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사람들이 축구의 마력에 빠지는 이유

한국갤럽이 작년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902명)에서는 우리나라가 ‘16강 이상의 성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가 81%였다. 그러나 최근 두 차례 평가전(가나, 튀니지)에서 잇따라 패배한 후 6월10~11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6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42%만이 ‘한국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낼 것’이라고 답했다.

태극전사들은 18일 러시아와 H조 1차전에서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대표팀은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최근 3개 대회 연속 첫 경기에서 승리했다. 최근 4차례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승리한 46개 팀 중 84.8%인 39개 팀이 16강에 진출했다. FIFA 랭킹 57위인 한국이 19위 러시아와 무승부를 기록한 이후 22위 알제리와 23일, 11위 벨기에와는 27일 경기를 한다.

한국대표팀의 평균연령은 25.7세로, 본선에 나서는 32개국 중 가나(24.9세), 나이지리아, 벨기에, 스위스에 이어 다섯째로 어리다. 전체선수 평균연령인 26.9세보다 1.2세 어리며, 최고령 대표팀을 구성한 아르헨티나(28.5세)와는 2.8세 차이가 난다. 홍명보(45) 감독은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한 후 팀 색깔을 “젊고 빠른 팀”이라고 표현했다.

월드컵에 지금처럼 32개국이 참가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부터다. 이전 대회(1986년, 1990년, 1994년)에서는 24개팀이 6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펼친 뒤에 각조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4개팀이 16강에 합류하는 방식이었다. 1998년 대회부터 각 조에서 단 두 팀만 살아남는 방식이 정착되어 조별리그 경기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이에 첫 경기에서 패배하면 제아무리 강팀이라도 나머지 두 경기에 대한 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원초적인 공놀이인 축구는 그라운드 전쟁으로 선수 11명씩 모두 22명의 패싸움 본능은 축구와 국가를 한 몸으로 여기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축구는 선수들만이 하는 게 아니라, 심판의 휘슬이 울리면 자국 국민이 함께 뛴다. 축구공은 어디로 굴러갈지 알 수 없는 게 묘미이므로 이에 세계인들은 열광한다.

축구 포메이션(formation)은 선수들 능력을 극대화하고, 상대팀이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기본 포석(布石)이며, 상황에 따라 창의적인 변화능력까지 갖춘 팀이 우승 가능성이 높다. 4-2-3-1(수비수 4명, 수비형 미드필더 2명, 중앙 및 공격형 미드필더 3명, 공격수 1명) 포메이션은 경기장을 폭넓게 쓰면서 압박을 가하고,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축구 전술의 대세(大勢)이다. 수비축구의 대명사로 꼽히는 이탈리아는 4-3-1-2 또는 4-3-2-1 전술로 빗장수비를 더욱 두껍게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브라질월드컵 출전국 중 열아홉 나라 국민에게 “어떤 나라가 경기할 때 그 상대팀을 응원하고 싶은가?”를 물었다. 즉 ‘졌으면 하는 나라’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 38%가 일본을, 일본인 40%가 한국을 꼽았다. 영국과 프클랜드전쟁을 치른 아르헨티나는 영국이 패배하길 원하며, 또한 아르헨티나팀과 브라질팀은 앙숙(怏宿)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기로 무차별 공격하며 침공했기에 독일축구팀에만은 절대 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는 월드컵 예선경기 때문에 전쟁까지 벌인 적이 있다. 이와 같이 월드컵 라이벌 사이에는 과거 역사가 숨어있다.

미국인들은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에는 열광하면서 축구(soccer)에는 시큰둥하여, 축구시청률이 골프보다도 낮다고 한다. 모든 구기종목이 그렇듯이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이며, 축구공에는 수많은 과학원리가 숨어 있다. 정오각형과 정육각형이 섞인 축구공은 최소한의 조각으로 가장 구(球)에 가까운 공을 만들기 위한 연구 끝에 결정된다. 또한 축구공은 강한 다리 힘을 이용해 발로 차기 때문에 튼튼해야 하며, 공이 너무 잘 튀어 오르면 다양한 기술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적절히 무거워야 한다. 이에 내부에 바람을 넣는 고무 부분의 바깥쪽에 튼튼하고 무게감 있는 가죽을 덮어 축구공을 만든다.

1930년 제1회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맞붙었는데, 서로 자신이 준비한 공으로 경기하자고 우기는 바람에 전반은 아르헨티나의 공, 후반은 우루과이의 공으로 경기를 치렀다. 1960년대까지는 12장이나 18장의 가늘고 긴 가죽 조각으로 덮은 공이 사용되었다. 표면이 고르고 구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찾기 위해 연구한 결과, 12장의 정오각형과 20장의 정육각형으로 이루어진 축구공을 만들게 되었으며 1970년 제9회 멕시코월드컵에서 처음으로 공인구(公認球)로 사용되었다.

오각형과 육각형을 꿰맨 형태의 축구공은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 계속 공인구로 사용되었다. 기술의 발달과 수학적인 연구가 더해져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14조각으로 만들어진 ‘팀가이스트’가 공인구로 사용되었으며, 2010년에는 조각 수가 8개로 줄어든 ‘자블라니’가 탄생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용되는 ‘브라주카’는 6개의 조각으로 만들어 더욱 구(球)에 가까워졌다.

문헌에 따르면, 약 1400년 전 삼국시대 신라 경주에서 오늘날 ‘축구(蹴球)’와 비슷한 ‘축국(蹴鞠)시합’이 열렸다고 한다. ‘축국’은 ‘발로 찰 축(蹴)’에 ‘가죽 공 국(鞠)’을 써서 ‘발로 가죽 공을 차는 놀이’를 말하며, 고대 중국과 우리나라 등 동양에서 주로 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삼국유사(三國遺事)에 김유신과 김춘추가 축국을 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중국 당나라의 역사책인 당서(唐書)에는 “고구려 사람들이 축국을 잘한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 화랑도(花郞徒)의 ‘축국’시합 우승정신을 이어받은 태극전사들이 강력한 투지로 브라질월드컵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대한민국 위신을 높여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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