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여름철 보양식’ 뭐가 좋을까?

기력이 떨어지면 먹는 보양식에는 계절에 따라 춘곤증을 이겨내기 위한 봄철보양식, 삼복 더위에 먹는 여름보양식, 환절기에 먹는 가을보양식, 추위를 견뎌내기 위한 겨울보양식, 수술 또는 산후에 먹는 보양식 등이 있다.

여름철 보양식에는 삼계탕을 비롯하여 민어(民魚)가 인기다. 삼복 더위의 보양식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민어는 산란기를 앞둔 7~8월이 제철이다. 금년은 민어의 월동 장소인 제주도 서쪽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1도 가량 상승해 민어가 일찍 활동을 시작하여 서식량도 증가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풍어를 맞은 민어 소비 촉진을 위해 ‘7월의 제철 수산물’로 민어를 선정했다.

최근 민어 가격을 둘러싸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즉, 수협이 발표한 가격과 시장 소매상 가격이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수협 중앙회는 지난 1~5월 민어 위판량이 348만3869kg으로 작년 같은 기간 160만6850kg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으며, 민어 가격도 kg당 평균 7114원으로 작년 5월(kg당 1만6원)에 비해 29% 내렸다는 자료를 배포하여 이를 언론에서 보도했다. 그러나 서울 가락시장, 노량진수산시장의 소매상에서는 자연산 민어 활어가 kg당 7만~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수협 통계와 시장 상인들 판매가격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이유는 민어의 ‘크기’라는 변수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민어는 크기가 클수록 맛이 좋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크기에 따라 가격차가 크다. 고급 횟집에서 사용하는 10kg 내외의 민어는 구하기가 쉽지 않아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 상인들은 6~8kg은 돼야 품질이 좋다고 본다. 가정에서 주로 구이용으로 쓰는 수백g 단위의 민어는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수협측은 민어 가격을 크기별로 통계를 내는 것이 어려우며, 전체 평균가격만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체 평균 가격만으로는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장을 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수협은 통계를 좀 더 세분화하여 어민, 상인,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민어는 옛부터 백성들이 즐겨 먹었다하여 ‘민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울에서는 복중에 ‘민어국’으로 복달임을 하는 풍습이 있다. ‘민어찜’을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도미찜보다 더 고급으로 친다. 탄탄하고 기름진 육질이 특징인 민어에는 칼슘, 불포화지방산 등 영양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민어는 고기 살이 백색으로 탄력이 있고 담백하면서도 감미가 있어 생선회로 좋다. 민어살에 들어 있는 기름은 고급 기름으로 참조기 기름과 비슷하다. 민어 대가리의 붉은 껍질과 살은 더 맛이 좋아 ‘어두봉미(魚頭鳳尾)’라는 말도 있다.

민어는 국을 끓여 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좋다. 이에 민어국, 민어구이, 민어조림, 민어찜, 민어탕, 민어회 등으로 조리해서 먹는다. 민어국은 소화가 잘 되고 위를 돕는 효과가 있다. 민어는 어린이 발육과 노인과 환자의 건강회복에 좋다.

민어의 부레(?)로 만든 민어교(民魚膠)는 옛날에 고급 장롱, 문갑, 경대 등 가구를 만들 때 목공들이 애용하였다. 민어교(아교)를 사용하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같이 민어는 생선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이 없다.

여름철 보양식인 삼계탕에는 보통 인삼, 황기 등 한약제를 첨가한다. 인삼은 원기를 보하고, 신진대사를 활성화하여 면역력을 증가시키며, 황기는 땀을 조절하며 세포 재생력을 증가시킨다. 아울러 첨가된 한약재의 효능을 높이는 밤과 대추를 넣는다. 닭고기는 성질이 따뜻해 허손(虛損)을 보해주고, 비위(脾胃)를 튼튼하게 해준다. 또한 근골(筋骨)을 강하게 해주고 허약해진 체질을 개선시켜 준다.

닭은 기원전 3천년경부터 가금으로 길들여지기 시작하였으며, 이집트와 페르시아를 거쳐 기원전 500년경 그리스에 전파되었다고 한다. 로마인들이 처음으로 닭의 품종개량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언제부터 집닭(家鷄)이 있었을까? 신라 건국신화에 닭이 나온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신라왕이 어느 날 밤 닭 우는 소리가 들려와 숲속을 찾아보니 금색의 작은 궤짝이 나무에 덜려 있었다. 그 속에 아이가 있었기에 왕은 그 아기의 이름을 알지(閼知)라 하고 금궤짝에서 나왔다하여 김씨성(金氏姓)을 주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그 숲을 계림(鷄林)이라 이름을 붙였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닭을 신성시하여 서계(瑞鷄)로 여겼으며, 옛 조상들은 닭을 여명(黎明)을 알리는 보신용(報晨用)으로 사용하였다. 이에 고려 왕궁에서는 일명계(一鳴鷄)ㆍ이명계(二鳴鷄)ㆍ삼명계(三鳴鷄)라 하여, 자시(子時ㆍ밤 12시)에 우는 닭ㆍ축시(丑時ㆍ밤 2시)에 우는 닭ㆍ인시(寅時ㆍ새벽 4시)에 우는 닭을 함께 길러서 시간을 알렸다고 한다. 영리한 혈통을 계승한 조선 닭은 서양 닭 보다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 준다는 사실이 인정되었다.

또한 백제 닭은 아름답기가 제일이고, 평택(平澤) 닭은 식용에 맛이 으뜸이라고 중국 문헌에도 기록되어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약용에는 조선 닭이 좋아 중국인들은 조선까지 가서 닭을 구해 온다”는 기록이 있다.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선 닭을 귀물(貴物)로 여겨왔다.

조선말기와 대한제국의 문장가로 이름이 알려진 개화파 문신(文臣) 김윤식(金允植ㆍ1835~1922)이 1886년 9월 16일자에 쓴 일기 <속음청사>(續陰晴史)에 인삼과 닭을 넣고 푹 곤 삼계고(蔘鷄膏)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 후 삼계탕이란 단어는 1923년 일제 총독부가 작성한 중추원 조사자료에 처음 나온다. 이 자료에는 “여름 3개월간 매일 삼계탕, 즉 암탉의 배에 인삼을 넣어 우려낸 액을 정력약으로 마시는데, 중류 이상에서 마시는 사람이 많다”고 적혀 있다.

삼계탕과 가장 유사한 음식에 대한 기록은 1917년 <조선요리제법>에 등장하는 ‘닭국’이다. 한편 1924년 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같은 조리법의 요리가 ‘계탕’이란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다. ‘계탕’은 닭고기보다는 닭을 곤 국물을 보약으로 먹었다. 6.25전쟁 후 1950년대 중반부터 현재 삼계탕과 같은 ‘계삼탕(鷄蔘湯)’이 외식으로 등장했으며, 1960년대 양계산업이 본격화되면서 삼계탕이 대중화되었다.

닭은 생후 6개월이면 알을 낳기 시작하기 때문에 식용으로는 그 이전의 어린 닭을 사용한다. 영계는 껍질이 연할 뿐 아니라 맛도 좋다. 닭고기는 쇠고기, 돼지고기보다 섬유가 가늘고 연한 것이 특징이며, 쇠고기처럼 지방이 근육 속에 섞여있지 않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고 소화흡수가 잘 된다. 또한 쇠고기보다 메티오닌(methionine)을 비롯한 필수아미노산(amino acid)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닭고기는 부위에 따라 빛깔이 달라 흰 살코기와 붉은 살코기로 크게 나눈다. 닭 가슴 부위는 살이 희고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며, 다리는 살이 붉고 독특한 풍미를 지니고 있어 닭다리를 상품(上品)으로 친다. 저칼로리 가슴살과 토마토, 오이, 양상추 등을 주로 사용하여 만드는 ‘여름 샐러드’라고 불리는 ‘그리스 샐러드’는 재료나 조리법이 간단하므로 요리에 서툰 남성들도 도전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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