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칼럼] 둥근 축구공은 정직하다
브라질에 최초 월드컵 안긴 17세 펠레의 꿈 좇아
앞으로 1년, 브라질월드컵으로 가는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고난과 비난으로 향한 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뒤돌아볼 겨를도 이유도 없다.
나는 그 길을 후회 없이 뚫고 나아갈 것이다. 나아가야만 한다. 우리가 승부를 벌이는 그곳은 바로 펠레라는 20세기 최고의 축구선수를 낳은 본고장이다.
펠레가 누구인가. 1958년 6월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제6회 월드컵 결승전에서 주최국 스웨덴을 5대2로 꺾고 우승한 주역이다. 당시 17살 소년이었다. 등번호 10인 그는 프랑스전 해트트릭, 결승전 2골 등 6골을 터뜨렸다. 브라질은 사상 처음으로 줄리메컵을 안았으며 이후 5차례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펠레는 브라질 빈민가에서 태어나 축구공 하나에 일생을 걸었다. 13살에 브라질 프로축구 산토스에 입단한 이래 1363경기에 출전해 1281골을 뽑아냈다. 사람들은 그를 ‘축구황제’로 불렀지만, 그는 결코 오만하지 않았다. 1976년 9월22일 호나우두가 태어나던 날, 35살 나이에 은퇴할 때까지 펠레는 그라운드를 누비며 전 세계인, 특히 어린이들에게 꿈과 도전정신을 심어주었다.
펠레의 고향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리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올 7월 초 20세 이하 대표팀이 8강에 올라 한국은 2009년 이집트 대회(8강), 2011년 콜롬비아 대회(16강)에 이어 최근 3개 대회 연속 16강 이상 성적을 냈다. 한국축구의 저변이 그만큼 튼튼해졌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들의 기량이 정체되거나 퇴보하지 않도록 축구인과 국민들께서 도와주셔야 한다.
‘17살 펠레가 이후 20년간 국제무대를 주름잡은 이유’가 무엇일까 종종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 현실을 둘러본다.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 유망주 대다수가 벤치나 관중석에서 선배들 경기를 지켜보게 해서는 안 된다.
유럽 클럽들은 보통 13세부터 20세 안팎에 이르기까지 연령별 유소년팀을 보유하고 있다. 각 연령별 리그도 활성화돼 있다. 일본의 J리그도 실력이 엇비슷하면 젊은 유망주를 우선 활용한다.
월드컵에서 우리 팀이 어떤 성적을 낼지 기대도, 우려도 많을 것이다. 국민들께 한 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월드컵 결과보다 그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나는 최고의 선수들을 뽑아서 팀을 만드는 게 아니라,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를 선발할 것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나는 너희들을 위해 죽을 것이다. 너희들은 (감독 말고) 팀을 위해 죽어라.” 지금껏 말해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나는 이렇게 외칠 것이다.
‘One Team, One Spirit, One Goal!’ 바로 그 정신으로 오늘도 둥근 축구공을 바라본다. 공은 정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