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축구’ ‘오프사이드’ 등 ‘맨발의 소년’ 꿈 키워
축구소재 아시아영화 꾸준한 인기
최근 펠레, 마라도나, 그리고 지네딘 지단과 같은 시대를 풍미한 축구선수들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축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축구를 다룬 영화는 그리 많지 않았기에 더욱 반갑다. 축구를 향한 아시아의 애정과 관심은 남미와 유럽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축구에 울고 웃는 아시아를 위한 ‘아시아 축구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축구영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영화가 주성치 감독, 주연의 <소림축구>(Shaolin soccer, 2001년 작)다. 다리가 불편한 왕년의 축구스타 명봉(오맹달 분)과 소림사에서 무술을 배웠지만 백수로 빈둥대는 씽씽(주성치 분)이 만나 벌어지는 유쾌한 코믹영화다. 명봉은 우연히 씽씽의 재능을 알아보고 축구단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씽씽은 선수들을 모으기 위해 소림사 동문들을 찾아가지만 그들의 용감무쌍했던 예전 모습은 사라진 채 의욕 없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씽씽은 이에 굴하지 않고 동료들을 설득해서 팀을 결성하고, 팀은 한 계단씩 성장해 마침내 라이벌 팀과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다. 주성치 특유의 코믹함을 통해 풀어낸 <소림축구>는 축구와 주성치 개그 코드를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주성치의 <소림축구>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도 있지만 축구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어 벌어지는 촌극을 주제로 한 영화도 있다. 이란의 영화 <오프사이드>(Offside, 2005년 작)다. 월드컵 진출이 걸린 이란과 바레인의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이란의 모든 남자들은 경기장에서 하나로 뭉쳤지만 이에 동참하지 못한 채 멀리서 바라만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란의 여성 축구팬이다.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이란 소녀들은 월드컵 진출이 걸린 게임을 직접 관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붙잡힌 채 경기장 밖에서 축구로 가득한 열기를 견뎌내야만 한다. 하지만 그녀들은 포기하지 않고 그토록 애원하던 ‘축구’를 보기 위해 도전한다. 2005년 6월8일 이란 대 바레인전이 열린 테헤란 아지다 경기장에서 촬영됐기 때문에 현장의 생동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오프사이드>는 ‘2006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을 수상했고 ‘2006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은 영화다.
코믹과 사회풍자와 열정과…
중국과 이란처럼 축구가 이미 대중 스포츠로 자리잡은 국가의 영화도 있는 반면 환경이 열악한 국가를 다룬 영화는 보는 이의 감동을 자아낸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간에 개봉한 한국영화 <맨발의 꿈>(2010년 작)이다. ‘동티모르의 히딩크’라 불리는 김신환 감독(현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주인공 원광(박희순 분)은 전도유망한 축구선수였지만 사업에 실패해 절망에 빠져있다. 그의 마지막 종착지는 21세기 최초 독립국 동티모르다. 원광은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명받아 축구용품 가게를 시작한다. 축구를 향한 열정 하나만으로 원광과 동티모르 아이들은 팀까지 결성해 일본 유소년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동티모르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축구를 사랑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맨발의 꿈>은 스포츠와 아이들의 교집합인 ‘순수함’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기에 더욱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