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4강] 이도윤 시인 ‘산을 옮기다’ 헌시

[아시아엔=편집국] 6월 22일은 한국 월드컵 역사에 가장 빛나는 날 가운데 하나다.

2002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한국대표팀은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을 5대3으로 꺾고 사상 첫 4강에 진출한다.

당시 스페인과 8강전은 전후반과 연장전까지 무승부로 이어졌다. 마침내 승부차기. 한국은 황선홍, 박지성, 설기현, 안정환이 차례로 나와 4골을 넣었다. 마지막 키커는 홍명보. 주장으로서 큰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없었던 그의 골이 “출렁” 하며 망을 흔들었다. 5대3.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준결승전에 오른다.

시인 이도윤은 ‘산을 옮기다’란 제목의 시를 지어 선수들과 국민들에게 바쳤다.

젊은 아들아

너는 오늘 역사다

푸른 하늘위에 솟은

오동나무다

천년을 기다려

오동나무에서 날아오르는

봉황의 울음이다

아무도 들어 본 적 없는 소리

숨 죽여온 이 땅의 소리

그런 소리 버리고

젊은 아들아

너를 두고 오늘은

우리의 뜨거운 피가

북을 치고 징을 친다

천지를 울리며

백두산을 건너 뛴

붉은 아들아

낡은 땅을 밟고 선

젊은 아들아

이 함성으로

내일을 물들여라

젊은 너는 역사다

붉은 피는 역사다

너와 함께 우리도

천년을 살아갈 오동나무로

푸른 하늘에 선다

덴마크의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1813~1855)는 일찌기 한국대표팀의 4강진출을 예견이나 한듯 이렇게 말했다.

“불행한 자는 자기의 이상, 자기 생활의 내용, 자기의식의 충실, 자기의 본래적인 본질을 어떻든 자기의 외부에 가지는 자이다. 불행한 자는 언제나 자기자신에 대해 부재이며, 자기자신에서 현재를 갖고있지 않다. 그러나 부재일 수 있다면, 그는 분명히 과거 또는 미래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이것이냐 저것이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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