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축구협회 전무 취임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의 오랜 꿈

2014년 7월4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2 월드컵 10주년 기념식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인사하고 있다. 

[아시아엔=이상기 발행인]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감독! 전무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마침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국가대표팀이 지난 주부터 홍 감독의 대한축구협회 전무 내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선전하고 있어 더욱 안심이 됩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이 좌절되고 이후 중국 프로팀에서 고전하면서 적잖은 팬들이 홍 감독에 대한 기대를 접는 분위기도 있었지요. 하지만 홍 감독은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떠넘기지 않았지요. 역시 홍명보다운 모습이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책임전가’나 ‘내로남불’의 풍조가 만연해 있어 더욱 그랬지요.

이번 홍 감독의 전무 취임과 함께 박지성 선수가 유스전략본부장을 맡게 된 것도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입니다. 새싹들이 맘대로 공을 찰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 같은 기대가 벌써부터 듭니다. 이미 홍 감독은 유소년축구를 위해 오랫동안 혼신의 힘을 쏟은 것을 아는 터라 더욱 두 사람의 기용에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영원한 리베로’ 홍 전무! 우리가 어렵사리 내년 러시아월드컵 출전권을 따내며 9회 연속 출전이 확정됐지요. 그 가운데 홍 전무는 4회 연속 출전의 대기록을 갖고 있지만, 그것보다 나는 홍 감독이 선수 또는 코치·감독으로 출전하며 동료·후배들을 배려하던 모습이 훨씬 값져 보였지요. 그래서 나는 홍 감독이 전무로 취임 후 갖는 첫 국제행사인 내년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더욱 돋보일 거라는 예감을 벌써부터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선수와 코칭스탭 선발 등에서 공정성이 담보되고, 경기뿐 아니라 시합 외적인 면에서도 그동안 월드컵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일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젠가 홍 전무가 가슴에 품고 있던 꿈을 내게 말하던 표정을 잊지 못합니다. “저는 축구행정가가 되고 싶습니다.”

굳이 이유를 묻지 않고도 답을 얻을 수 있었지요. 축구계의 고질적인 폐단과 불공정성이 홍 전무로 하여금 축구행정가를 꿈꾸게 했던 것이지요. 실력이 있어도 그 부족한 2%(!) 때문에 시합에 기용되지 못하는 ‘오래된 뼈아픈 현실’을 타파하는 게 홍 전무의 숙원이자, 과제였던 것이지요.

홍 감독의 축구협회 전무 기용을 두고 축구선수 자녀를 둔 학부형들이 박수를 보내는 것도 그런 까닭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안도하는지 홍 감독은 곧 피부로 느끼게 될 겁니다.

홍 전무의 축구행정가 꿈에는 그것만 있는 게 아니지요. 가축 오줌보에 바람을 넣어 축구를 하는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에게 축구공을 보내 희망을 심어온 것도 거기 포함돼 있지요.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매년 소아암환자 등을 위한 자선경기를 벌여온 홍 감독의 뚝심에 다시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개인 차원을 넘어 협회 차원에서 좀더 광범위하고 정교하게 이같은 일들을 펼쳐가면 얼마나 좋을까 합니다.

홍 감독이 내게 축구행정가 꿈을 얘기할 때 나는 이런 생각을 보탰지요. 기왕 하려면 국제축구연맹 회장의 꿈을 가지라고. 7~8년이 지난 지금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홍 감독이 FIFA 회장이 되는 날, 돈과 권력으로 물들고 있는 세계축구가 도전과 열정, 희망 그리고 공정성의 최고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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