술이 의사에게는 수많은 수술 중 하나이지만, 환자 자신에게는 생명이 달린 절박한 문제이기에 더욱 신중하게 기도를 드린다.
수술실에서 의사가 기도를 하는 것은 환자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여 안정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되며, 또한 수술에 동참하는 의료진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다. 즉 기도는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마취담당의사와 수술을 하는 의사들의 마음도 안정시킨다. 또한 의사는 환자와 교감하면서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기도가 진정제보다 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최근 한인철 연세의료원 원목실장이 연세대학교회 주일예배에서 ‘기도가 무슨 힘이 있나요?’를 주제로 설교를 하였다. 한인철 목사님의 설교 중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제가 연세의료원에서 일하기 시작하고 5개월 쯤 지났을 때, 사직터널에서 연대 방향으로 터널 빠져나온 지점에서 대형사고가 있었습니다. 승용차와 버스가 정면충돌을 했는데, 승용차에 타고 있던 이화여대 여학생 채수정씨가 거의 죽게 된 채로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한국무용을 전공한 학생으로, 바로 몇 개월 전에 동아콩쿠르 창작무용 부문에서 금상을 탔던 전도가 유망한 무용가였는데, 사고로 두개골 골절, 광대뼈 함몰, 코뼈와 눈썹뼈 골절, 어깨뼈와 견갑골 골절, 갈비뼈 골절 등 뼈가 거의 부스러지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사고가 컸고, 거기에 머리 부상으로 피가 멈추지 않아 뇌압이 올라가는 상태에서 5시간 동안 대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살 가능성은 10% 미만, 산다 해도 뇌사상태의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태였습니다.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동유럽 여행 중이던 부모가 즉각 돌아왔습니다. 중환자실 면회시간이 되면, 대부분의 시간을 대학생 딸의 귀에 대고 힘내라고 격려하고, 살 수 있다고 확신주고, 성경말씀 읽어주고, 찬양 들려주고, 그리고 기도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기를 3주 동안 한결같이 했답니다. 그러나 그 3주 동안 계속 중환자실을 찾아가도 전혀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가족과 함께 있는 것도 좋겠다고 판단한 의사의 도움으로 일반병실로 옮겨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자 부모님은 아예 하루 종일 이 학생 옆에 붙어 앉아, 귀에 대고 계속 격려하고, 확신주고, 말씀 읽어주고, 찬양 들려주고, 그리고 기도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기적이 일어납니다. 학생의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하고, 일주일 후부터는 재활치료가 시작됩니다. 몸 뿐 아니라, 3~4세 수준의 인지능력도 재활을 통해 서서히 회복되어, 몸도 정신도 옛 모습을 거의 되찾게 됩니다.
이때쯤 제가 이 여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학생을 만나, 자신의 그 모든 경험을 무용에 담아 연세의료원 학생채플에서 공연해줄 수 없을지 물었습니다. 학생은 기꺼이 그리 하겠다고 하고, 서울예고 동기친구 5명과 함께 멋진 채플공연을 하게 됩니다. 완벽하게 건강을 회복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당시 이 여학생의 주치의, 간호사, 물리치료사, 부모, 교역자 등이 모두 참석했는데,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여학생은 자신의 이야기 끝에 다른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시련이 닥쳐올 때가 있습니다. 어려움과 고통 속에 있다 보면,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동굴에 갇힌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동굴에 갇힌 것이 절대 아닙니다. 단지 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뿐입니다. 터널은 반드시 시작이 있고 끝이 있습니다. 우리는 기도하면서 한줄기 빛을 향해 힘차게 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다시 물어볼까요? 채수정씨 부모님이 채수정씨를 위해 드린 기도가 채수정씨를 살릴 수 있는 힘이 있었나요? 당연히 있었지요. 저는 채수정씨 부모님을 통해 기도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왜 그런 힘이 있었을까요? 대답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채수정씨의 부모님을 만나면서, 그 비밀을 알 수 있었습니다. 채수정씨 부모님의 기도에는 세 가지 비밀이 있었습니다. 세 가지는 아주 단순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힘이 바로 그 속에 있었습니다.
첫째로, 채수정씨 부모님은 채수정씨를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둘째로 채수정씨 부모님은 채수정씨의 완쾌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습니다. 셋째로, 채수정씨 부모님은 채수정씨의 완쾌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냐 싶지만, 병원에 있어 보면, 모든 부모가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채수정씨 부모님의 기도 속에는 이 세 가지가 녹아들어가 있었고, 채수정씨는 무의식 상태에서 부모님의 기도소리를 들으면서, 이 세 가지를 느낀 것입니다.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고 있고, 내가 낫기를 원하고 있고, 내가 낫도록 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시려는 부모님을 느낀 채수정씨는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 내가 완쾌되어야 할 이유가 분명해진 것입니다. 이것이 채수정씨를 살린 것입니다.”
한인철 목사님은 만약 우리가 가족 중 환자의 완쾌를 위해 기도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기도가 응답받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환자를 위해 기도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물어보아야 할 것이 있다. 즉 나는 저 환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가? 나는 저 환자가 진심으로 낫기를 원하는가? 그리고 나는 저 환자가 낫도록 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환자는 기도 속에서 이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기적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기도는 때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기적의 능력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설교를 마무리하였다.
우리는 육신을 위해서는 하루 세끼 음식을 먹고 있으나, 영적 양식을 위한 기도는 게을리 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이 영생을 위한 길임을 안다면 우리는 하나님과의 시간을 먼저 누려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과 평안은 지속적이고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영(靈)의 양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