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홍명보 감독 취임 기자회견 “존중과 책임, 수평적 관계로 팀 만들겠다”
홍명보(55)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 나섰다. 홍명보 감독은 A4 용지 8장 분량의 취임사와 함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2주일간 유럽 출장을 마친 홍명보 감독은 이날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기자회견에서 “바쁜 일정에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평상시에 얘기했지만, 오늘은 적어왔다”라고 운을 뗀 후 취임사를 읽어갔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 취임사 전문.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홍명보입니다. 그간 논란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 K리그 팬들에게 무거운 마음과 책임감을 안고 왔다.
울산HD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뜨거운 응원과 지지 속에 다시 감독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번 사태가 팬들에게 큰 상처와 실망감을 드렸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
어떤 비판이나 질책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 제 자리에서 국가대표팀 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수밖에 없다. 큰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임하겠다.
대표팀 감독 부임 이유를 말씀드리겠다.
이임생 총괄이사가 집 앞으로 찾아왔다. 긴 대화를 나눴다. 이 이사는 축구협회가 발표한 축구 철학을 말하며 제 생각을 물었다. 저는 축구협회 전무이사를 하며 축구 철학이나 운영 방안 등 떠올렸던 생각을 솔직히 얘기했다. 이 이사는 대표팀 감독을 제안했고, 밤새 고심한 끝에 이를 수락했다.
대표팀은 중요한 기로에 있다. 4년 주기 월드컵과 아시안컵도 중요하지만, 정기적으로 성장할 방법을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에 ‘MIK(메이드 인 코리아)’를 발표했고,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절차를 수립하려 한다. 전무이사로 경험을 해봤다. 적극적인 유소년 발굴이 A대표팀과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됨을 배워왔다.
이후 K리그 감독을 하며 리그의 중요성도 배웠다. K리그와 대표팀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유망주 발굴을 위해 적극적으로 힘쓰겠다. 대표팀은 한국 축구 성장을 위해 선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 K리그와 긍정적인 발전을 이뤄내겠다.
개인적인 욕심이 아닌, 한국 축구를 위해 도전하겠다는 결심이 섰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온 가장 중요한 내적 동기였다.
한국 축구는 유례없을 정도로 좋은 선수를 지녔다. 성적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많은 분의 지적과 목소리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겸손한 자세로 한국 축구로부터 받은 역할을 다 하겠다.
전술적인 측면을 말씀드리겠다. 존중과 책임, 수평적 관계로 팀을 만들 것이다. 선수 스태프 모두 존중해야 한다. 각자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다음은 대화다. 많은 리스크는 소통에서 발생한다. 감독인 저 역시 생각을 선수들과 공유하겠다.
마지막은 책임과 헌신이다. 대표팀 정보를 공유한다는 건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다음은 기자회견 모두발언 전문
축구 스타일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공을 소유하면서 주도적으로 컨트롤하는 게 중요하다. 전략에 맞춰 경기를 주도하겠다. 물론 상대에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보다 어려운 상대를 만날 수도 있다. 소유의 목적은 확실하다. 전진성과 과감성을 더해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목적을 두겠다.
상대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지공과 속공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하겠다. 수비 시간은 최대한 적게 가져가겠다. 공격에 많은 시간을 가져가려면 수비에서 많은 대응이 필요하다. 약속된 패턴을 훈련에서 준비한 뒤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겠다.
평소 소집은 짧아 이틀 차 24시간이 중요하다. FIFA 규정에 따라 선수들에게는 사흘의 준비시간이 있다. 그 24시간을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잘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 월드컵 3차 예선에서 시간 활용 방법을 잘 생각해 보겠다.
월드컵 예선에서는 결과가 중요하다. 9월은 유럽 시즌 초반이다. 선수 구성에 대한 고민도 잘 하겠다.
팀 스포츠 내에는 위험 요소가 많다. 잠재 리스크는 동시다발적으로 터진다. 조직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각자 희생과 헌신이 있으면, 위기는 기회로 바뀐다. 대표팀이라면 그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걸 보여줘야 한다. 사회에도 긍정적인 면을 보일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
앞만 보고 나아가겠다. 성공으로 부응하겠다. 비판을 향한 목소리는 경청하겠다. 한국 축구라는 같은 목표를 향한 목소리라는 걸 알고 있다. 대표팀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과 성원 부탁드린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의 일문일답.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스1
– 북중미월드컵 목표는. 유럽 출장 중 손흥민을 만났다던데.
“최종 예선을 시작하는 단계다. 북중미월드컵 결과를 말하기에는 이른 감도 있다. 한국이 원정에서 낸 가장 좋은 성적은 16강이다. 이보다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 모든 선수(손흥민, 김민재 등)와 같은 형태로 얘기했다. 감독으로서 바람직한 팀 운영 방식에 대해 들었다. 팀에 바라는 점에 대해서도 들었다. 나의 팀 운영 방식도 얘기했다. 선수들과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다. 이제 첫 만남이다. 9월에 소집하면 분위기가 더 처음보다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다.”
– 이임생 이사와 대화 후 마음을 돌린 이유는. PT는 없었다고 하는데.
“이 이사는 한국 축구의 기술철학, 연령별 대표팀 연계성을 얘기했다. 저의 경험을 정확히 전달했다. 아시다시피 대표팀 감독을 해 봤다. 전무이사를 한 뒤 벌어진 일련의 일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안컵 문제점을 안타까워했다. 제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임생 이 이사의 말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해야지 않나’ 싶었다.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될 수도 있었지만, 제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해 결정했다.”
– 응원과 지지 속에서 출발하지 못해 힘들지 않나. 과거 감독들이 비판을 돌파하는 걸 봤을 텐데.
“많은 기대 속에서 출발하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많은 우려와 비판이 있다.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반대로 10년 전에 제가 이 자리에 있었을 때는 많은 기대와 박수를 받았다. 지금의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 겸허히 받아들이며 팀을 운영하겠다.”
– K리그 중요성을 느꼈는데 울산 감독 자리를 비웠다.
“K리그 감독을 하다 중도에 나왔다. 평생 안고 가야 한다. K리그 팬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
– 코칭스태프 구성이 중요하다. 어떤 코치를 뽑았나.
“세 차례에 걸쳐 코치진 면담을 했다. 의미 있는 미팅이었다. 코치들과 대화를 하며 공부도 됐다. 현 유럽 트렌드도 알 수 있었다. 좋은 시간이었다. 첫 번째 그룹은 협상에 돌입했다. 되지 않으면 두 번째로 넘어가야 한다. 서로 진정성과 의지가 있다. 구체적으로 이뤄진 게 없어 말씀드리기 어렵다. 계약 후 한국으로 온다면, 팀이나 선수에게 좋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 문화체육관광부의 축구협회 감사가 있다.
“저와 얘기를 나눈 게 없다. 축구협회와 문체부의 일이다. 협회 나름대로 소명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 수평적인 리더십을 원하나. 카리스마가 강한 감독이라 정평이 났는데.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딱딱할 것이란 이미지가 있지만, 수평적인 관계를 좋아한다. 카리스마는 하나의 특징이다. 모든 성격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가장 중요한 건 팀이다. 특히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을수록 이길 확률은 높지만, 승리할 것이란 확신을 가지긴 어렵다. 팀 문화와 정신,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강한 팀이 된다. 대표팀은 기껏해야 1년에 한 달 정도 만난다. 대표팀은 주인이 없는 팀이다. 새로운 선수가 언제든지 올 수도 있다. 기존의 선수가 부상으로 빠질 수도 있다. 팀의 주인은 대한민국 팬과 선수다. 저는 잠시 와서 일하는 사람이지, (대표팀)주인이 아니다.”
– 주장단 구성은.
“시간이 많지 않다. 9월 2일에 소집해 3일 훈련 뒤 중요한 경기에 나서야 한다. 당장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 손흥민을 앞으로도 주장으로 신뢰하겠다. 지금껏 주어졌던 역할을 제시하겠다. 다만 많은 부담을 갖지는 않도록 하겠다. 손흥민이 더 경기를 잘 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
– 유럽 피지컬, 전술 코치를 원했다더라. 10년 전 경험이 뼈저리게 느껴졌나. 국내 코치진 구성은.
“한국인 코치는 접촉했다. 마무리 단계다. 시간이 흐르면 발표할 것이다. 프로팀도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트렌드다. 유럽에서는 스로인 코치도 쓴다. 분석 파트도 중요하다. 제일 중요한 건 감독으로서 스태프들의 조합을 이뤄내는 것이다. 10년 전 일 때문에 지금 그렇게 하는 건 아니다. 실패 역시 제게 좋은 경험이었다. 좋았던, 좋지 않았던 경험 모두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 10년 전은 실패라고 했다. 지금과 어떤 차이가 있나. ‘의리 축구’라는 지적도 있었는데.
“맞는 말씀이시다. 10년 전에는 실패를 했다. 제가 아는 선수들만 뽑는다는 인맥 축구라는 얘기도 있었다. 인정한다. 당시 K리그의 단편적인 선수만 뽑다 보니 팀에서 헌신하고 도움이 되는 선수를 잘 몰랐다. 예를 들어 이번 주에 해트트릭한 선수, 골을 넣은 선수만 뽑았다. 힘을 내지 못했다. 언젠가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뛰지 못하는 선수도 발탁했다. K리그에서 3년 반 동안 생활했다. 각 팀의 주요 선수나 대체 선수 리스트도 있다. 10년 전과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다.”
– 어떤 선수를 뽑을 건가. 마음가짐은.
“경기력이 좋은 선수면 누구라도 올 수 있다. 새로운 감독, 팀이 됐다. 팀이 편안하고 즐거웠으면 하다. 며칠 동안 최선을 다하고 가면 된다. 유연성 있게 뽑는 게 중요하다.”
– 팀에 스타가 많다. 분위기 진단은. 취임사는 몇 장을 준비했나.
“8장이다(직접 세어본 뒤). 유럽에서 미팅을 하며 처음 본 선수도 있었다. 손흥민도 오랜만에 봤다. 가장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설영우였다(웃음). 유럽파가 돼서 기분이 좋다더라. 저도 좋았다.”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중요한 부분이다. 저도 연령별 대표팀을 했다. A대표팀이 쓰는 전술이 U-20에서도 쓴다면, 전술 적응 필요 없이 어린 선수가 바로 A대표팀으로 올 수도 있다. 연계의 장점이다. U-23도 마찬가지다. 예전의 혹사 논란이 다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소통만 있으면 이런 문제가 없어질 것이다. 대표팀 수락 과정에서 중요한 축구협회의 정책이었다. 말로만 해외축구를 부러워하지 않았나. 현실적으로 이런 제도를 적용한다면, 한국 축구의 큰 이슈가 될 것이다.”
– 국내파 선수 면담 계획은.
“면담을 하기에는 선수가 너무 많다. 경기력을 체크하는 게 제 일이다. 아는 선수는 개인적으로 컨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선수가 발탁된다는 건 확신하기 어렵지 않나. 해외파 중에서도 만나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 어느 시점에 시간을 내서 면담할 수도 있다.”
– 정몽규 회장과 교감은 전혀 없었나. 회고록에서 상당한 내적 친밀감을 표현했다.
“2020년 7월에 (협회장 자리를) 제안을 한 건 맞다. 그 자리에서 회장직보다는 현장에 더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이번엔 회장과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 이임생 이사와 대화를 통해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