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칼럼] 축구로 봉사하는 우리, 얼마나 멋진가?
2012년 8월은 아마도 내 평생에 가장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올림픽축구팀이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딴 것은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나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믿음과 겸손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 경기마다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선수들을 믿어주니 그들은 나를 한없이 믿고 따라줬다. 브라질과 준결승전에서 패한 후 나는 상대팀 감독한테 가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축하해 주었다.
겸손하지 않고서는 경기를 제대로 풀어갈 수 없다는 것은 축구를 처음 시작한 이후 정말로 숱하게 나는 경험했다. 겸손하지 않은 것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없으니 당당할 수도 없다.
한국축구가 이길 때마다, 언론은 나를 크게 주목해줬다. 이 지면을 빌어서 깊이 감사드린다. 하지만 팬들은 기억하실 거다. 기자들이 내게 소감을 물으면 “오늘 경기를 잘해준 선수들이 있어서 자랑스럽다. 나는 이들이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답하는 것을. 그게 내 진심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혼신의 힘을 다 바쳐 선수들을 가르치려 한다. 그들을 가르치면서 나 또한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그들이 나를 믿고, 똘똘 뭉쳐 하나가 되는 걸 보고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선수들 모두 내게는 소중한 동생이고, 후배들이다.
나는 선수들이 경기에서 지더라도 고개를 숙이고 나오는 건 정말 싫다. 실패는 승리를 더욱 값지게 하는 밑거름이고. 또다른 경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에 죽으려고 나가면 살고, 살려고 나가면 죽는다”는 말, 나는 그 말이 참 좋다.
모든 일이 그렇듯, 축구 역시 진정으로 ‘혼을 담아’ 경기에 임하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설령 경기에선 진다고 하더라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이 내게 소중한 것은 바로 선수와 코치와 모든 스태프들이 자신의 혼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나는 선수들에게 쓸데없이 뛰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불필요한 체력소모에 빠지고, 종료 20분쯤엔 무기력해지며 경기를 망쳐온?게?한국축구의 병폐였기 때문이다. 정신력 이상으로 중요한 게 체력이다.
나는 또 선수들에게 청소나 식당일 하시는 분들께 ‘요구’하지 말고 정중히 ‘부탁’하라고 이른다. 그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을 지키는 것은 쉬우면서도 무척 중요한 일이다.
나는 패배나 실수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때는 무섭게 질책한다. 그러면서 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라고 말한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헌신하는 선수들이야말로 최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의 목표가 감독인 내가 정한 하향식으로 정해져선 안된다. 선수들이 스스로 정한 상향식 목표라야 그들이 의욕을 갖고 도전할 수 있으며, 그때 비로소 성취도 가능하다. 선수와 코치, 그리고 감독인 나는 직책이 다를 뿐, 누가 더 낫다거나 모자란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 사이엔 지시나 명령보다, 신뢰와 책임이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
나는 우리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아니 그 후배들이 더 겸손하고 더 열심히 뛰어주길 진정으로 바란다. 나는 외치고 또 외칠 것이다. “축구로 봉사하는 우리, 얼마나 멋진가!”
홍명보 전무가 축구행정가로 성공하길 바랍니다. 축구에 행정이념을 접목시키면 훌륭한 선수와 지도자를 길러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유능한 추쿠행정가로 우뚝 서십시오.
전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