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 홍명보 감독 파장, 정몽규 회장 사퇴가 해답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오른쪽)과 홍명보 감독/대한축구협회

[아시아엔=김현원 팬다이머, 전 연세대 의대 교수] 클린스만은 한국대표팀 감독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독일 축구팀 감독으로 있을 때도 미국의 자택에 틀어박혀서 독일로 자주 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독일 대표팀 동료였던 축구스타들이 미국 재택근무 그만하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심지어 헤르타 베를린(분데스리가의 팀) 감독 시절에는 벤치에 앉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을 미국 자택에 놓고 오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결국 취임 76일만에 감독직을 사임하기도 했다. 그것도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페이스북을 통해서 통고했을 뿐이다. 이렇게 무책임한 행위로 인해 클린스만의 감독 인생은 끝났는데 느닷없이 한국에서 클린스만을 감독으로 불렀다.

아니나 다를까,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후 한국에 자주 오지도 않으면서 자택근무를 고집하고, 미국에서 다양한 부업과 외부활동을 소화하며 명확한 전술도 없이 수석코치에 모든 전술을 맡겼다. 그는 선수들과의 소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선수들 간의 갈등은 극대화되었다. 결국 한국 축구대표팀은 아시안 게임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고 클린스만은 경질되었다. 이런 최악의 감독이 졸속으로 선임된 것에는 그동안 김판곤 시절부터 구축되었던 감독 선임 절차가 무시되고 정몽규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클린스만이 감독으로 선임되기 30분 전에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이 통보받을 정도로 감독 취임 절차가 유명무실했다. 이런 과정에서 세상은 다 알고 있는 클린스만의 문제점이 검토되었을 리가 없다.

클린스만 경질 이후 정해성을 위원장으로 새 전력강화위원회가 출범되었다. 10차의 전력강화위원회가 열렸고 많은 감독 후보들이 검토되었다. 국내 감독들이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 감독 후보들이 구체적으로 검토되었다.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참가하였던 박주호에 의하면 이번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끝난 코파아메리카에서 놀랍게도 카나다 팀을 3위로 이끌었던 제시 마치의 경우 아시안컵 영상을 준비해오며 파주와 천안의 대표팀 훈련시설 위치까지 파악하며 연봉도 파격적으로 삭감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한다.

다양한 축구 감독 경력을 쌓았던 데이빗 바그너 전 노르위치시티 감독은 50여장의 PPT를 준비해서 한국선수를 분석하고 한국축구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올 정도로 적극 임했으나 축구협회가 3주간이나 연락하지 않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바그너는 현재 미국 축구감독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해성 위원장은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서 우선 협상자를 선정했다. 그런데 정 위원장이 선정한 우선 협상자와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의견이 갈리면서 정 위원장이 사표를 내게 되었다. 그 후 이임생 협회 기술이사가 전력강화위원회를 떠나서 감독선임을 위임받게 되었다. 이임생에 의해서 홍명보가 감독으로 선임되었고 절대 울산을 떠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홍명보는 감독직을 수락했다.

박주호는 다른 외국인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보다 홍명보가 느닷없이 선임되었을 때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감독선임의 전권을 위임받았다던 이임생은 전력강화위원회에게 모두 연락해서 동의를 얻었다 했다. 박주호는 문자 정도를 봤고 최종 면접을 본 2명 중 1명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임생은 위임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감독 선임권에 대한 전권행사는 전력강화위원회에서도 알지 못했던 일이라고 한다. 박주호는 영상을 통해서 이 모든 과정들에서 문제점들을 자세하게 지적하였다.

축구협회는 비밀유지협약을 위한하였다는 이유로 법적인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박주호가 축구계에서 매장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홍명보 감독 선임과정이 박주호 말대로 절차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실제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절차가 너무 한심했기 때문에 현재 축구계뿐 아니라 전 국민이 박주호에게 동감하는 분위기이다.

‘오캄의 면도날’이란 논리적으로 타당한 결론에 이르는 지름길을 말한다. 불필요한 가정들을 배제할 때 지름길이 나타나고 더 타당한 결론이 나온다는 말이다. 오캄의 면도날로 잔 가지를 잘라냈을 때 나타나는 논리적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전력강화위원회를 무시하고 감독을 선임한 이임생도 작은 문제이고 울산 팬들을 배신한 홍명보도 문제가 될 수 없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들었고 한국축구를 위기로 밀어낸 사람은 바로 대한축구협회의 수장 정몽규 회장이다. 그가 사임하는 길로부터 한국축구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정몽규는 현대산업개발의 회장으로 취임한 후 잘 나가던 전통의 대우 로얄즈로부터 이어지던 부산 아이파크 구단을 인수했으나 부산 아이파크 축구단은 하위권을 전전하다 결국 2부리그로 강등 당하게 만들었다. 그는 하위권을 전전하는 아이파크 구단에는 관심이 떨어져서 2013년 야권 세력의 대표였던 실제 축구선수 출신의 허승표와 맞붙어서 드물게 2차 투표까지 가면서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취임한다.

그는 회장 취임 후 자신의 모교인 고려대학교 동문을 곳곳에 적극 기용한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임원진 중에서 고려대 출신이 9명으로 과반수가 넘는다. 이임생이 고려대 출신이고 또 다시 국가대표 감독이 된 홍명보도 고려대 출신이다. 정몽규는 3번이나 회장을 연임하면서 절대 권력을 구축한 후 대한축구협회의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축구협회를 사조직같이 만들어놓았다. 그 결과 한국 축구는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그는 정관을 개정하여 연임제한을 철폐하려고 할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도 없는 축구협회 회장 출마 나이를 70으로 제한하려고 한다. 아마 본임의 연임에 문제가 될 만한 사람으로 이미 3번 축구협회회장에 출마했던 허승표 같은 사람을 나이 제한으로 먼저 커트하려고 하는 것 같다.

정몽규 뜻대로 정관이 바뀌게 되면 계속해서 회장을 연임할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그의 현대산업개발이 끊임없이 일으키는 안전문제로 사망까지 이어졌던 사고들까지 여기서 논하고 쉽지 않다. 공적인 얘기만 결론적으로 하면 결자해지(結者解之)이다. 대한축구협회의 모든 문제는 그 문제들을 일으킨 당사자인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의 사임으로부터 풀릴 것이다.

필자 김현원 전 연세대 교수는 은퇴후에도 뉴패러다임 과학에 매진하고 있다. 팬다이머(pandigmer)는 특정패러다임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신조어이며, 김현원의 영어식 호라고 하겠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