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관전평] 바이에른 뮌헨의 닥공-“내 사전에 수비는 없다”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 의대 교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 바이에른 뮌헨과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항상 홈앤드어웨이 경기로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의 리그가 중단되어 일정이 밀린 관계로 8강전부터는 포트투갈에서 단판 승부로 벌어졌다. 경기시간이 새벽 4시인데 필자의 얼람 실수로 4시20분부터 경기를 지켜보았다.
바르셀로나는 메시가 버티고 있는 세계 최고의 클럽팀이라고 할 수 있고, 바이에른 뮌헨은 한국팬들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필자는 세계 최강팀이라고 믿고 있다. 독일의 분데스리가는 차범근이 뛰던 1970년대에는 유일하게 한국에 중계되는 (녹화중계) 외국의 리그여서 친숙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경기를 중계해주는 손흥민의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스페인의 라리가에 비해서 한국축구 팬들에게는 오히려 낯설다.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를 올해까지 무려 8연패했고, 통산 30번 우승했고, 토너먼트로 이루어지는 FA컵도 우승했으며, 챔피언스리그 마저 우승하면 트레블(한팀이 한해에 3개의 우승컵을 갖는 경우)을 달성하게 된다.
전반 20분에 경기는 1:1이었는데(바르셀로나의 골은 자책골) 내가 막 보기 시작한 순간 메시가 수비진을 뚫고 슛을 날리고 있었으나 볼은 독일 국가대표 골키퍼인 노이어 정면으로 향했다. 하지만 메시에게는 이후 더 이상의 찬스가 없을 정도로 바르셀로나는 일방적으로 몰리고 있었다. 뮌헨의 공격은 탱크가 밀고 오는 것 같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독일에게 7:1로 대파 당하던 브라질의 모습이 생각났다. 혹시 바르셀로나가 그런 수모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 스코어는 4:1. 후반 중반 수아레스에 의해서 4:2로 한골 만회했을 때 혹시나 하던 기대감이 생겼으나 그 이후로 바르셀로나는 무기력하게 4골이나 더 헌납해서 최종 스코어는 8:2로 끝났다.
바르셀로나는 기권하고 싶었겠지만 축구에는 기권패가 없다. 10개의 슛 중 하나가 들어가는 것이 축구이다. 집중력을 잃으면 축구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4강에는 프랑스 2팀과 독일의 2팀이 맞붙었다. 프랑스의 리옹과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독일의 라이프치히와 파리셍제르망(PSG)의 경기에서 예상대로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PSG가 각각 3:0으로 쉽게 이겨서 결승전이 열리게 되었다. 프랑스의 PSG 역시 프랑스의 리그 우승팀이자 FA컵 우승팀으로 역시 트레블을 노리고 있다. 명실공히 유럽 최강팀 2팀이 붙는 셈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대표팀의 수문장이 노이어 그리고 2번의 월드컵에서 10골을 넣은 토마스 뮐러와 폴란드에서 온 골잡이 레벤도프스키가 있다. 토마스 뮐러는 최근 골잡이가 아니라 도움이로 변신하고 있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최다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레벤도프스키는 8분에 5골을 넣어서 기네스북에 오른 타고난 골게터이다. 리그에서도 골을 가장 많이 넣었고 FA컵에서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골을 가장 많이 넣었다. 올해 총 55골을 넣었다.
차범근의 분데스리가의 외국인 최다골(98골)을 일찌감치 갱신한 바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챔피언스리그 11경기에서 결승전까지 전승으로 도착하였다. 이것도 최초의 일이다.
프랑스 PSG는 영국의 맨시티, 첼시와 함께 중동의 구단주가 오일머니로 아낌없이 돈을 퍼붓고 있는 팀이다. PSG에는 지난 런던 월드컵의 영웅으로 역대 최대 몸값으로 이적한 음바페와 역시 엄청난 몸값을 지불하고 바르셀로나에서 데려온 브라질의 네이마르가 화려한 공격진을 이루고 있다.
필자는 난타전 끝에 바이에른 뮌헨이 우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레벤도프스키를 필두로 뮌헨의 공격력은 말할 것도 없다. 뮌헨의 새 감독인 플리츠는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유명하다. 닥공 스타일로 수비진이 뒷공간을 허용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문장 노이어가 넓은 수비공간을 커버해줄 수도 있지만 PSG는 음바페의 스피드와 네이마르 그리고 못지 않은 공격수 디마리아가 있다. .
경기는 바이에른 뮌헨이 우세한 가운데(높은 점유율) 치고 받는 난타전이었다. 전반 뮌헨이 골을 많이 소유했지만 PSG에게 뒷공간을 허용해서 위험한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노이어의 선방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뮌헨의 경우도 찬스는 많았다. 멋진 레벤도프스키의 터닝슛은 아쉽게 골대를 맞추고 말았다.
후반전에도 뮌헨이 공을 더 많이 소유했다. 후반 15분 수비진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골이 다시 크로스로 되돌아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코망의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코망은 키가 작았지만 그 앞의 레벤도프스키를 커버하느라고 코망의 자리가 빈 것이다. 그 후 이어진 뮌헨의 몇 번의 찬스 이후 PSG에게도 많은 찬스가 있었으나 무위로 끝났고 경기막판 네이마르와 음바페도 지친 듯 보였다.
정규시간이 끝나고 5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단지 1:0으로 이기고 있었던 그때까지 프리츠는 수비라인을 거의 하프라인까지 올리고 있었다. “내 사전에 수비라는 단어는 없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추가시간에 결국 음바페와 네이마르에 의해서 아찔한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경기는 1:0으로 끝났고 바이에른 뮌헨이 유럽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골을 지키기 위해 수비라인을 내리지 않은 뮌헨의 강인한 정신력의 승리로 보였다. 집중력을 잃고 대패한 바르셀로나와 대조되는 경기이다. 이겨도 이렇게 이겨야 한다. 필자가 본 축구경기 중 가장 아름다운 승리이다.